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정보처리시스템 보면서 놀라는 것처럼
훨씬 복잡하고 경이로운 생명체 정보처리시스템
만드신 창조주 알고 찬양하는 것, 너무 당연한 일

컴퓨터 모니터 복잡 연산 첨단 정보 시스템
▲ⓒ픽사베이
컴퓨터와 같은 정보처리 시스템은 정보를 읽어 들여 해독, 가공, 계산, 복사, 저장, 전송, 출력하는 등의 작업을 수행한다.

정보 처리기계인 컴퓨터 시스템의 두뇌 역할을 하는 CPU를 만드는 인텔사에서 1971년에 4004라는 이름의 CPU를 만들었는데, 이 CPU에 트랜지스터 2,300개를 집어넣었다.

20여년이 지난 1992년에 펜티엄이라는 CPU를 만들었는데, 여기에는 300만개 정도의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었다. 1,400배 정도 더 정교해진 것이다.

다시 20여년이 지나 2015년에 나온 i7 5세대 CPU에는 19억개 정도의 트랜지스터를 집어넣었다. 정보처리 성능이 44년 만에 1백만배 정도 발전한 대단한 기술이다.

이런 일이 어떻게 가능했을까? 바로 인텔의 기술자들을 비롯해 관련 분야 전문가들의 지혜와 능력이 만들어 낸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 시스템의 저장기술의 발전 역시 엄청났다. 1980년대 초 등장한 8인치 플로피 디스크는 160킬로바이트의 데이터를 저장할 수 있었다.

이후 디스크의 크기가 줄어들고 저장용량은 늘어났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 8메가바이트 용량의 USB 메모리가 등장하면서 휴대용 저장장치의 판도가 바뀐다.

USB 메모리 역시 불과 20년 만에 메가 단위에서 테라 단위로 백만 배 가까이 발전했다. 최근 컴퓨터 시스템의 저장장치로 각광받고 있는 SSD(Solid State Drive)는 우리나라 삼성전자가 세계 최고의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2006년 30억 글자 정도의 정보량을 담을 수 있는 32기가 SSD가 시판되었는데, 이후 12년 만인 2018년에 30태라 SSD가 출시되었다. 손바닥만한 장치 속에 담을 수 있는 정보량이 1,000배나 증가하여 30조개 정도의 글자를 담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제 생명체로 이야기를 옮겨보도록 하자. 모든 생명체는 살아있는 동안 필요에 따라 적절하게 세포가 증식되며, 외부 자극에 대한 감각에 따라 반응하며 복잡한 생명활동을 수행한다.

예를 들어 운동선수는 눈과 귀를 통해 얻은 시청각 정보를 뇌가 전달받아 빠르게 해독하고 판단한 후, 신경망을 통해 적절한 명령을 전송하여 팔과 다리에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생명 활동을 자세히 살펴보면, 여러 감각기관을 통해 정보를 입력받는 일에서부터 전달받은 정보를 뇌에서 인식하여 해석, 판단, 기억하기도 하고, 다른 장기나 신체기관으로 신호를 빠르게 전달하는 복잡한 정보시스템의 체계를 갖추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기 생명체가 유지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확보하기 위해 음식의 섭취와 소화, 분해, 혈관을 통한 순환 및 노폐물의 배설과정 모두가 엄청난 복잡도를 가진 유기적인 시스템으로 동작한다.

이 중 정보 저장의 관점에서 세포 속 DNA가 가진 보관 능력을 살펴보자. 인간의 세포 1개 안에는 30억개 정도의 DNA 코드(A,T,G,C)가 담겨져 있는데, 컴퓨터 데이터로 치면 700메가바이트 정도에 해당한다.

DNA는 고용량의 정보를 매우 안전하게 오랫동안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DNA 합성과 시퀀싱 기술을 이용하여 데이터 저장장치를 만들려는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2017년 DNA 1그램 안에 215페타바이트를 저장하는 수준의 기술이 발표되었는데, 이는 1테라바이트 디스크 2억개가 넘는 용량이다. 아직까지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극복해야할 것들이 남아있지만, 학자들은 5-10년 내 상용화될 가능성을 예상하고 있다.

이렇듯 생명체 내에는 엄청난 고용량, 고효율, 고내구성을 가진 정보저장 시스템이 장착되어 있는데, 이 정도의 시스템이 누군가의 지혜와 능력이 개입되지 않은 채 우연하게 저절로 생겨날 수 있었을까?

생명체 정보시스템에서 정보저장뿐 아니라 정보를 전달하는 체계와 속도 역시 매우 중요하다. 인간의 뇌만 하더라도 1천억개의 신경세포에 1천조개의 신경세포 연결점을 통해 뇌 속에서 신경망을 형성하고 있다. 사실상 인간의 뇌 신경망의 네트워크는 무한대라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공학자들이 만든 어떤 네트워크 시스템도 인간의 뇌에 견줄 수 없다. 인체 내에서 산소와 영양분을 온 몸으로 전달하는 혈관은 총 길이 12만 킬로미터 정도이다. 이 정도의 혈액순환 네트워크가 몸 안에 장착되어 매우 빠른 속도로 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5G 초고속 네트워크를 통해 편리하게 멀티미디어 컨텐츠를 즐기게 된 것은 수많은 학자들과 엔지니어들의 지혜와 설계의 결과물이라는 것을 의심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없다. 그런데 이보다 엄청나게 복잡하고 빠르며 효율적인 생명체의 정보처리시스템이 누군가의 지혜와 설계가 필요하지 않은 우연한 무작위의 결과물이라는 주장에 대해 너무나도 쉽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다.

인간의 유전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시작했던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DNA 염기분석 기술의 발전에 힘입어 13년여만인 2003년 종료되었다. 이제 한 사람의 DNA 염기 30억개를 하루 안에 분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생명과학 기술은 놀랍게 발전하였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게놈 프로젝트 이후의 연구들을 통해 인간의 유전정보에 대하여 얼마나 모르는 것이 많은 지도 알게 되었다. 실제로 DNA 이중 나선구조 발견 60주년이 되는 2013년, Nature지는 DNA 특집을 다루면서 ‘모르는 것들에 대한 축제 (Celebrate the unknowns)’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처럼 생명체의 유전정보의 현재 상황에 대해서도 모르는 부분이 훨씬 많은데, 유전 정보의 기원뿐 아니라 생명체 내의 정보가 유지되고 처리되는 정보시스템의 기원을 무작위적 진화로만 설명하는 것이 과연 합당할까?

컴퓨터의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가 체계적인 원리와 절차를 통해 연결되어 동작해야 제대로 기능하듯, 동물들의 몸을 구성하는 살과 뼈, 여러 조직과 연결망, 그리고 식물을 구성하는 잎, 가지, 뿌리 등은 하드웨어라고 볼 수 있다.

반면에 소프트웨어는 생물체가 어떤 모습으로 어떻게 살아있는지를 정해 주는 유전정보이다. 생명체 내의 수많은 정보들은 이를 최적으로 다룰 수 있는 정보시스템이 함께 움직여야 생명이 유지되고 번식할 수 있다.

따라서 진화론의 개념으로 생명체의 기원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명체가 가진 정보의 기원은 물론, 이런 정보들을 다루는 하드웨어 역할을 하는 조직이나 연결망들의 기원도 함께 설명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비늘로 덮인 파충류로부터 깃털로 덮인 조류로 진화되었다고 말하려면 파충류 속에 비늘을 만드는데 사용된 유전 정보가 어떻게 조류에게서 깃털을 만들어 내는 유전 정보로 바뀌었는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파충류와 조류들은 각각 생식, 성장, 복구 등과 관련한 체계가 전혀 다르기 때문에 이와 관련된 장기나 조직, 연결망 등의 체계 역시 어떻게 바뀔 수 있었는지 설명해야만 한다. 당연히 이런 설명은 가능하지도 않으며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도 없다.

수많은 엔지니어들의 지혜와 능력으로 발전하고 있는 정보처리시스템을 보면서 칭찬하는 것처럼, 이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경이로운 생명체 내의 정보처리시스템을 볼 때 이를 만드신 창조주를 알고 찬양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 아닐까?

김광 교수
한동대학교 전산전자공학부, 공학박사, 한국창조과학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