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사빈 김동민 조주영
▲토커로 나선 강사빈 (사)한국역사진흥원 이사장(왼쪽), 김동민 한양대 학생(가운데), 조주영 서울대 학생(오른쪽). ⓒ한국역사진흥원 제공

미래 세대 주역이 될 청년들이 ‘역사 교육’과 ‘미래’를 살피는 토론회를 가졌다. 지난 16일, 사단법인 한국역사진흥원(이사장 강사빈)은 마포구 소재 현대빌딩 세미나실에서 2020 역사교육정책토론회 “역사교육과 우리의 미래”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청소년과 청년 약 20여 명이 참석했으며, 강사빈 이사장과 김동민 학생(한양대학교 정책학과), 조주영 학생(서울대학교 인류학과)의 발표 후 자유 토론이 이어졌다.

現 역사 교과서, 근거 없는 편향 서술로 올바른 역사관 확립 어려워

먼저 강사빈 이사장은 “2017년 1월, ‘국정 역사교과서’ 최종본이 완성되었지만 5월 12일, 문재인 대통령이 ‘역사교육 정상화’를 내세우며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폐지를 지시했다”며 “그렇다면 과연 지금 쓰이고 있는 교과서에는 전혀 문제가 없는 것인지에 대해서 말해보고자 한다”고 했다.

강 이사장은 “사단법인 한국검인정교과서협회에 따르면 현재 고등학교에서 사용되고 있는 교과서는 8종이 유통되고 있다”며 “교과서들의 ‘근·현대사’ 단원들을 살펴보았을 때, 한쪽으로 편향되어 서술된 부분들이 많이 보인다. 이중 편향적인 서술이 가장 눈에 띄는 교과서는 가장 많은 학교들에서 선택(2014년 조선에듀의 자료)한 ‘(주)미래엔’의 『한국사』 교과서”라고 했다.

그는 “그 중에서도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북한’에 대한 서술이나 보수 성향을 가진 ‘정부’에 대한 서술”이라며 “김대중·노무현 정부는 착한 정부, 이명박 정부는 나쁜 정부”로 돼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가 주목해야 할 부분은 김대중·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대한 서술의 차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서술에서는 공(功)이라고 일컫는 내용들 위주로 서술되어 있으며 김대중 정부의 ‘대북정책’과 ‘햇볕정책’에 대한 비판, ‘한일어업협정’에 대한 비판, 노무현 정부의 ‘측근·친인척 비리’에 대한 비판, 실패한 부동산 정책에 대한 비판, ‘빈부 격차 및 소득 양극화 심화’에 대한 비판 등은 교과서에서 전혀 설명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이명박 정부의 서술을 살펴보면 많은 사람들이 과오로 보는 것들 위주로 서술됐다. 또한 근거를 제시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명박 정부 때 ‘방송’과 ‘인터넷’을 포함한 언론의 자유가 크게 위축되었다는 점을 서술하기도 했다”고 했다.

역사 교과서
ⓒ한국역사진흥원 제공
아울러 교과서와 연계된 문제집에 대해서도 언급하며 “요점만 정리해준 만큼, 편향적인 내용은 더욱 돋보인다. 노태우 정부와 이명박 정부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평가를 받는 부분에 대해서만 서술되어 있다. 김영삼 정부에 대해서는 ‘금융 실명제와 지방 자치제 전면 시행’, ‘임기 말 외환 위기로 국제 통화 기금(IMF)으로부터 지원 받음’에 대해 서술되어 있고,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긍정적인 부분에 대해 서술한다”고 했다.

또한 ‘노무현 정부: 정경 유착 단결’이라는 요점 정리에 대해 “노무현 시기에 ‘정경 유착’이 단절되었다고 보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으며 객관적으로 검증할 수 없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역사라는 것은 학습하는 사람(학습자)에 의해서 평가되어야지, 절대로 교사 또는 교수, 교과서, 문제집 등에 의해서 평가되어서는 안 된다”며 “학습을 도와주는 도구인 교과서 역시 명확하게 검증이 가능한 역사적 사실을 담아 학습자가 그 사실들을 토대로 스스로 평가하고 올바른 역사관을 확립해나갈 수 있도록 하는 도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지적했던 교과서나 문제집과 같은 경우에는 역사적 사실들이 의도적으로 편집되어 있으며 서술에 대한 근거 역시 명확하지 않은 부분을 찾을 수 있다”며 “이처럼 편향적이고 자의적으로 편집되어 있는 역사적 사실들을 접한 학습자는 편향된 역사관을 가지게 될 확률이 크다”고 우려했다.

(사)한국역사진흥원
▲2020 역사교육정책토론회 '역사교육과 우리의 미래' 현장. ⓒ한국역사진흥원 제공

또한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교과서 부실 검정 역시 이와 같은 문제를 일으킨다”며 “관련 당국의 철저한 교과서 검정을 통해 의도적인 편집으로 인해 편향적으로 서술된 내용들이 없는지 확인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끝으로 그는 “현대사 부분에 대한 역사적 해석은 매우 정치적이기 때문에 더욱이 신중을 기해야 한다”며 “앞서 지적했던 교과서와 같이 편향적으로 서술하게 된다면, 교과서를 토대로 학습하는 학습자들이 과연 균형감 있게 여러 사회 문제나 현상, 그리고 역사 문제나 현상을 바라 볼 수 있을지는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했다.

‘역사 독점주의’ 교육 현장의 한국사 실태

조주영 학생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역사는 철저히 정치권력에 의해 해석되고 제공되고 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역사를 바라보는 데 있어서 다양한 시각이라는 측면은 존중되어야 함에 틀림없지만, 정치권력이 개입하는 순간, 이는 필연적으로 ‘역사적 독점주의’로 귀결된다. 교육당사자들은 가공된 정보만을 전달받고 정치권력이 전달해주는 역사관을 무의식적으로 터득하게 된다”고 했다.

조 학생은 “우리는 정치권력이 의도적으로 자신의 진영이 속한 정치적 우상을 띄우기 위한 과정이 있는지, 살펴야 한다”며 “비슷한 맥락에서 정치적으로 반대되는 진영의 기념사업은 축소함으로서 대중들의 인식 속에서 멀어지게 하는 전략적인 방법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교학사 사태, 국정교과서 논란은 비록 역사가공의 주체는 달랐지만, 정치권력에 의해 제대로 된 공론장 형성이 가로막혔다는 점에서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며 이러한 예시로 ‘이승만·박정희 독재 미화 뉴라이트, 역사흔들기 본격화‘라는 제목의 2013년 5월 31일자 한겨레의 보도를 언급했다.

그는 “같은 해 9월 한겨레는 이에 대한 정정보도를 했으나, 범진보 진영은 ‘교학사 교과서 반대 투쟁’을 조직하고, 민주당(현 더불어민주당)은 최고위원회의에서 ‘국기문란 교과서’, ‘교육부장관 고발’을 언급하며 검인정 취소를 압박했다. 이후 전국 고등학교 중 20여개 학교가 교학새를 채택하겠다고 하자 협박성 항의전화 등의 시민사회의 공격이 이어졌다. 결국 교학사 교과서는 부산 부성고를 제외하고 어떤 학교에서도 채택되지 못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며 “반면 비슷한 시점에 기타 출판사들이 새마을운동의 부정적 측면만을 강조하거나 북한 측의 토지개혁을 지나치게 옹호했다는 비판이 일기도 하였지만, 이는 철저히 학계에서의 토론 영역에서만 제기되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자유사회의 원칙은 어떠한 주장도 자유롭게 제기할 수 있으며 자유롭게 토론할 수 있다. 내용적 오류가 있다면 2008년 금성출판사의 사례처럼 법원의 판단을 받아 교과서 수정명령을 따르는 법이 있고, 논쟁적 사관에 대해서는 학계 차원의 토론을 통하여 대중들의 가치관 정립을 돕는 방법이 있다”며 “그러나 시민사회가 교학사 교과서를 접근한 방식은 교학사의 내용과 관련없이 논쟁적 시각을 공론의 장에서 배제하는 ‘역사 독점주의’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밖에 김동민 학생이 조선일보, 중앙일보, 연합뉴스, 한겨레를 중심으로 ‘언론에서 조명한 교육현장의 한국사 교육 실태’를 발표했다.

토론회 후 강사빈 (사)한국역사진흥원 이사장은 “우리 교과서들의 문제점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봤고 이를 토대로 개선 방안에 대해서 깊게 고민해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