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표 소녀 앞으로 참고 중복 요청 문제 응답 작업 중요성 기대 질문 정보 우리 아이 왜 이럴까요 이중성 양면성 궁금 김충렬
유난히 말이 없는 아이들이 있다. 말해야 하는 상황에서도 말을 좀처럼 하지 않는 아동이다. 이런 아동은 때로 자신의 행동과 그 이유에 대해 설명하지 않고 묵묵히 침묵을 지키려 한다.

이런 침묵은 때로 주변사람들을 답답하게 만든다. 말하지 않는 침묵의 문제는 단순히 표현의 문제를 넘어 존재의 가치감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서둘러 개선해야 한다.

유난히 말이 없는 아동은 눈치를 많이 보는 아동, 수동적인 특성의 아동,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아동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유난히 말이 없는 아동은 다음 심리적 상태를 중심으로 원인을 이해해야 한다.

1. 자아가 위축된 상태

인간은 표현의 존재이다. 인간은 자신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행동에 대해 표현하지 않으면 스스로 답답함을 느낀다. 누군가에게 자신을 표현하고 싶어하고, 그런 표현을 통해 발전하고 성숙하게 된다.

이 표현은 다른 여러 가지 형태로 나타나지만, 1차적으로 언어를 통해 이뤄진다. 표현은 자신의 존재에 대해 확장감을 가져온다. 그러기에 표현하지 않는 문제는 분명히 자아의 위축을 초래한다.

자아의 위축은 일단 양육의 측면이 가장 크다. 어머니와 아동의 관계, 즉 모자(母子) 관계는 친구들과의 관계형성에 1차적으로 기여하는 생존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아동은 한 인간으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신체적 필요를 충족시킬 뿐 아니라, 정신적 욕구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도 일단 어머니와의 좋은 관계를 필요로 한다.

양육자와의 좋은 관계, 즉 모자와의 관계의 필요성은 아동의 자아감의 모호하고 미분화된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양육 초기에 아동의 자아감은 일련의 반사와 내적 잠재성에 지나지 않지만, 부모의 기대와 격려를 통해 그러한 미미한 자아감은 심리의 중심적 조직화 세력으로 신속하게 변형된다는 것이 코헛의 생각이다.

2. 자신감이 낮은 상태

자신감은 아동이 자신의 존재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는 가치감에서 비롯된다. 이런 가치감은 아동이 생활하는 환경에서 자신에 대하여 평가하는 결과이다.

이런 현상은 외부로 드러난 것에 대해 마음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객관적인 측면이 있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아동의 생각이 중심이 되므로 매우 주관적인 측면이 강하다.

그러기에 낮은 자신감은 아동이 자신에 대해 부적절감과 무가치감, 그리고 친구들에게서 긍정적 태도를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한 결과이다.

이런 낮은 자신감은 아동의 초기에 경험에서 더욱 크게 작용한다. 이런 부정적 태도가 형성되면 이후 만족스런 대인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개인적 열등감, 무가치감, 그리고 종종 느끼는 외로움은 때때로 견딜 수 없는 것이 된다. 아동은 스스로 자신이 온전한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는 설리반(Sullivan)에 의하면 적응적인 모든 노력을 불가능하게 만드는 불안을 만들어내는 요인이다.

아동이 자주 낮은 자신감, 즉 열등감을 심하게 느끼면 자신을 스스로 피해자로 여기게 된다. 이때 아동은 친구들을 비난함으로써 자신을 보호하려는 행동을 취하게 되는데, 이런 현상이 나중에 편집증으로 발전하게 되는 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부모는 그 아이가 가정이나 친구들과의 관계가 어떻게 돼 있는지를 교사에게 문의하여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그런 아이는 몹시 마음이 약하고 부끄러움을 타며 마음의 상처를 입기 쉬운 아이다.

실어증과는 다르지만, 한편 부모가 없다는 쇼크를 받았을 때부터 말을 하지 않거나 친구들과 놀지 않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3. 대인공포감이 자리한 상태

유난히 말이 없는 아동은 내면에 대인공포감이 자리한다고 보아야 한다. 내면에 공포감이 자리하기 때문에, 자신의 감정이나 의사를 표현하기를 꺼려한다는 점에서다. 이들은 자신의 내면 세계를 지향하고 자긱중심적 특성을 발전시켜 나가는 측면이 있다.

자기중심적 아이는 낯익은 사람 앞에서는 뽐내지만, 생소한 사람이 많은 자리에서는 전혀 자신을 잃고 말이 잘 나오지를 않는다.

친구들을 위한 배려적 행동, 불안행동, 체취, 분노 가능성, 얼굴 붉히기, 시선 접촉 등 친구들을 불쾌하게 만들거나 불편하게 할지도 모르는 행동이나 특성을 두려워한다.

이런 아동은 대인관계적 상호작용 상황과 친구들 앞에서의 수행 상황뿐 아니라 무리 속에서 혼자 있는 지하철, 식당, 길거리 등의 상황에서도 불안을 느끼면서 불편해 한다.

이런 아동 중에는 남 앞에서 말을 몫하고 있다는 생각 외에도 남에게 피해를 주고 있다는 가해의식을 동반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은 아마 유교를 배경으로 한 눈치문화, 화합과 체면의식, 집단의식, 배려의식, 친구들의 중심적인 사고 등에 크게 영향받는 일종의 문화증후군일 수도 있다.

그런 점에서 아동이 남 앞에서 말을 잘하지 못하는 현상은 서구와는 달리 동양 문화권의 특수성을 인식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실제로 정신과적 진단분류 체계에서도, 한국과 일본의 사회공포증 환자들은 특이한 점을 보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이처럼 대인공포감은 아동이 말을 잘 못하는 경향을 넘어 자신이 다른 사람들에게 해를 끼치거나 불편하게 할 얼굴 붉히기, 화내기, 시선접촉, 입-냄새, 체취 등이라는 과도한 불안을 발전시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는 남 앞에서 말을 못하는 아동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피해를 준다는 염려를 가지고 있을 수 있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유난히 말이 없는 아동을 둔 부모라면, 전술한 원인을 참고해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을 한다 해도, 반드시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