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9월은 주요 장로교단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다. 많은 교단들이 이 기간 정기총회를 열고 중요한 사무들과 이슈들을 처리하기 때문이다. 이 총회에서 결의된 사항들은 아주 강력한 권위를 지닌다.
그런데 올해 정기총회는 참으로 어려운 시절에 치르게 됐다.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때문이다. 정기총회에는 예장 합동과 통합 같은 대형 교단의 경우 무려 천수백 명, 웬만한 중형교단들의 경우에도 수백 명에 달하는 많은 대의원들이 모여야 하는데,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강조되고 있는 이 때, 이 같은 인원이 한 자리에 모이는 것은 좋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교단 지도자들은 교회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면서도 총회가 제기능을 다할 수 있도록 다양한 묘책을 내놨지만,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감염 재확산세가 심상치 않게 진행되면서, 대부분 플랜B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가 1박2일 단축, 분산, 인원 제한 등으로도 감당하기 어려운 지경이 되자, 대부분 온라인 총회로 진행하기로 방침을 바꾸고 있는 것이다.
그야말로 참담하고 암울한 상황 속에서 총회를 치르게 될 많은 교계 지도자들이, 부디 현명한 판단과 처신을 보여 주길 바란다. 지금 그 어느 때보다 교회를 향해 많은 이목이 집중돼 있고, 유감스럽게도 그것은 대부분 적의와 비난을 담고 있다. 당장 총회 장소로 예고된 곳들의 지역 주민들이 거센 항의를 하고 있다는 소식들도 들려 온다.
교회 지도자들이 방역에 힘쓰며 지혜로운 결정을 해서, 자칫 총회 개최로 인해 교회의 이미지가 더욱 악화되는 일들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는 세상의 눈치를 봐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세상 속에 존재하는 교회로서 그 이미지를 잘 관리하고 이웃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것 또한 선교의 한 측면이다.
총회의 방식을 놓고 내부 갈등이 없기를 바란다. 방역 당국의 지침을 따르며 총회를 치르려 하면 결국 사상 유례가 없는 형태의 총회가 될 수밖에 없다. 앞서 언급했듯 대부분은 온라인 총회가 될 것이다. 이것을 두고 교단법적 근거를 따지거나 교회의 권위 및 총회의 전통 등을 내세우기 시작하면 그야말로 끝이 없는 논쟁에 빠지게 된다. 그 누구도 상상할 수조차 없었던 이 같은 사태를 가정한 교단 헌법적 근거가 있기는 어렵다. 총회를 이렇게 진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은 모든 기독교인들의 아픔이니, 이를 두고 지나치게 잘잘못을 따지거나 누군가를 비난한다면 걷잡을 수 없는 갈등이 초래될 수 있다.
총회의 모든 주요 결의들은 신중하고 조심스럽게 이뤄져야 한다. 아마 이번 회기의 안건들 대부분은 총회 임원회가 처리하게 될 확률이 높을 것이다. 헌데 제아무리 결의 권한을 임원회가 위임받는다고 해도, 이런저런 잡음은 나올 수밖에 없다. 수많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걸린 일들을 잘못 처리했다가는, 두고두고 그 결의의 권위를 두고 문제가 제기되기도 할 것이다. 시급한 사안들이 아닌 경우 웬만하면 다음 총회로 넘겨 많은 총대들의 논의를 거쳐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운용의 묘도 필요하다.
이 사태 속에서 아파하고 힘들어하는 이들을 배려하고 돕는 총회가 되길 바란다. 교회들도 힘들지만, 세상에 더 힘들어하는 이들도 많다. 큰 교회들도 힘들지만, 작은 교회들은 그야말로 끔찍하게 힘든 상황이다. 더 어렵고 힘든 이들을 위한 나눔과 베풂과 온정이 있는 총회가 되길 바란다. 이미 많은 교회들과 교단들이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위해 적잖은 나눔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주는 것이 받는 것보다 복되다는 말씀을 더욱 붙들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