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 세상과 철학은 부정적이나 신학은 소명과 기쁨
일 만끽하고 서로의 재능 존중하며 선용할 수 있도록
코로나 시대 그리스도인 사명 ‘서로를 위해 일하기’로

비대면 컨퍼런스
▲2부 종합토론이 진행되고 있다.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교회를 상상하다’를 주제로 10월 8일 오후 서울 신문로 새문안교회 1층 새문안홀에서 온라인 컨퍼런스가 개최됐다.

2부 ‘코로나 이후 교회의 공공성을 고민하다’에서는 송용원 교수(장신대)가 ‘코로나 시대 일의 신학’을 주제로 발표했다.

송용원 교수는 “사회학자들이 이 시대를 ‘M(마스크) 세대’라고 한다. 올해 초등학교 들어간 아이들은 친구 얼굴도 보지 못하고 있다.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라며 “눈을 성경은 ‘영혼의 등불’이라고 하고, 인문학에서는 ‘마음의 창문’이라고 한다. 한국 사람들은 북미 유럽 사람들에 비해 눈을 잘 마주치지 못하지만, 눈을 마주치는 것은 중요한 커뮤니케이션 중 하나다. 일터는 천하보다 귀한 하나님 형상을 가진 한 인간의 눈빛을 만나는 곳”이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생존을 위해 일하는 사람도 있고, 성공을 위해 일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지금은 생존을 위해 일해야 하는 시대다. 허먼 멜빌의 모비딕을 보면, 배가 뒤집힐 것 같은 상황에서는 신학적 사유를 할 여유가 없고, 생존을 위해 몸부림칠 수밖에 없다”며 “코로나 때문에 직장을 잃어버리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 그래서 일에 대한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도로시 세이어즈가 2차 세계대전 이후 이웃을 위한 일, 지구 공동체를 위한 일을 말했지만 70년간 우리는 그의 경고를 무시했고, 결국 코로나 바이러스가 찾아왔다”고 전했다.

그는 “세상과 철학은 육체노동을 부정적으로 보지만, 신학은 달랐다. 베네딕트와 아퀴나스, 루터 등은 일을 소명과 기쁨의 차원에서 이야기한다”며 “나와 너, 우리 모두를 위한 일하기로 돌아가야 한다. 하나님 보시기에 좋은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 회사를 뜻하는 단어 컴퍼니(Company)는 더불어 빵을 나눈다는 라틴어(Cum Pane)에서 유리했다. 일터는 곧 성찬과 연관돼 있는 것이다. 그러나 교회에서 일과 영성, 신앙과 삶의 통합을 위한 메시지를 제대로 전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비대면 컨퍼런스
▲송용원 교수가 발표하고 있다.
송용원 교수는 “하나님의 더 큰 이야기 속에서 자기의 일을 바라보고, 동료를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람들로 대하며, 일터에서 만나는 인간을 하나님 형상으로 인식하고, 일을 ‘예배 이후의 예배’로 이해해야 한다”며 “성경은 인간 다움을 가져오는 궁극적 토대는 일, 소비, 여가, 자아 도취가 아니라, 하나님과 나누는 교제라고 말한다. 인간은 성령을 통해 하나님을 예배하고, 세상 일터에서 하나님과 협력하는 파트너로 새 창조를 추구할 때, 인간은 자신을 찾고 누리게 된다”고 강조했다.

송 교수는 “하나님과의 관계가 우리 인간 됨의 열쇠이다. 일은 우리 실존의 근본 차원 중 하나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스도인에게 일이란 무엇인가”라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그리스도인들의 사랑과 섬김의 일을 통해, 사익과 공익은 상호 배타적이 아니라 보완적인 관계로 새롭게 창조되고, 개인의 자유, 모든 이의 필요, 환경 보존을 포함하는 하나님 나라의 공동선을 사회적 차원에서만 아니라 영적 차원에서 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그리스도인의 사명은 ‘서로를 위해 일하기’가 돼야 한다”며 “그리스도인들이 일 자체를 만끽하고, 서로의 재능을 존중하며 선용할 수 있도록 교회가 역할을 해야 한다”고 했다.

2부 첫 강의를 맡은 성석환 교수(장신대)는 ‘코로나와 신앙 공공성’ 강연에서 “코로나 시대 사회적 거리두기 및 ‘긴급 재난지원금’이라는 새로운 공공성에 대한 반성을 통해, 한국교회는 새로운 시대가 요청하는 비위계적 관계형성 및 자기주도적 신앙을 형성해야 한다”며 “성도들이 사회적 공론장에 참여해 공공의 선을 만들어가는 일에 일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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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자연과 공존하는 삶’에 대해 이성호 교수(연세대)는 “코로나 팬데믹 발생은 인간 문명의 확장(숲의 훼손)과 폭력(공장식 축산업)의 연쇄적 구조에서 발생했다”며 “한국교회는 코로나 시대의 진정한 극복을 위해 생태적 영성을 통한 생명 중심 교회로 거듭나야 한다”고 밝혔다.

김정형 교수(장신대)는 ‘느린 일상에서 답을 찾다’는 제목으로 “인간 문명에서 기인한 기후 변화와 코로나19는 연관성이 있다”며 “비대면 문화의 확산으로 여행 등의 이동이 줄어들면서 자연이 회복되는 ‘코로나의 역설’을 통해, 삶을 반성할 기회를 주는 느림의 미학을 발견하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꿈꾸는 신앙을 갖자”고 권면했다.

김희헌 목사(향린교회)는 ‘한국교회 고통감수성을 돌아보다’라는 주제로 “미국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경찰의 폭력으로 숨졌던 사건은 적자생존의 삶 속에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현대 문명의 위기를 상징한다”며 “다른 이웃 및 생명들과 상생할 수 있는 신앙을 위해, 한국교회는 타자를 향한 고통 감수성을 회복하는 것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택트 시대 불안정한 정신을 돌아보다’를 제목으로 박일준 교수(감신대)는 “네트워크로 마음이 연장되고 서로 얽혀 연대할 수 있지만, 자본과 결합된 네트워크는 노동자들의 시간을 앗아가며 무한 정보 앞에 탈진한 뇌는 정신질환으로 이어진다”며 “한국교회가 포로기 유대인이 그러했듯 비대면 시대를 역으로 활용해, 네트워크를 통한 살가운 관계 회복(성육신 신앙)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이날 발표한 학자와 목회자들이 소속된 ‘포스트 코로나 목회연구 2020’은 코로나 시대와 마주하는 새로운 현실 속에서 현장 목회자의 고뇌와 소장 신학자들의 숙고를 통해, 새로운 교회의 모델을 그려보기 위해 <비대면 시대의 새로운 교회를 상상하다>라는 도서를 함께 출간하고 컨퍼런스를 기획했다.

앞서 1부 ‘코로나 이후 뉴노멀 목회를 상상하다’에서는 김은혜 교수(장신대)가 ‘언택트 시대의 관계적 목회 가능성’, 윤영훈 교수(성결대)가 ‘온라인 공간에서 실험하는 새로운 교회’, 이민형 교수(연세대)가 ‘가정에서 성전을 실현하기’, 황성은 목사(창동염광교회)가 ‘뉴노멀 시대 목회를 위한 교회 체질 변화’, 박은호 목사(정릉교회)가 ‘겉멋을 버리고 다시 출발하는 목회’를 각각 발표한 뒤 종합토론을 진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