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안 3조 ‘…등’, 모든 종류 차별 사유 포괄 모호
법안이 수수께끼 같다면… 참혹한 결과 따를 것

성채린
▲성채린 청년.
‘…등’이라 기술되는 모호함의 영역. 그 밖의 다른 무엇을 지칭하기에 유용하다. 범위를 정확히 모를 때 마지막에 ‘…등’을 붙이면 해결된다.

그러나 모호함이 절대 허용되지 않는 영역이 있다. 바로 ‘법’이다. 법을 어기면 국가 권력의 제재를 받기에, 법의 내용은 최대한 구체적이어야 한다. 헌법은 이를 아래와 같이 ‘명확성의 원칙’으로 규정한다.

‘국민의 기본권을 직접적으로 제한하거나 침해할 소지가 있는 법규에서는 구체성과 명확성의 요구가 강화되어야 한다(1991.28 헌법재판소의 97헌가8).’

지난 6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차별금지법을 대표 발의했다. 해당 법안 3조는 ‘성별, 장애, 나이, 언어, … , 병력 또는 건강 상태, 사회적 신분 등’을 이유로 불합리하게 차별하는 일을 금지한다.

주목할 점은 ‘…등’. 이는 모든 종류의 차별 사유를 포괄한다. 이미 존재하는 개별적 차별금지법과의 큰 차이점 중 하나다.

개별적 차별금지법은 차별대상에 따라 ‘특정 차별 사유’를 다룬다. ‘…등’의 포괄은 가히 도전적이다. 모호함이 낳을 2차 피해가 일반 국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 있다.

지난 5월, 이태원 클럽발 코로나가 터졌다. 첫 감염자 중 다수가 게이클럽에 간 동성애자임이 밝혀지며 사회적 지탄이 가해졌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된 상태였다면 어땠을까. 소수인 그들을 향한 비판과 부정적 평가는 ‘차별’이 된다. 방역수칙을 어긴 다른 사건과 같은 수준의 비판이라도 동성애자가 ‘차별’을 느꼈다면 어쩔 수 없다.

지난 1월, 휴가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강제 전역당한 변희수 하사를 향한 말도 마찬가지다. 자유로운 개인의 의견이라도 ‘…등’에 걸리지 않게 삼가야 한다.

시설물 이용에도 제한이 생긴다. 본인을 여성이라 인식하는 남성이 여성 화장실 또는 여성 목욕탕에 들어갈 때 이를 거부하면 ‘…등’에 걸릴 수 있다. 수치심을 느낀 여성이 거부했어도 ‘차별’이 되어 법적 제재를 받는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된 외국에서는 역차별이 현실이 됐다. 2013년 2월, 미국 오리건 주에서 ‘멜리사 스윗케이크’를 운영하는 클레인 부부는 동성결혼 축하 케이크 제작을 거절했다.

개인의 종교에 따른 결정이었지만, 해당 레즈비언 커플은 ‘부당한 차별’을 당했다며 고발했다. 오리건 주 노동산업국은 클레인 부부에게 벌금 13만 5,000달러(한화 1억 6,000만원)를 부과했다.

성중립 화장실 문제도 마찬가지. 미국 조지아주의 한 초등학교 여자 화장실에서 5세 여아를 상대로 트렌스젠더의 성범죄 사건이 발생했다. 위스콘신 주 고등학교 성중립 화장실에서도 성폭행 사건이 발생해 해당 화장실을 폐쇄했다.

스포츠 경기에서조차 부당한 차별이 일어났다. 미국 코넷티컷 주 여고생 육상경기에 트렌스젠더 출전 허용 후, 트렌스젠더들이 15회 연속 우승한 사건이 발생했다.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통과될 경우, 우리나라 또한 이 수순을 밟을 수 있다.

멜리사와 아론 클레인, 동성연애, 동성결혼, 반대
▲신앙을 이유로 동성결혼식에 빵 판매를 거부한 오레곤 빵집 주인 멜리사와 아론 클레인 씨. 뒤로는 자녀들이 보인다.
인간의 감정은 분명하나, 여러 감정이 뒤섞이면 모호하다. ‘애증’이란 단어가 괜히 있는 게 아니다. 때론 인생 자체가 모호하다.

이런 모호함을 지닌 인간의 행위는 늘 명확하지만은 않다. 산울림이 부르고 아이유가 리메이크한 ‘너의 의미’는 이를 노래한다. ‘너의 그 한 마디 말도 그 웃음도 / 나에겐 커다란 의미 / 너의 모든 것은 내게로 와 / 풀리지 않는 수수께끼가 되네’.

상대의 한 마디 말과 웃음, 더 나아가 모든 것이 커다란(수많은) 의미가 되고 수수께끼가 될 수 있다. 상대의 의도가 어떻든 다양한 의미로 받을 수 있다. 별 의도 없이 한 말에 동성애자가 ‘차별’을 느꼈다면, 포괄적 차별금지법의 ‘…등’에 걸린다. ‘…등’은 수수께끼 같은 인간의 말과 웃음, 모든 것의 의미를 포괄한다.

사랑은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사랑이란 수수께끼가 주는 떨림이 얼마나 설레는가.

하지만 사랑과 법은 다르다. ‘너의 의미’에서 수수께끼는 설렘이요 아름다움이지만 차별금지법에서 수수께끼는 참혹한 재앙이 될 수 있다.

성채린 (1995년생)
한양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재학
거룩한 대한민국 네트워크 회원
(사) 대한민국 통일건국회 청년단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