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만나는 교회
부족한 점 많지만, 여전히 진리 역사하는 곳

교회, 죄 해결되고 사람들에게 소망 주는 곳
주님 사랑 성도, 보이지 않는 보편교회 사랑

다시 만나는 교회
박영호 | 복있는사람 | 240쪽 | 13,000원

요즘처럼 교회가 세상의 지탄을 받은 적이 없는 것 같다. 더구나 이번 코로나19를 겪으면서 상식과 균형을 상실한 교회를 볼 때마다 답답하였다.

비신학적 교회와 무질서한 성령론으로 교회를 이끌어가는 안타까운 목회자도 보았다. 인간을 향한 존중과 인류 보편적인 가치를 무시하고 무조건 모이기를 힘쓰려는 이기적인 교회의 모습은 세상으로부터 지속적인 비판의 대상이 되었다.

교회에 대한 불신과 혐오감이 화산 폭발처럼 달아오른 시점에서, 교회에 대한 책이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까? 책 제목부터 <다시 만나는 교회>인데, ‘다시 만나기 싫은 교회’라는 제목으로 낸다면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어 더 관심을 받지 않을까?

일반인들에게 더 이상 마주하기 싫은 교회가 되어 버렸는데 저자는 다시 교회를 만나야 한다고 책을 지었으니, 그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이 책은 교회를 주제로 한 논문이나 설교집은 아니다. 미국에서 박사과정 때 교회를 개척하고 섬기며 새가족을 위해 강의한 새가족 교재이다. 이후 한국에 와서 신학교에서도 사용돼 검증된 자료들이고, 현재 포항제일교회를 섬기면서 새가족들을 대상으로 이 내용을 강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즉 이 책은 약 15년간 교회에 처음 온 새가족을 위해 사용되어 온 깊은 맛을 내는 묵은지 같은 강의를 요즘 시대에 맞게 책으로 역은 것이다.

책의 특징은 일반 교회에서 사용하는 새가족 교재와 달리, 교회를 중심으로 쓰여졌다는 것이다. 시중에서 판매하는 새가족 교재는 보통 교리 흐름에 따라 ‘하나님, 예수님, 성령님, 인간, 교회, 종말’이거나, 구원의 드라마를 따라 ‘창조, 타락, 구속, 인간, 예수님, 교회, 종말’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새가족들이 처음 교회에 와서 만나는 것이 교회이기에, ‘교회’ 그 자체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책의 구성은 ‘관계, 믿음, 하나됨, 성장, 동행, 선교적 삶, 섬김’ 등 7가지 주제로 구성되어 있다. 교회에 처음 온 새가족을 위한 내용이라서 쉽고 재미있게 읽혀진다.

책 곳곳에서 1세기 에클레시아를 전공한 저자답게, 공동체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학자이기에 책을 읽기 전에는 학문적인 내용을 많이 기대했는데, 기대와 달리 목회자의 마음과 교회를 사랑하는 아비의 마음이 더 크게 느껴졌다.

필자는 책을 통해 나타난 특징을 두 가지로 말하고 싶다. 교회는 관계 회복을 위한 곳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교회 안에서 관계 회복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태초부터 관계가 있었고, 이 관계의 본질과 성격은 우리에게도 부여되었는데, 교회는 그런 관계의 회복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교회가 약해져 가고 있다. 아니 비판을 많이 듣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적으로 복음의 능력과 그리스도의 사랑을 경험하여 죄가 허물어지는 역사가 없는 것이 아닐까?

하나님과의 높은 장벽이 깨어지고, 하늘과 연결되어 살아가는 관계의 변화와 존재의 변화가 없는 것이 교회가 무능력해진 이유가 될 것이다.

또한 그 은혜로 영생을 소유한 새로운 존재들이 하나님을 믿음으로 서로 사랑해야 하는데, 교회 안에서 다양하게 깨어진 관계들이 여전히 많이 있기 때문이다.

작은 교회 언덕 해 빛 햇살 구름 하늘 소금
▲ⓒ픽사베이
교회는 회복의 공동체인데, 언제부턴가 사람에게 공격당하고 무시당하고 상처받고 서로 헐뜯는 곳이 되어버렸다. 실제 교회 안에서 교회 사람이 싫어 교회를 떠나는 일들이 발생하고 있으니, 필자는 차라리 교회가 없다면 더 좋았을 거 같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교회가 문제가 아니라, 교회 안에서 큰 소리를 내려는 사람과 관계회복에 관심 없는 사람들이 문제다. 사실 교회가 무슨 문제겠는가?

그래도 교회가 소망이라는 것을 굳게 믿고 말씀으로 섬기며 사는 목회자가 있고, 그래도 교회가 전부라고 자신의 목숨처럼 여기며 사는 성도들이 있다. 지금도 교회에는 교회를 위해 남모르게 눈물로 평생을 위해 기도하는 어른들이 있다.

교회는 취미 공동체도 아니고 이익집단도 아니며, 서로 마음 맞는 사람끼리 한번 해 보자고 해서 생기는 단체도 아니다.

교회는 관계의 회복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하나님과의 막혀진 관계 회복과 만물과의 회복, 타인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존재하는 곳이다. 하늘로부터 생겨난 교회이니 태초부터 존재했던 삼위의 관계가 우리에게도 드러나야 한다.

또 하나, 교회는 성장하는 곳이다. 사람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가정에서 태어나고, 한 번은 교회에서 태어난다.

가정에 가장 큰 선물로 주어진 아기가 자라지 않는다면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성장 주기에 따른 몸과 정신의 발달이 알맞게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성장주기와 상관없이 멈추어 있다면 문제가 생긴 것이다.

동일하게 성도는 교회에서 태어난다. 물론 넓은 시각에서 본다면 교회라는 공동체 밖에서도 하나님께 선택된 백성은 태어날 수 있고 자랄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성도는 교회라는 곳에 오게 되고, 교회를 처음 느끼고 알고 배우다 교회에서 태어나게 된다. 필자 또한 교회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고, 우리 대부분 아기가 어머니의 몸에서 태어나듯 교회에서 태어난 사람이다.

즉 가정에서 자란 아기가 교회에서 성장하듯, 교회에서 태어난 성도는 자라야한다. 여기에서 신비한 특징이 있는데, 육체의 성장은 한계가 분명히 있지만 영적 성장은 한계가 없다는 것이다.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가는 곳이 교회이다. 우리가 믿고 배우고 따라가야 하는 분 예수님이 비밀이시기 때문이다. 유한이 무한을 안다는 것도 불가능한데, 비교불가한 존재가 그나마 계시를 따라 그분을 향해 성장하는 것이다.

교회는 사귐의 공동체이다. 이 사귐 또한 서로의 성장을 목적으로 한다. 단순한 위로와 교제와 친목도 중요하지만, 성장을 향한 목표를 지니고 있다.

성도는 자신의 은사를 가지고 섬기면서도 성장하고, 그 섬김을 통해 교회도 성장하게 된다. 저자는 교회를 사귐의 공동체라는 것을 강조하는데, 사랑해야 진정한 사귐이 일어나고 서로를 알아가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어 동반성장하는 것을 보게 된다.

끝으로 지상에 완전한 교회는 없다. 이 땅에 완벽한 교회가 존재한다는 자체가 불가능하다. 저마다 아픔과 눈물과 고통을 가지고 있는 곳이 교회이다. 모든 성도가 다 똑같을 수는 없지만, 그 아픔과 문제와 신음이 눈에 보여 기도하고 헌신하는 성도가 있다.

하나님은 그들의 기도와 희생을 보시고, 교회를 정결하게 세워 가신다. 문제가 아무리 많은 교회라도 하나님은 그것을 통해 교회를 다시 회복해 가길 원하신다. 그래서 교회는 소망이 되는 것이다.

주님을 사랑하는 성도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보편 교회를 사랑한다. 그리고 눈에 보이지 않는 보편 교회를 사랑하는 성도는 눈에 보이는 지역교회를 사랑하며 살아간다.

이 땅의 교회는 부족한 점이 많지만, 여전히 교회는 진리가 역사하는 곳이고 죄가 해결되는 곳이며 사람들에게 소망을 주는 곳이다.

교회를 향해 돌을 던지고 욕하는 것은 너무 쉽다. 그럼에도 교회를 붙들고 기도하는 것은 참 어려운 것 같다. 이 새가족 교재가 다시금 교회를 생각하게 한다.

방영민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