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원 목사
▲노숙인자활센터대표회장 최성원 목사.

최근 생활고를 호소하며 자살까지 생각한 민원인에게 라면과 쌀을 보내 격려한 새내기 공무원이 화제가 됐다. 6·25전쟁 당시 세계 최대 빈곤국으로 손꼽혔던 한국은, 올해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 순위 9위를 기록할 전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한 끼 먹을 것을 걱정하고 매일 비바람을 피할 곳을 찾는 사람들이 있다. 실직, 가정파탄, 정신질환, 사고 등 다양한 이유로 거리에 내몰린 사람들이다. 여기, 이 같은 노숙자들이 양산되는 사회적 부조리와 사회적 책임을 주장하며 노숙자들의 삶을 보살펴온 사람이 있다.

“가장 낮은 자에게 베푸는 것이 곧 나에게 행하는 것이라는 예수님의 말씀을 실천에 옮기고자 봉사를 시작했습니다.”

‘노숙자의 대부’로 불리는 최성원 목사(서울역홈리스연합회 회장)는 목회자의 길로 들어서며 이 같은 마음으로 16년간 노숙자들의 친구이자 가족으로 살아왔다. 그가 회장으로 있는 서울역홈리스연합회는 어려운 이들을 돕는 봉사활동단체 21개와 목사 15명 정도가 모여 만들었다.

그가 이처럼 특별한 목회의 길로 들어선 것은 “주님과의 약속”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월남 참전 국가유공자인 그가 이 같은 길로 들어선 이유는, 월남전 파병 당시로 올라간다. 당시 그는 부상을 입고 병상에 누워 있었다. 그는 매일같이 포탄 소리에 시달렸다. 한 부대가 전멸되는 등 수십 명이 죽는 가운데에서 정신적으로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생사의 갈림길에 놓이기도 했다. 투이호아 홈바산 작전 때였다. 그때 그는 30초간 하나님께 서원 기도를 했다.

“하나님, 살려만 주시면 하나님의 일을 위해 일하겠습니다.”

그렇게 그는 목사(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순복음신학교 신학과 4년 졸)가 되었다. 그는 “목사가 되고, 하나님과의 소원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베트남을 찾아가 우리가 저지른 일들에 대해 사과하고 선고하고 싶었지만, 공산화되면서 그러질 못했다”며 “누구든 해야 할 일이라면 내가 하자는 마음이었다. 노숙자 문제는 어느 한 개인의 자발적인 선택이 아닌 시대의 아픔”이라고 말했다.

“제일 밑바닥에서 헤매며 살고 있는 배고픈 사람들에게 밥 주는 것이 좋습니다. 정말 주님을 따르는 종이라면 예수와 같이는 못 할지언정 말씀한 대로 실천하는 노력은 있어야 합니다. 아무리 교회에서 사랑하고 용서하라고 설교한다고 해도, 행함이 없는 것은 믿음은 소용이 없는 것이죠. 그렇지만 저 역시도 여전히 성경 말씀에 부합된 삶을 사는 데 부족함이 없지 않나, 왜 나는 가르침대로 살지 못할까, 매일 기도하고 참회하며 회개합니다.”

최성원 목사
▲용산역, 신용산 지하차도 위에서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을 하고 있는 모습.

개인 재산을 들여 노숙자들을 위해 무료급식 등 봉사에 나섰다는 그. 초기에 개인 재산 ‘1억’ 정도를 썼다고 한다. 그리고 월남 참전 국가유공자 수당과 자녀들의 도움을 얻어 이 사역을 이어왔지만, 재정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다.

“현재로서는 무료급식 재원을 하는 길이 후원금뿐인데, 개인 통장에도 후원금 통장에도 잔고가 없습니다. 그나마 한 재래시장에서 상품성이 떨어져 팔 수 없는 식자재들을 모아 보내주고 있어 무료급식을 이어가고 있지만, 올겨울이 걱정스럽습니다.”

그는 서울시 등 정부나 지자체 차원의 지원도 없다고 밝혔다. 그는 “서울시는 담당 공무원이 현장에 잘 나오지도 않고 성과 위주의 행정을 펼치고 있다. 일례로 시가 서울역 배식을 요일과 끼니별로 종교·봉사단체에 나눴는데, 한번에 세 끼가 배식 되거나 배정 단체가 중복되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었다. 또한 관련 제도를 보완하거나 시정하려는 노력이 필요한데도 기존 제도를 고집하고 있어 실질적인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노숙자들을 향한 관심과 힘을 보태줄 것을 호소했다.

“태생이 노숙자인 사람은 없습니다. 그 사회와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죠. 누구라도 돈이 없으면 노숙자가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그렇고, 그런 마음으로 이들을 돕는 일에 힘을 보태주길 바라요. 가정이나 회사, 사무실, 기업체에서 쓰시고 남는 각종 물건(전자제품, 생활필수품, 작업복, 팔고 남은 제고품 등)을 모아서 연락해 주면 저희 연합회에서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히 노숙자들에게 무료급식에 필요한 식자재 쌀이나 라면, 국수 등 음식들을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동시에 그는 ‘노숙자 재활’ 문제에 대한 관심을 촉구했다. 최 목사에 따르면, 현재 50~60대 중 6.25를 겪으며 전쟁고아가 된 사람들이 많다. 이와 비슷한 종류의 사람들이 노숙자 전체의 52%에 달한다고 한다. 이에 최 목사는 사회가 일할 능력이 있어도 ‘신원 보증’, ‘담보’ 등의 문제로 이들을 복귀시켜주지 않는 문제를 꼬집었다.

“아무리 일할 능력이 있다지만 신원보증이 안 되고 담보도 없으니 회사에서 대부분 받아주지 않습니다. 특히, 나머지 48%는 그렇지 않은 사람들이에요. 교도소에서 한 20~30년 있다가 나오고, 정신병 환자들은 15년 이상 되면 병원에서 돈이 안 되니까 한 달 치 약만 주고 내보냅니다. 이런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정신 공황 상태예요. 돈은 없는데 직장에서는 받아주지 않으니까 거리로 나오는 거예요.”

그러면서 그는 가장 큰 문제로 “일을 하려 하지 않는 것”을 꼽으며 “사회적·제도적 도움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건 맞지만 돈만 생기면 술이나 마시려고 하는 행태는 손가락질받아 마땅하다. 나라에서 도와준다는데 정작 그 대상이 일할 의지가 없다면 소용없다”며 “급식은 수단 가운데 하나이고 자활을 돕는 것이 목적이다. 함께 지내며 무슨 일이든 하도록 시키고 권하고 있으며, 조금이라도 일할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돈을 줘서라도 일을 보낸다”고 했다.

“노숙자들이 재활해서 스스로 잘 사는 모습을 보면 그렇게 기쁘고 즐거울 수가 없어요. 지금껏 일을 찾아 자립하도록 도운 사람들이 200~300명 정도 돼요. 오토바이를 사서 택배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아파트 경비를 하는 사람도 있어요.”

이 밖에 그는 ‘이주 노동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두고 있었다. 월남전을 겪으며 베트남어를 배웠다는 그는 한국에 일하러 온 베트남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청취하고 가능하면 해결까지 나서고 있다.

“체불임금 해결이 주로 많은데, 한번은 어느 베트남 노동자가 우리나라 공장에서 일하다 양손의 손가락 모두를 잘린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산재보험금으로 달랑 100만 원이 나와 이상하게 여기고, 여기저기 알아봤더니 공장주가 나머지를 빼돌린 것이었습니다. 받아내서 다시 돌려줬는데, 너무 고맙다면서 한동안 매달 2~30만 원씩 보내기도 했습니다. 베트남 노동자들을 위해 위문 공연도 지금껏 15차례 열었었는데, 얼마 전 사기를 당하면서 잠정 중단된 상태지만 재개할 예정입니다.”

이제 올해로 75세가 된 그. ‘예수님의 사랑’을 실천하고자 이 같은 길로 들어섰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오히려 노숙자들로부터 받은 사랑이 크다고 말했다. 이제는 노숙자들을 위한 공간을 마련하고 싶다고 한다.

“고백하건대 지금까지 봉사활동에서도 후회스러운 부분이 많습니다. 후원금이 모이면 노숙자 30명 정도가 머물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함께 지내며 그들의 자립을 돕고 싶어요. 여기까지 저를 이끌어준 하나님에게 내 생애 마지막 약속을 했어요. ‘죽기 전까지 이 한 몸 바쳐서 이웃들을 돕겠다’고요.”

문의: 010-3062-8282. 용산구 후암로 35길 7(후암우체국 앞) 서울역 노숙인 자활센터 사무실 최성원 목사
후원계좌: 농협 301-0160-2305-31(예금주:사단법인 나눔과 기쁨 서울역 홈리스연합회)

최성원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