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 변질, 20 아닌 80 머물러도 부끄러워 않는 것
매일 우리끼리 잔치하며, 신음하던 사람들 외면해
인생의 깊은 골짜기, 하나님 일하시고 부르시는 때

분당우리교회 10월 11일
▲분당우리교회 예배 모습. ⓒ유튜브
이찬수 목사(분당우리교회)가 11일 교회 ‘2020년 새생명 축제’ 첫 주일을 맞아, ‘다시 시작하는 법 익히기(요 21:15-17)’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이 목사는 “올해 새생명축제는 교회 안에서 다락방에 참여하지 않으시는 분이나 비대면 예배가 오래 지속되면서 예배의 은혜를 누리지 못하는 분들을 섬기는 것이 목표”라며 “교회 안에 손길이 필요한 연약한 성도님들을 위해 기도해 달라. 다음 주에는 가족을 초대해 식사를 나누고 주일예배를 함께 드리면 좋겠다. 다음 주부터 적지만 예배 참여 기회가 주어졌다”고 전했다.

그는 ‘20대 80 법칙’을 소개하면서 “핵심은 소수가 나머지를 이끌고 섬기고 돌본다는 것이다. 오래 전부터, 부족한 종이지만 80%가 아닌 20%에 속하길 원한다고 기도드리고 있다”며 “오늘 우리가 세상에 사과할 일이 있다면 무엇인가. 교회의 변질은 어마어마한 게 아니다. 80% 안에 머무르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상태다. 모든 그리스도인들에게 80 대 20 법칙은 새로운 꿈과 목표를 가져다 준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데이비드 브룩스의 신간 <두번째 산>을 소개하면서 “저자는 모든 인생에게는 추구해야 할 산이 두 개 있다고 한다. 첫번째 산은 모든 사람들이 본능적으로 추구하는 것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상에 자기의 족적을 남기려는 본능을 추구한다”며 “두번째 산은 첫번째 산에서 추구하던 본능적 욕구보다 훨씬 심오한 목적으로 오르는 산이다. 그동안 추구하던 물질적 성공보다 내면의 성장이 중요하고, 물질만으로 깊은 내면의 무언가를 만족시킬 수 없음을 깨닫는 사람들이 오르는 산”이라고 설명했다.

이찬수 목사는 “첫번째 산에서 두번째 산으로 올라갈 때, 반드시 고통의 골짜기가 있다고 한다. 저자는 톨스토이를 예로 든다. 형이 37세에 폐결핵으로 사망했을 때, 톨스토이는 인생이 멈춰버렸다고 표현할 정도로 충격을 받았다. 사람들은 그를 칭송했지만, 아무 의미를 느끼지 못했다”며 “이처럼 누구나 예외없이 고통의 골짜기를 반드시 만난다. 그럴 때 어떤 사람은 헤어나지 못하고 평생 비참하게 허덕이다 끝내지만, 톨스토이처럼 기어이 극복하고 가치있고 의미를 부여하는 두번째 산을 향해 나아간다”고 소개했다.

이 목사는 “오늘 초청받은 분들에게 소개하고 싶은 것은, 모든 인생은 피할 수 없이 고통의 골짜기를 만나게 된다는 것”이라며 “제가 믿는 하나님의 존재의 의미가 있다면, 지난 60년 세월을 걸어오면서 톨스토이 같은 치명적인 고통은 아니라도 항상 제게 목자가 되어주셨다는 것이다.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로 다닐지라도, 길을 잃고 헤메는 양같은 우리를 지팡이로 이끄셔서 골짜기를 벗어나게 하실 뿐 아니라(시 23:4) 두번째 산으로 인도하신다. 그 하나님을 소개하고 싶다”고 밝혔다.

분당우리교회 10월 11일
▲이찬수 목사가 설교하고 있다. ⓒ유튜브
이후 ‘고통의 골짜기를 지날 때 도우시는 하나님’이 주시는 2가지를 전했다. 먼저 “‘다시 시작할 기회’를 주심”이다.

이찬수 목사는 “본문 말씀에 너무 좋은 샘플이 담겨 있다. 베드로가 절망의 골짜기를 헤매고 있었다. 오죽 했으면 예전의 고기 잡던 삶으로 돌아갔겠는가. 그래서 부활하신 주님께서 베드로를 회복시키기 위해 찾아가셨다”며 “그러나 주님은 베드로의 과거를 캐묻지 않으셨다. 지나가는 말로라도 ‘내가 이해한다’ 같은 말씀을 하지 않으셨다. 주님은 오로지 베드로의 미래에 관심이 있으셨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이 목사는 “지나온 제 삶을 돌아볼 때도 주님을 실망시키고 부끄러웠던 많은 기억들이 있지만, 주님은 그럴 때마다 자격 없어 낙심한 제게 늘 미래지향적이고 새롭게 기회를 주셨다”며 “주님은 믿음이 있어 물로 뛰어들었다가 상황 앞에 물에 빠진 베드로를 건지셔서 다시 기회를 주신다. 본문에서도 그렇게 주님을 배신하고 부인하고 절망의 골짜기를 헤매고 있는 베드로를 찾아 다시 기회를 주신다. 이것이 주님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와 너무 대조되는 사람이 가룟 유다다. 베드로는 다시 시작하는 법을 배워서 위대한 사도가 됐지만, 가룟 유다는 자살하고 말았다”며 “사실 주님께서는 베드로보다 가룟 유다에게 훨씬 많은 기회를 주셨다. 그러나 그가 관계를 끊어버렸기 때문에, 다시 기회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물에 빠져 허덕이는 우리가, 주님께서 뻗어주신 그 손을 붙잡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가”라며 “주님은 그렇게 다시 기회를 주신다”고 했다.

둘째로 “‘새로운 의미 부여’의 삶을 도우심”이다. 이에 대해 “고통의 골짜기에 빠질 때마다 기억해야 한다. 주님은 우리 인생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신다”며 “본문에서 이번에 새로운 발견을 했다. 옛 이름 ‘요한의 아들 시몬’이라고 부르셨다. 이렇게 부르신 것은 책망하기 위함이 아니다. 원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것이다.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 주겠다는 말씀”이라고 말했다.

이찬수 목사는 “동네 뒷산이 아니라 크고 깊은 산에서 길을 잃으면, 원점으로 가야 한다. 자기가 길을 찾겠다고 나서면 조난당하고 만다”며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공동체적으로, 더불어 함께 세상을 섬기는 두번째 산을 보여주신 것”이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여기서 떠오르는 것은 ‘변화산’이다. 주님은 ‘여기가 좋사오니 머물자’던 베드로의 간청을 매몰차게 거절하시고, 세상으로 내려가셨다. 바로 뒤 말씀을 보면, 자식 때문에 절규하던 아버지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라며 “우리가 이 시대에 국민들 앞에 부끄럽게 사죄해야 하는 게 바로 이것이다. ‘첫번째 산이 너무 좋사오니’ 하면서 매일 우리끼리 잔치하고 잘 지낼 때, 산 밑에서 각종 문제로 신음하던 사람들이 있었다”고 했다.

그는 “톨스토이처럼 인생의 깊은 골짜기에 빠져 있는 사람이 있다면, 바로 지금이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일하시고 두번째 산으로 부르시는 때임을 아셨으면 한다”며 “상황상 초청자들이 교회로 오시지 못했지만, 이렇게 영상을 통해서라도 눈물로 호소하고 싶다. 지금이야말로 하나님께서 내미시는 손을 붙잡으셔야 한다. 거절하시면 안 된다”고 역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