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하는 프로라이프
▲‘행동하는 프로라이프’가 2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엄마와 태아가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를 주제로 1차 세미나를 가졌다. ⓒ송경호 기자
법무부가 낙태를 임신 14주까지 완전 허용, 24주까지 조건부 허용하는 형법·모자보건법 개정안을 지난 7일 입법예고한 가운데, 해당 개정안에 문제점을 파헤치는 포럼이 개최됐다.

기독교를 중심으로 55개의 생명윤리단체들이 연합한 ‘행동하는 프로라이프(이봉화 상임대표)’는 21일 오후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엄마와 태아가 모두 행복할 수는 없을까’를 주제로 1차 세미나를 가졌다.

이날 세미나는 이명진 소장(성산생명윤리연구소)의 사회로 1부 개회식과 박상은 원장(안양 샘병원 미션원장)이 좌장을 맡은 토론회 순으로 진행됐다.

이봉화 대표 “브레이크 없는 차에 엄마와 태아 질주하는 셈”
이기복 대표 “저도 끔찍한 낙태 경험… 교회 침묵해선 안 돼”

이봉화 상임대표는 개회사에서 “개정안은 여성의 자기결정권과 사회경제적 사유라는 이름으로, 생명윤리를 지킬 수 있는 마지노선을 무너뜨리는 너무나 충격적인 법안”이라며 “지금 이대로 법이 개정된다면, 남아날 생명이 거의 없는 절벽을 향해 브레이크 없는 차에 엄마와 태아를 태우고 질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기복 바른인권여성연합 상임대표는 환영사에서 “제가 결혼해서 자녀를 낳아 키우던 70년대에도 국가가 산아제한이라는 정책을 실행했다. 낙태가 그저 산아제한의 의학적인 하나의 방법인 것으로 알았을 뿐”이라며 “그 당시에는 태아가 살아 숨 쉬고 있는 소중한 생명이라는 것을 전혀 알지 못했기에 저 역시 끔찍한 낙태를 저질렀다”고 고백했다.

이 상임대표는 “그 당시에도 교회는 침묵했거나 외면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라며 “악한 낙태법에 대해 교회들이 침묵해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태아의 소중함, 생명의 소중함을 교회들과 지도자들은 담대히 선포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김승규 법무법인 로고스 상임고문은 “정부가 제출한 이 법안들을 보면, 우리나라가 과연 문명국가인지 통탄을 금할 수 없다. 사실상 무제한의 태아살인을 국가가 허용하겠다는 내용”이라며 “정부도 국회도 언론도 종교계도 여성계도 정신차려야 한다. 어떤 방법으로든지 이 악법은 저지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권우현 변호사, 박정우 신부, 홍순철 교수, 연취현 변호사
▲(오른쪽부터 순서대로) 발제를 맡은 권우현 변호사, 박정우 신부, 홍순철 교수, 연취현 변호사. ⓒ송경호 기자
연취현 변호사, “무책임한 입법안” 지적

먼저 ‘형법, 모자보건법 개정안에 대한 법률적 검토’를 주제로 연취현 변호사(보아즈 사회공헌재단 자문)는 “입법예고안은 안이하게 결정문에 게재된 14주라는 수치를 기준으로 막연히 성안한 것으로 무책임한 입법안”이라며 “14주는 3인의 위헌의견에 적시된 기간으로 기속력이 없다”고 지적했다. 24주의 기간에 대해서도 “기존 모자보건법상 기준인 24주를 기준으로 이를 형법에 옮겨오기만 한 형태로 매우 부당하다”고 했다.

24시간의 숙려기간 역시 “숙려기간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지나치게 짧고 형식화될 수 있다”고, 22주 이내에 낙태를 허용하도록 하는 ‘사회적·경제적 사유’ 항목은 지극히 추상적인 용어로 법률에 요구되는 ‘명확성의 원칙’에 반한다고 지적했다.

또 ‘인공임신중절’의 규정에 대해 “오직 정의 규정에만 약물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슬그머니 담아두었다”며 “논란이 되어 온 약물 낙태를 도입함에 있어서는 약물 낙태의 위험성이나 도입의 필요성 등에 의학적·사실적 논의가 필수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낙태의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상담기관의 지정권자를 보건복지부 장관 이외에 지방자치단체로까지 확대하고 있어 무분별한 상담기관의 난립과 편향·왜곡된 상담을 우려했다.

이어 “미성년자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도록 규정한 것은 민법상 친권의 박탈”이라며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고, 예외적으로 법정대리인이 동의를 할 수 없는 경우에는 친권자를 갈음할 만한 교사 또는 검사나 지방지치단체장 등 책임있는 자의 동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여 청소년 보호를 도모하여야 한다”고 했다.

홍순철 교수 “국민의 생명 보호할 국가가 살인 종용”

두 번째로 개정안에 대한 의학적 검토를 주제로 발제한 홍순철 교수(고려대학교 산부인과) “임신 20주 이후 낙태는 살인”이라고 일갈했다. “의학적으로 임신 22주 이하 아기는 10.5%, 임신 23주는 38.9%, 임신 24주 54.5% 생존율을 보고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살인을 종용하는 법안을 입법예고하는 현실에 충격을 금할 수 없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약물을 이용한 낙태 시도자의 70% 이상이 출혈 등 합병증으로, 결국 의료기관의 도움을 필요로 했다는 보고가 있다”며 “그만큼, 약물을 이용한 낙태는 합병증이 많고 위험한 과정이다. 약물 낙태 도입에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상담 및 숙려기간이 오히려 낙태를 유도하는 절차로 악용될 소지를 지적했다. 그는 “입법 예고안에서는 모자보건법에 ‘세부적인 인공임신중절 시술 절차와 지원 근거를 마련’하는 법으로 되어 있다. 낙태를 고민하는 여성에 대한 상담은, 임신 유지와 낙태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상담이 아닌 낙태를 전제로, 낙태의 과정과 합병증을 설명하는 상담으로 정의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홍 교수는 임신 10주 이후에는 사회경제적 사유의 낙태가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임신 10주 이후 고려할 수 있는 사유에는, 임신 유지 시 임산부 생명 또는 건강이 심히 위협받는 경우와 출생 후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라며 “하지만 출생 후 생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서도 해당 부모와 전문가의 상담이 반드시 전제되어야 한다”고 했다. 임신 중기 이후의 낙태는 골반염, 불임 등 여성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어 오히려 여성 건강을 위협할 수 있는 법안이라고도 덧붙였다.

박정우 신부 “인간의 생명 강조한 헌재, 모순된 판결”

셋째로 생명윤리적인 부분을 지적한 박정우 신부(천주교 서울대교구 생명위원회 사무국장)는 “헌재는 인간 생명이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라고 전제하고, 태아 역시 헌법상 생명권의 주체이고 국가에서 그 생명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재는 결론에서 과거 헌재의 판결을 뒤집고 여성의 자기결정권 행사를 이유로 태아의 생명보호를 포기하라는 모순된 판결을 내렸다”고 지적했다.

박 신부는 “임신 14주까지의 태아의 생명권은 덜 발달하고 안전한 낙태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무시되고 있다”며 “초기 단계의 인간 생명의 보호 의무가 아기의 어머니의 자기결정권 행사보다 더 열등하고 가치가 작다는 것인가?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인간존엄성에서 나오는 인격의 발현으로서 중요한 가치라면 인간 존엄성을 지닌 태아도 한 인간으로서 그 인격권과 생존권을 존중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흥락 변호사, 최안나 의사, 송혜정 상임대표, 정선미 변호사
▲(왼쪽부터 순서대로) 토론을 맡은 이흥락 변호사, 최안나 의사, 송혜정 상임대표, 정선미 변호사. ⓒ송경호 기자
권우현 변호사, 차선책으로 심장박동·10주 기준점 제시

마지막으로 ‘임산부와 태아의 법익을 고려한 낙태죄 입법대안’을 주제로 발제한 권우현 변호사(한국기독문화연구소)는 개정안이 그대로 통과될 것을 우려, 헌재의 결정 범위 안에서 태아의 생명권을 지킬 수 있는 차선책으로 심장박동 시점(통상 6주)과 임신 10주를 기준점으로 삼았다.

권 변호사는 “의학적으로 태아의 심장 박동은 태어나지 않은 인간이 출생에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주요한 지표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일반인의 인식과 의학적인 지표인 심장박동 감지(통상 6주)를 기준으로 하여, 생명의 시작인 수정란 착상시부터 심박동이 감지된 시점 이전의 태아의 경우에는 임산부의 자기결정권을 존중하여 태아의 생명권을 합법적으로 침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간으로 입법 방향을 정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심장박동이 감지된 경우 사회·경제적 사유로 갈등 상황에 놓인 임산부의 경우 최대 4주의 숙려기간 내에 낙태한 경우에는 처벌하지 않도록 하되, 사회·경제적 사유에 의한 낙태의 경우라도 임신 10주를 초과한 상태에서는 낙태를 허용하지 않도록 함으로 태아의 생명권을 보호함으로 임산부의 자기결정권과 태아의 생명권의 실질적인 조화를 이루도록 하자는 제안을 했다.

또 의료인들의 양심적 낙태수술 거부 권한도 강조했다. 그는 “낙태죄 개정안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2021년 1월 1일부터 낙태가 전면 허용되게 된다”며 “낙태 허용 여부와는 별도로 양심과 신념에 따라 낙태를 반대하는 의료인들과 약사들을 보호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상식이 무너진 시대에 오늘 발제한 입법 방향들이, 생명을 귀히 여기는 깨어 있는 의원들에게 전달이 되어 태아의 생명이 보호받는 시대가 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발제에 이어 이홍락 변호사(법무법인 로고스), 최안나 의사(대한산부인과학회 낙태법특별위원회 간사), 송혜정 상임대표(케이프로라이프), 정선미 변호사(바른인권여성연합 법률위원장)의 토론이 이어졌다.

이홍락 변호사는 “아무리 삶의 애로가 중하고 이유가 있더라도 살인은 안 되며, 존귀한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 된다”고 했다. 최안나 의사는 대한산부인과학회, 대한산부인과의사회, 직선제 대한산부인과의사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를 중심으로 보건복지부에 전달한 산부인과 의료계의 입장을 소개했다.

이어 송혜정 대표는 “14주 이내 조건 없는 낙태 허용은 사실상 98% 이상 대부분의 낙태를 허용하는 것으로, 태아의 생명을 보호하고자 하는 의지가 없는 개정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출산과 낙태의 책임이 여성에게만 부과된 현실을 지적하며 강력한 남성책임법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정선미 변호사는 “정부가 임신 24주까지의 낙태가 합법이라는 인식을 청소년들에게 보내는 것으로, 우리 사회의 생명과 인권에 대한 경시 현상을 악화시키는 결과만을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