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통 교회 내에 영구적 수용·적용되어야 할 원리
이들 원리 위에 개인 신앙과 교회 공동체 세울 때
한국교회, 더 건강하고 성숙하게 변화되어 갈 것

마르틴 루터 95개조 논제
▲95개조 논제를 성문에 게시하는 마르틴 루터. 벨기에 작가 페르디난드 파웰(Ferdinand Pauwels)의 그림이다. ⓒ위키피디아

루터 신학의 영구적인 유산(Permanent Legacy of the Theology of Martin Luther)과 한국교회 개혁

중국 우한 폐렴,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를 강타한 지도 어느덧 1년이 다 되어간다. 한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사태가 이렇게 오래 지속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을 못했을 것이다. 정신없이 코로나와 싸워오느라 세월을 잊고 살았는데, 정신을 차리고 캘린더를 응시하니 벌써 10월 중순에 접어들었다.

10월에는 항상 기다려지고, 또 고대하는 날이 있다. 그것은 10월 31일 종교개혁 기념일이다. 503년 전인 1517년부터 유럽교회는 종교개혁을 통과하면서 영광스러운 복음의 회복과 참된 교회의 부흥을 경험했다.

흑사병이라는 무서운 전염병으로 고통당하던 당시 유럽의 그리스도인들을 주님은 은혜의 복음을 회복하는 대사건을 통해 위로해 주신 것이다. 오늘날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통 중에 있는 한국교회와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님께서 마련하신 위로의 선물도 한국교회의 놀라운 회복과 부흥이길 간절히 기도한다.

종교개혁의 도화선이 되었던 것은 1517년 10월 31일 루터가 면죄부를 포함한 교황의 폭정과 가톨릭의 비성경적 가르침에 대한 토론을 제안하는 반박문을 내건 것이었다. 루터는 그 이후 약 30년간 종교개혁운동을 이끌면서 다양한 신학적 작업을 하게 된댜.

이런 신학적 작업을 통해서 루터는 복음주의 개신교의 아버지가 되었다. 그의 신학이 우리에게 남기는 영구적인 유산을 아래와 같이 10가지로 요약해 본다. 이 유산들을 오늘날 한국교회 내에서 잘 회복하고 적용한다면 한국교회의 미래는 더 밝아 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1.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라
2. 성경만이 하나님의 말씀이다
3. 전적 타락과 인간 의지 속박
4. 십자가만이 우리의 신학이다
5. 율법은 죽이고, 복음 살린다

첫째는 하나님을 하나님 되게 하라(Let God be God!)는 원리이다.

그것은 하나님이 만사와 만물 그리고 우주와 역사의 중심이시며, 하나님 없이 인간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뜻이다. 하나님 중심의 세계관과 신앙을 회복할 때 인생의 참된 가치, 의미, 목적을 발견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의 구원은 인간이 주도하는 행위나 공로가 아니라 하나님의 행하심에 달려 있다는 의미다. 다시 말하면 인간의 구원은 철저히 하나님이 주권적인 은혜로 주시는 선물이라는 뜻이다.

둘째는 성경만이 하나님의 말씀이며(Sola Scriptura), 성경이 성경을 해석한다(Scriptura sui ipsius interpres)는 원리이다.

루터에게 있어 성경은 하나님의 말씀이며, 우리의 신앙과 행위에 대한 최고의 규범이었다. 그리고 우리는 성경을 통해서만 하나님을 알 수 있고, 죄인이 구원을 얻을 수 있는 길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성경은 하나님의 자기 계시이자 구원의 계시이다.

셋째는 의지의 속박(The Bondage of the Will/ De Servo Arbitrio, 1525)이라는 신학적 원리이다.

루터가 ‘의지의 속박’이라는 논문을 쓰게 된 것은 인문주의자 에라스무스의 자유의지론(De Libero Arbitrio)에 반박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는 이 논문을 통해 인간 본성의 전적 타락을 명쾌하게 논하면서, 인간의 의지가 죄에 속박된 노예의지임을 분명하게 밝혔다. 따라서 인간은 스스로의 노력이나 능력으로 자신을 구원할 수 없고, 외부의 구원자를 기다려야 한다.

넷째는 십자가만이 우리의 신학(The Cross Alone is Our Theology)이라는 원리이다.

루터는 십자가의 신학과 영광의 신학을 대비시키면서, 하나님의 아들 예수 그리스도가 죄인을 대속하기 위한 죽음을 경험한 십자가의 사건이 하나님이 어떠하신 분이신지를 가장 분명하게 계시해 준다고 주장하였다.

다섯째는 율법과 복음(the Law and the Gospel)의 원리이다.

루터에 따르면 율법은 죄를 지적하고, 드러내고, 고발하며, 죄인을 정죄하고, 죽인다. 반면 복음은 죄를 용서하고, 덮고, 죄인을 살린다. 그래서 루터는 성경의 어느 본문을 읽더라도 이 율법과 복음의 원리에 의해 해석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6. 그리스도인의 자유라는 선물
7. 복음의 중핵, 이신칭의 원리
8. 선행은, 성도의 필연적 열매
9. 만인제사장론, 만인선교사론
10. 소명론, 모든 직업의 성직화

여섯째는 그리스도인의 자유(On the Freedom of a Christian; De Libertate Christiana; Von der Freiheit eines Christenmenschen)라는 원리이다.

루터는 ‘그리스도인의 자유’라는 논문을 통해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은 완전히 자유로운 만물의 주로서 어느 것에도 종속되지 않는다.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은 완전히 모든 사람에게 의무를 진 종으로, 모든 것에 종속된다”고 주장함으로써, 그리스도인에게 주신 자유가 얼마나 위대한 선물인가를 극명하게 보여주었다.

일곱번째는 이신칭의(Justification through Faith by Grace Alone, Sola Gratia et Sola Fide)의 원리이다.

칭의는 죄인이 회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주와 구주로 믿고 영접할 때 하나님은 그 죄인의 모든 죄를 사하시고, 예수님 만큼 의로운 자라고 선언하시는 사건이다. 루터는 이신칭의가 복음의 중핵이라고 주장하였고, 칭의 교리가 교회가 서고 넘어지는 교리(justificatio est articulus stantis et cadentis ecclesiae)라고 주장하였다.

여덟번째는 그리스도인의 선행이 오직 은혜와 믿음으로 칭의된 그리스도인의 삶에서 필연적으로 열리게 되는 열매라는 원리이다.

그리스도인의 선행은 하나님의 은혜에 대한 감사가 기초이며, 또한 선행은 구원받음의 목적(엡 2:8-10)이고, 성경은 그 선행을 사랑과 나눔으로 요약한다고 주장하였다. 루터는 믿음이 어머니라면, 선행은 그 어머니의 모태에 잉태된 아기라고 했다. 참된 믿음은 선행을 잉태하고 있으며, 참된 믿음은 반드시 선행을 낳는다.

아홉번째, 만인제사장(The Priesthood of All Believers)의 원리이다.

이 만인제사장의 원리는 만인신학자론(The Theologianhood of All Believers)과 만인선교사론(The Missionaryhood of All Believers)으로 확대될 수 있다. 모든 그리스도인은 영적인 제사장으로서 다른 어떤 인간 매개자나 중재자 없이 오직 참된 중보자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힘입어 하나님께 담대히 나아가 하나님을 예배하며, 하나님과 교제할 수 있게 되었다. 영적인 제사장인 그리스도인은 동시에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도록 부름받은 신학자이며, 하나님의 덕을 선전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피묻은 복음을 증거하도록 부름받은 선교사이다.

마지막 열번째는 소명론이다.

루터에 따르면 소위 풀타임으로 교회를 섬기는 성직자 또는 교역자만이 하나님께 소명을 받은 자가 아니라, 만인 즉 모든 그리스도인이 소명을 받은 자이며, 그들에게 주신 모든 직업이 성직이다라는 원리이다.

이상 루터가 강조한 10가지 신학적 원리는 정통 교회 내에서 영구적으로 수용되고 적용되어야 할 원리이다. 이 10가지 신학적 원리 위에 우리 개인의 신앙과 교회 공동체를 세워나갈 때 한국교회는 더 건강하고 성숙한 교회를 변화되어 갈 것이다. 주님께서 수일 내에 이 일을 성취해 주시길 간절히 소원한다.

정성욱
▲정성욱 교수.

정성욱 박사
美 덴버신학대학원 조직신학 교수
저서 <티타임에 나누는 기독교 변증>, <10시간 만에 끝내는 스피드 조직신학>, <삶 속에 적용하는 LIFE 삼위일체 신학(이상 홍성사)>,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종교개혁 키워드>, <한눈에 보는 십자가 신학과 영성>, <정성욱 교수와 존 칼빈의 대화(이상 부흥과개혁사)>, <한국교회 이렇게 변해야 산다(큐리오스북스)>, <밝고 행복한 종말론(눈출판그룹)>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