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 신약 성경
필립스 신약성경(전 2권 세트)

J. B. 필립스 | 김명희·송동민 역 | 아바서원 | 896쪽 | 25,600원

종종 설교나 강의를 한다. 논리의 흐름은 불분명하고, 우리 삶에는 적실하지 못했다. 울림이 없었다고 해야 하나? 마음에 부딪히는 단어가 없다. 내 삶에서 길어 올린 언어가 아니다. 고심했다. 골몰했다. 어떻게 우리의 삶에 구체적으로 닿을까?

그리스도인들은 성경을 ‘진리’라고 믿는다. 우리 삶에 중차대한 원리와 원칙이 ‘성경’ 안에 있음을 고백한다. 성경은 하나의 큰 이야기다. 삼위일체 하나님께서 빚어가는 하나의 드라마다.

하지만 아무리 좋은 이야기라도 들려야 유익을 누린다. 참되고 옳은 글이라도 읽혀야 영향력을 미친다. 그렇다. 성경은 계속 들려져야 하고, 읽혀야 한다.

‘The Message(메시지 성경)’의 저자 유진 피터슨(Eugene H. Peterson, 1932-2018)은 거대한 드라마인 성경 이야기가 더욱 친근하게 들려지고 읽혀야 한다고 믿었다. 그리하여 삶의 대부분을 성경을 번역하는데 매진했다. 그 결과물이 ‘The Message’ 성경이다.

피터슨은 어떤 계기로 성경을 새롭게 번역할 마음을 가졌을까? 그는 <이 책을 먹으라>에서 그 이유를 소상히 밝힌다. 바로 J. B. 필립스(John Bertram Phillips, 1906-1982) 목사가 번역한 성경을 읽으면서다. 피터슨은 필립스 성경을 읽으며, 성경 텍스트 자체의 세계에 들어가게 되었고 밝힌다.

필립스는 자신이 교구 목사로 사역할 당시, 청년들이 성경 말씀 자체를 어려워함을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는 헬라어로 된 서신을 직접 번역하기에 이른다.

부분적으로 번역된 그의 책들은 서신서, 복음서, 사도행전, 요한계시록 등을 차례로 출간해 신약성경을 완간하기에 이른다. 그의 ‘The New Testament In Modern English’는 전 세계에서 8백만 부 이상 팔렸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쳤다.

그는 성경의 맥락을 중시한다. 그리하여 정확성에 치우치기보다, 그 언어에 담겨 있는 생명력을 드러내고자 했다.

신약 성경의 최초의 독자들은 매우 긴급한 상황에 처해있었다. 그 문서는 위기의 상황에서 기록됐다. 문맥에 따라 의미는 천차만별이다. 그렇기에 필립스는 신약 성경의 맥락에서 살아있는 언어로 새롭게 성경을 번역하기를 원했다.

그는 번역자의 역할에 대해 신약 저자들의 메시지를 충분히 이해한 뒤, 성찰과 반성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에 적실한 언어로 표현하는 것이라 했다.

이는 설교자도 동일하다. 성경이 말하는 메시지를 충실하게 해석한 뒤, 우리의 현실에 세심하게 적용해야 한다. 우리는 지속적으로 살아있는 언어로 우리를 노출시켜야 한다. 생명력 있고 생동감 넘치는 언어를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

성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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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익히 아는 마태복음 5장 3절 말씀을 개역개정판으로 보자. “심령이 가난한 자는 복이 있나니 천국이 그들의 것임이요.” 이를 필립스는 “하나님이 계셔야 한다는 것을 아는 이들은 정말 행복합니다. 하늘나라가 그들의 것이니까요!”라고 번역했다.

그는 원어의 뜻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당시의 맥락 가운데 의미했던 저자의 의도를 표현하고자 한다. ​

다시 한 번 우리가 잘 아는 본문으로 비교해 보자. 마가복음 1장 11절 하반절은 예수님께서 세례를 받으시는 장면 이후에 하늘로부터 들리는 소리다. 개역개정은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라고 한다. 이를 필립스 성경은 “너는 내가 끔찍이 사랑하는 아들이다. 네가 정말 마음에 든다!”라고 표현한다. 더욱 생동감이 느껴진다.

원어로 보더라도 ‘ὁ ἀγαπητός(호 아가페토스)’는 ‘극진히 사랑과 아낌을 받는 대상’을 표현할 때 사용되기에 원뜻에 더 가깝게 보인다. ​

한 가지 우려가 남았다. 아무리 좋은 번역 성경이라도 언어와 문화, 시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되는 번역의 어려움이다. 그것은 유진 피터슨과 톰 라이트(N. T. Wright, 1948-)의 성경이 한국어로 번역된다고 했을 때와 비슷하다. 한국의 상황과 맥락, 문화에 새롭게 잘 접목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미 여러 번역서를 통해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던 김명희와 송동민은 이를 훌륭하게 해냈다. 편집의 묘미는 이들도 당당히 필립스와 같은 위치에 둔 것이다.

사도행전에서 요한계시록까지의 성경인 ‘예수에서 교회까지’의 하단에 이런 기록이 있다. “증인들의 기록을 J. B. 필립스와 김명희·송동민이 옮기다”. 번역자의 노고를 따뜻하게 존중하는 출판사의 세심함이 돋보인다.

모중현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열방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