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 국회 상정, 처리 의사 있다는 뜻
목회자와 성도들, 결사적 반대 의사 표명해야
차별금지법? 차별은 개인적 내면 문제인데…

이재훈
▲이재훈 목사. ⓒ크투 DB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가 <월드뷰> 9월호 인터뷰에서 지난 8월 설교 중 “차별금지법이 상정되면 국회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선언한 이유를 전했다.

이재훈 목사는 한교총을 중심으로 범교단적으로 결성된 ‘위장된 차별금지법 반대와 철회를 위한 한국교회 기도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차별금지법과 동성애의 문제점에 대해 거의 매 주일 설교마다 언급하고 있다.

편집인 김승욱 교수(중앙대)와 인터뷰한 이 목사는 차별금지법 반대 서명 동참 문자 메시지를 교회 내 주요 직분자들에게 발송한 것과 관련, “성경적 신앙을 지키려는 노력으로 이해해 주셨기 때문에, 마음으로 반대하는 분은 있을 수 있지만 적극적으로 반대하거나 부정적 반응을 표현한 성도는 아직 없었다”고 밝혔다.

대형교회 목회자가 이렇게 직접 ‘국회 앞 시위’에 나선 적이 별로 없었다는 물음에 그는 “예전에 없던 일이지만, 그만큼 이 법안이 미치는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라며 “지금까지 어떤 법도 근본적인 사회의 틀을 바꾸지는 못했지만, 차별금지법은 헌법이 개정되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 파장이 크다. 그래서 상정되면 당연히 국회 앞에서 시위해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 목사는 “왜냐하면, 더 이상 막을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국회가 상정했다는 것은 처리할 의사가 있다는 것이고, 현재 이에 반대한다는 의원들 숫자가 명확하게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므로 처리될 수도 있다”며 “한국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은 결사적 태도로 반대 의사 표명을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성도로서만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의 일원으로서 자유민주주의 질서가 보장하는 의사 표현의 자유를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남다른 용기를 새롭게 가진 것은 아니고, 차별금지법이 유엔 인권위원회 권고로 전 세계적으로 제정되는 추세인데, 이 법이 통과된 나라들이 과연 그 법의 명칭대로 차별이 금지되고 사라졌는지 살펴봐야 한다”며 “미국은 노골적인 인종차별이 유례없이 더 증가하고 있고, 유럽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왜 이와 비슷한 법들이 제정된 소위 선진국들에서 차별이 사라지지 않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이는 차별이라는 것이 지극히 개인적 내면의 문제이기 때문”이라며 “물론 객관화할 수 있는 차별(남녀차별, 장애인차별 등)은 법으로 막아야 하고 이는 개별적 법률로 시행되고 있다. 객관적으로 정량화할 수 없는 차별의식은 법이 아닌 도덕으로 해결돼야 한다. 법은 도덕을 최소화할 때 좋은 것이다. 개인 간의 모든 갈등을 법으로 해결할 수는 없다. 더 큰 부작용이 일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훈 목사는 “한국교회는 복음을 받아들인 후 1890년대부터 건강한 사회변혁을 위해 앞장서 왔다. 우상숭배와 미신철폐, 조혼폐지와 장례의 구습들을 개혁했고, 여성인권 보장, 노비제도 철폐, 한센병 치료, 결핵퇴치 운동, 금주·금연 졀제 운동, 공창 폐지 등 사회를 평등하게 하는 사회개혁 중심에 교회가 있었다”며 “어떤 분들은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이 이러한 사회개혁 운동을 이어가는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완전한 곡해이다. 도리어 이러한 법을 막는 것이 한국교회 사회개혁의 사명”이라고 전했다.

이 목사는 “한국사회의 건강한 개혁에 기여한 한국교회의 사회운동은 성경적 진리와 가치에 의해 가능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그런 것 같지만, 내용은 성경적 진리와 가치에 정면으로 반한다”며 “성경에 나타난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에 기초한 공동체만이 그 자체가 평등사회를 추구하고 있고, 세상에 존재하는 차별을 제거해 나갈 수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현재 한국교회가 정치 이념으로 양극화돼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라며 “전통적으로 교회가 정치에 대해 초월적 혹은 무관심의 태도가 올바르다는 입장을 견지해 왔는데, 이는 구성원 각자가 가진 다양한 생각을 하나로 통일하기 불가능했기 때문일 것이고, 이러한 태도는 바람직했다”고 봤다.

이에 대해 “차별금지법과 같이 성경적 가치에 정면으로 위배되는 일은 어느 교회 이름으로 의견을 표명할 수 있겠지만, 그 밖의 선거나 경제정책 등 다양성이 있을 수밖에 없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성도들이 각자의 신분과 위치로 사회에 참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교회 차원에서 개입하는 것은 교회가 분열되고 사회적 혼란을 일으킬 수 있다. 자신의 입장에서 상대방을 평가하기보다, 성경의 입장에서 자신을 먼저 평가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월드뷰> 9월호에서는 이 외에도 커버스토리로 길원평 교수 인터뷰를 게재했고, 동성애와 차별금지법 관련 내용을 특집으로 다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