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기원

이스라엘의 기원
윌리엄 G. 데버 | 양지웅 역 | 삼인 | 380쪽 | 22,000원

<글쓰기 생각 쓰기>의 저자 윌리엄 진서(William Zinsser)는 그의 책 <공부가 되는 글쓰기>에서 명료한 글쓰기가 명료한 사고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주장한다. ‘배움’은 사전 지식이 없더라도 논리적이면서도 쉽게 쓰인 글을 통해 자연스럽게 습득된다고 강조한다.

탁월한 선생은 훌륭한 작가여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윌리엄 G. 데버(William G. Dever)는 이스라엘의 기원 문제에 있어 우리를 친절하게 안내하는 신뢰할 수 있는 선생이다.

데버는 이스라엘의 기원과 관련된 첨예한 논쟁에 신중하게 접근한다. 그의 안내는 고고학과 성서학의 기초지식이 없는 사람도 쉽게 이 논쟁의 전체적인 흐름을 볼 수 있도록 돕는다(구약학에 문외한한인 나도 이해할 수 있도록!).

그는 이전의 연구결과를 꼼꼼하게 살핀다. 성서학과 고고학, 사회학 등의 방대한 자료를 객관적으로 분석한다. 최대한 치우침 없이 자료를 대하려고 하는 그의 신중함이 곳곳에 묻어난다.

그는 <이스라엘의 기원>에서 많은 학자들의 연구와 현재 발견할 수 있는 최신의 고고학 자료, 성서 자료를 총망라하여 비판적 분석을 한다. 그는 비록 자신의 주장과 다른 학자라 할지라도 합리적 결과물이 있다면 흔쾌히 그 학자의 주장을 인정하고 받아들인다.

그는 역사를 기록함에 있어 고고학적 자료들이 우선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제시한다. 그럼에도 성서 자료를 무시하지 않는다.

초기 이스라엘의 기원 문제는 성서를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하는 성서 내적인 측면과 고고학의 관점으로 바라보는 성서 외적 측면이 있다.

텍스트가 언제 기록되었으며, 어떤 의도와 목적으로 편집되었는지에 대한 객관적 정보가 있다면, 텍스트의 역사성 자체에 대한 질문은 어느 정도 해결될 것이다. 친절하게도 저자는 성서 텍스트의 기록과 편집의 목적과 과정 등을 12장에서 제시한다.

텍스트의 해석도 그러하지만, 고고학은 동일한 자료를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따라 다양한 결론이 도출된다. 결국 학자들은 자신의 관점을 관철시키려는 목적을 내려놓아야 한다.

자신들의 종교적·신학적 목적에 따라 고고학이 어떻게 사용되었는지 치열한 논쟁사를 데버는 이 책 말미에 제시한다. 또한 그 동안의 고고학 연구에 대한 다양한 학자들의 견해를 8장에서 언급한다.

이스라엘 성지 발굴
▲CTS특별 기획 다큐멘터리 ‘이스라엘 성지 발굴 5년의 기록, 텔 라기스를 찾아서’. ⓒCTS 제공
이 책은 고고학과 성서학의 최고 정점에서 벌어지는 대화다. 저자는 고고학과 성서학 내부의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서도 대화를 중재한다.

그는 열린 자세로, 진중하면서도 유쾌하게 대화를 이끌어간다. 한쪽 면만을 부각하거나 밀어붙이지 않는다. 모두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다양한 자료를 최대한 많이 축적해 간다.

최대한 많은 자료들을 세심하게 대해야 한다. 데버는 풍부한 자료들을 모두 활용한다. 혹 성서 이야기를 흔드는 자료라 할지라도, 충분히 신뢰할 수 있다면 과감하게 제시한다. 그는 이 모든 것들을 수렴하는 지점을 고민한다. 그리하여 그만의 결론을 도출한다.

그의 결론은 한 문장으로 요약할 수 있을 정도로 간명하다. 하지만 그 결론을 제시하기 위한 과정과 그의 태도가 중요하다.

이스라엘의 기원에 대한 그 동안의 연구와 최신의 자료, 데버의 능숙하면서도 친절한 안내가 필요한 독자라면 그냥 지나치기는 어려운 책인 듯하다.

모중현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열방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