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 귀찮아
교회가 귀찮아!

제프리 존슨 | 김소영 역 | 제5열람실 | 263쪽 | 13,000원

책 제목처럼 정말 교회가 귀찮은 시대가 된 것 같다. 원서 제목 ‘The Church, Why Bother?’가 내포하는 의미처럼, 단지 귀찮은 것이 아니라, 근심거리가 되고 있다.

예수 그리스도의 교회에 속하지 않은 사람들뿐 아니라, 그리스도를 머리로 삼고 그 몸을 이루고 있는 교회의 각 지체들 역시 ‘과연 교회란 무엇인가?’에 관한 본질적 질문을 품는다.

이 중대한 시기에 이 책의 부제처럼 저자 제프리 존슨은 바로 그 질문, ‘교회란 무엇인가’에 대한 분명한 가르침을 이 책을 통해 제공한다.

저자 제프리 존슨은 미국 아칸소주에 위치한 그레이스 바이블 교회 설교 및 교육 목사이자 그레이스 바이블 신학대학원 총장이다. 그는 그레이스 바이블 교회의 개척 목사로 16년 가까이 한 교회를 섬기고 있다.

제프리 존슨은 국내 소개된 적이 거의 없고, 이 책 출판사인 제5열람실 역시 2018년부터 5권의 책을 출간한 노은하나교회의 출판사이다(최근에 나온 책이 <언약 신학의 정수(2019>이다).

이번에 나온 책은 보디 바우컴, 조엘 비키, 마크 데버, 존 맥아더, 도날드 휘트니 등 유명한 목사의 추천을 담고 있다.

요즘 가장 뜨거운 질문 중 하나는 ‘교회가 꼭 모여야 하는가?’일 것이다. 어떤 사람은 나아가 ‘예배는 꼭 모여서 드려야만 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물론 전염병이 창궐한 세상에서 나와 이웃을 위해 조심해야 할 필요는 있다. 하지만 본질적으로 교회는 모이면 좋고 모이지 않아도 상관없는 공동체일까?

예배는 영과 진리로 드리면 되기 때문에 회중 예배는 개인 예배와 큰 차이가 없는 것일까? 저자 제프리 존슨은 이에 대한 답변을 이 책을 통해 준다.

뿐만 아니라 ‘교회는 건물인가? 교회는 왜 지역별로 존재하는가? 교회는 문화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는가? 교회에 본질적인 행사 혹은 사역이 있다면? 예배란 무엇인가? 공동체라는 것은 어떤 영적 가치를 담아내는가? 교회의 권징과 권위는 왜 필요한가? 교리가 중요한 이유는? 복음 전도는 교회의 사명인가?’ 등 다양한 질문을 각 장에서 던지고, 그에 대한 답변을 간단명료하게 그리고 성경적으로 충실하게 제공한다.

부록에 담은 ‘회중 동의서(멤버십 동의서)’, 지역 교회의 연합 유지를 위한 10가지 방법 또한 참 유익하다.

기본적으로 이 책은 ‘하나님 중심적’ 교회를 지향한다. 많은 이들에게 교회는 하나의 서비스 기관이 되었다. 심지어 교회의 성도조차 교회는 내가 선택하여 서비스를 받는 곳, 예배는 매주 한 번 참석하는 행사로 여기기도 한다.

그래서 교회를 선택하는 기준, 교회를 운영하는 기준, 교회를 판단하는 기준 모두 지극히 사람 중심, 하나님을 낮추고 사람을 높이는 관점으로 세워져 있다.

‘교회에서 내가 좋아하고 편한 노래를 부르는가? 예배드리기 쾌적하고 편안한 건물인가? 말씀은 나에게 위로가 되고 격려가 되는가?’ 등 모든 관심은 사람에게 있다.

하지만 먼저 우리는 하나님과 그 분의 영광을 구해야 한다. 교회의 존재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이요, 예배의 목적 역시 하나님을 즐거워하고 영화롭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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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교회의 한 예배당. ⓒUnsplash
그러므로 ‘교회란 무엇인가’에 관련된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은 하나님께서 과연 각각의 질문에 뭐라고 성경을 통해 말씀하셨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하나님의 말씀대로 순종하여 그분께 영광을 돌리는 최상의 길인지 찾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교회의 본질에 대한 질문이 쏟아지는 요즘, 그런 방향성을 가지고 교회의 본질을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사람들이 뭐라고 평가하는지, 교회 참석자가 가장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먼저 생각한다.

제프리 존슨은 교회의 본질이 무엇인지 기억하라고 호소한다. “지역 교회는 진리에 의해 거룩하여지고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함께 연합된 백성들로 이루어진 하나님의 공식적인 진리의 전달자이다(51쪽).”

이것이 참된 교회의 정의이다. 교회에 다닌다 해서, 기독교 교리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해서 혹은 혼자 신앙을 유지하고 있다 해서 교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교회의 본질이 위와 같다면, 교회는 마땅히 진리를 배우고 전달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성령이 하나 되게 하신 것(연합)을 힘써 지켜야 한다. 그리고 거룩한 부르심에 걸맞은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어둠이 조금도 없으신 하나님과 사귐이 있는 자들은 참 빛이신 예수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제 기능을 할 때만이 참 교회의 역할을 할 수 있다.

교회는 마땅히 세상 문화에 ‘신성한 영향’을 주어야 한다(68쪽). 만일 세상의 반성경적 문화나 세속적 가치관이 교회에 계속 유입되면 아무리 그것이 전도를 위한 목적을 가졌다 해도 먼저는 교회 목적에서 벗어나고, 나아가 인간 중심적 교회가 되어 세상과 차이가 불분명해진다.

저자 존슨이 강조한 것처럼 교회가 구제 사역 등 사회적 참여에 관심을 두는 것은 필요하지만, 그리스도께서 교회에 내리신 대사명은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고 제자를 훈련하는 것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균형을 잃으면 요즘 교회가 겪는 고충처럼,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교회가 교회의 목적에서 벗어났다는 비난을 면치 못한다.

구약의 이스라엘 백성이 제사장 나라로 부르심을 받아 예배 공동체가 되어 절대로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경배하지 않아야 했던 것처럼, 그리스도의 피로 새 언약의 백성이 된 교회는 제사장으로 신령과 진정으로 하나님께 예배드리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교회의 목적이 거기에 있다.

세속 문화나 가치관을 유입하는 것은 하나님 외에 다른 신을 섬기는 것처럼 교회를 혼합주의에 빠뜨리게 만든다.

그리스도께서 세상에 들어와 죄인을 거듭나게 하시고 자신을 닮아 거룩하게 하신 것처럼, 교회는 세상 안에 있지만, 세상에 물들지 않고 오히려 세상 사람을 제자로 삼아 하나님의 거룩하게 하심을 맛보게 하고, 계속 거룩함을 따라 살도록 돕는 공동체가 되어야 한다. 거룩함을 잃으면 오히려 세상에 버려져 밟힐 뿐이다.

제프리 존슨은 이 책을 통해 교회의 연합, 그것도 실질적인 모임을 강조한다. 비접촉, 비대면 시대에 실천하기 무척 어려운 과제다.

그는 또한 진리 안에서 함께 연합하는 것을 강조한다. 코로나로 인해 교회에 쏟아지는 비판을 무마하기 위해서라도 흩어지기 바쁜 지금, 개인플레이에서 팀플레이로 전환하는 것은 정말 힘들어 보인다.

하지만 아무리 거센 저항이 있고 내부의 장애물이 있더라도 교회는 담대하게, 그리고 그리스도를 힘입어 강직하게 진리를 고수해야 한다.

외부 환경이 도가니처럼 교회에 들러붙어 있던 거짓 불순물을 모두 제거하고, 순금처럼 귀한 진리만을 남겨놓는 연단이 되기를 기도한다. 환난과 핍박이 참 교회가 서로를 알아보고 하나로 더욱 연합하는 기회가 되기를 기도한다.

교회는 귀찮거나 근심거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그리스도께서 피로 사신 교회는 그분이 다시 오시는 날까지 여전히 세상의 빛과 소금이며 진리의 기둥이다.

보이는 교회가 세상의 비난을 거세게 받고 있을 때, 보이지 않는 교회가 더욱더 분명히 드러날 것이다.

바로 지금 우리가 하나님이 창세 전에 계획하고 그 아들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부르시고 의롭다 하시고 영화롭게 하신 참 교회인지 점검해볼 때이고, 참 교회로서 하나님의 청사진에 따라 그리스도 안에서 잘 세워져 가고 있는지 확인해 볼 때다.

제프리 존슨의 이 책이 그 과정에 도움이 되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