대부분의 외계 행성, 모 항성에 가까이 붙어서 공전
목성과 토성 없었다면, 훨씬 많은 운석 충돌 발생해
아무도 모르게, 지구 보호 하는 지킴이 역할 감당해

혜성 지구 운석 충돌 파괴 소행성 행성 외계 찌꺼기 궤도 우주 태양계
▲ⓒ픽사베이
최근 외계 행성을 전문적으로 찾아내는 케플러 인공위성이 외계행성 4,000여 개를 발견했다. 수많은 별 주위에 행성들이 존재하고 있어서 탐사하는 과학자들을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그런데 탐사를 진행할수록 과학자들은 우주에서 생명이 존재할 수 있는 조건이 생각보다 훨씬 까다롭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있다. 대부분의 별은 온도가 낮아서 붉은 색의 빛을 내는 적색 왜성들이었는데, 생명체에 필요한 태양과 같이 노란색 빛을 내는 별은 매우 드물었다.

또한 최근 태양에 대해 놀라운 사실이 하나 밝혀졌다. 그것은 별로부터 엄청난 양의 뜨거운 가스가 분출되는 슈퍼플레어(superflare)라고 하는 것이다.

케플러 위성은 외계 행성을 탐사하는 도중에 많은 별이 종종 슈퍼플레어라는 대분출을 일으키면서, 순간적으로 그 밝기가 밝아진다는 새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태양도 종종 이런 분출을 하고 있음을 잘 알고 있었다. 태양 표면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 분출이 일어나면, 다량의 전기를 띤 입자들이 쏟아져 나와 지구의 대기와 충돌하여 아름다운 오로라를 만들어내고 있다.

그런데 슈퍼플레어는 이런 일상적인 태양의 분출에 비해, 작게는 수백 배에서 크게는 수만 배 더 강한 것이다. 만약 태양에서 이런 슈퍼플레어가 발생하면, 지구에서는 모든 전자기기와 전력 시스템이 파괴되고, 날아가는 비행기도 모두 추락하고 말 것이다. 또한, 지구상의 생명체도 엄청난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외계 행성이 발견된 별들 대부분이 적색 왜성인데, 이런 별들은 매우 활동적이어서 강력한 슈퍼플레어를 자주 발생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우리 태양도 언젠가는 슈퍼플레어를 방출하는 것이 가능할까? 다행스럽게도 우리의 태양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작은 분출 외에 거대한 슈퍼플레어는 거의 방출하지 않고 있다.

행성에 생명체가 살기 위해서는 모 항성에서 슈퍼플레어가 없어야 한다는 사실이 새삼 주목받으면서, 최근 슈퍼플레어 연구가 관심을 끌고 있다.

별도 중요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실제로 생명체들이 살아갈 수 있는 행성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외계 행성 탐사 결과를 보면, 실제로 외계 행성들 가운데 생명체를 유지할 조건을 갖춘 것은 아직 발견되지 않고 있다.

케플러 위성이 발견한 대표적인 트라피스트-1 외계 행성계는 7개의 행성을 가지고 있지만, 그곳 별의 온도는 매우 낮고, 행성들은 며칠 만에 모 항성 주위를 공전하고 있어 생명 조건과는 거리가 멀었다.

또 미국 나사(NASA)가 크기와 온도 조건에 있어 지구와 가장 유사하다고 발표한 8개의 외계 행성이 소속한 항성은 모두 적색 왜성이었으며, 그 주위를 도는 행성들은 모두 너무 차갑고 공전주기가 짧아서 생명 조건으로부터는 멀리 떨어져 있었다.

이처럼 외계 행성 탐사에서 발견된 외계 행성계를 우리 태양계와 비교해 보면, 새삼 우리 태양계가 정말 특별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즉, 우리 태양계는 단순히 수성-금성-지구-화성-목성-토성-천왕성-해왕성의 8개가 나열된 무의미한 조합으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지구에 생명체가 안전하게 거주할 수 있는 조건이 완벽하게 갖춰진 정말 희귀하고 특별한 조합으로 이루어져 있다.

태양계의 행성들은 크게 나누어 바깥을 공전하는 거대한 기체형 행성 4개(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와 그 안쪽을 공전하는 작은 암석형 행성 4개(수성, 금성, 지구, 화성)로 구성돼 있다.

케플러 위성이 발견한 대부분의 외계 행성은 평균 크기가 지구보다 훨씬 클 뿐 아니라, 그 공전 반경은 모 항성에 매우 가깝게 붙어 며칠 또는 몇 시간이라는 빠른 속도로 공전하고 있었다.

이에 비해 우리 태양계에서 가장 큰 목성은 태양-지구 거리의 5배나 되는 먼 곳에서 12년의 공전주기로 천천히 돌고 있다. 목성과 같이 거대한 행성이 모 항성으로부터 이렇게 멀리 떨어져서 천천히 공전하는 것은 외계 행성에서는 매우 특이한 것이다.

더 놀라운 것은 목성만 태양으로부터 먼 거리에서 돌고 있는 것이 아니라, 목성보다 조금 작은 거대한 토성이 태양-지구 거리의 10배나 되는 더 먼 거리에서 돌고 있으며, 토성의 바깥에는 역시 커다란 기체형 행성인 천왕성과 해왕성이 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거대한 기체형 행성 4개가 태양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바깥에서 서서히 공전하는 이러한 배치는 케플러 위성이 발견하고 있는 대부분의 외계 태양계와는 정반대이다.

거대한 기체형 행성 4개가 태양계의 먼 곳에서 공전하고 있다는 것은 지구 입장에서는 매우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 이유는 목성과 토성과 같은 거대 행성들이 운석이나 혜성의 충돌로부터 지구를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통 지름 5km 정도의 소행성이나 혜성이 지구에 충돌하면, 그 에너지는 전 지구를 불덩어리로 만들고, 모든 생물을 전멸시킬 만큼 충격적이다. 과거 이 정도 크기의 운석이 지구에 충돌하여 공룡을 비롯한 많은 생물이 멸종된 적이 있었다고 한다. 만약 목성과 토성이 없었다면, 지구에는 훨씬 많은 운석 충돌이 발생했을 것이다.

이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써, 1997년 7월 16일 태양계 내부로 진입하던 슈메이커-레비 혜성이 목성의 강력한 중력에 이끌려 목성과 충돌하여 사라진 일이 있었다. 이처럼 태양계의 바깥을 공전하는 거대한 기체형 행성들은 태양계의 찌꺼기를 청소하며, 지구 지킴이 역할을 한다.

우리 태양계와는 정반대로 지금까지 발견된 대부분의 외계 행성은 모 항성에 매우 가까이 붙어서 공전하고 있음이 밝혀졌다.

만약 우리의 목성도 이 외계 행성들처럼 화성이나 금성과 같이 지구 안쪽 궤도 태양을 공전한다면 어떻게 될까? 지구의 처지에서 볼 때 그 결과는 치명적이다.

왜냐하면 목성의 강력한 중력 간섭 때문에 지구의 궤도는 구불구불해지고 기후와 온도가 불규칙하게 되어, 생명체가 생존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하게 되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런 모든 사실을 깊게 연구한 워싱턴 대학교의 워드(Peter Ward) 박사는 다음과 같은 말로써 우리 태양계 내에서 목성의 중요성과 특별성을 잘 요약했다. “오늘날 관측되는 대부분의 외계 행성은 나쁜 행성임에 비해, 우리 태양계의 목성은 착한 행성이다.”

외계 행성을 탐사하면서 새삼 발견하는 것은 바로 우리 태양계의 특별성과 유일성이다.

단순히 별 주위에 행성이 존재하는 것으로는 생명의 조건과는 거리가 멀며, 지구를 보호하는 목성과 토성이 태양으로부터 먼 곳에서 아무도 모르는 가운데 지구 지킴이 역할을 하는 것을 놀라운 발견이 아닐 수 없다.

권진혁(영남대학교 물리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