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두레수도원
▲두레수도원에서 감자를 캐고 있는 김진홍 목사.
중세를 암흑 시대라 합니다. 교회가 안일에 젖어 타락하고 교회가 권력에 취하여 타락했던 시대였습니다.

그런 시대에 그나마 교회를 지킨 운동이 수도원 운동입니다. 유럽 각지에 수도원이 세워져 수도원 영성의 3대 선언인 청빈, 순결, 순명을 수도 생활 지표로 삼고 부패한 교회의 영성을 지켜 나가는 마지막 보루가 되었습니다.

그런 시대, 한 수도원에 로렌스라는 이름의 수도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유별났던 것은 수도원에서 오로지 접시 닦기에만 열중했기 때문입니다.

지금도 그러하지만 서양 식탁에는 접시가 가장 많습니다. 식사를 마친 후에 사용한 접시들을 깨끗이 닦는 것이 설거지의 핵심이었습니다. 그러나 식사 후 접시 닦기가 허드렛일에 속하기에, 수도사들은 접시 닦기 일을 기피하였습니다.

그런데 로렌스 수도사는 한결같이 접시 닦기에만 열중하였습니다. 그는 온종일 침묵을 지키며 접시 닦기에 집중하였습니다.

그는 접시를 닦으며 자신의 마음을 갈고 닦는다 생각하였습니다. 그는 접시를 닦으며 늘 말씀을 묵상하고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누리며 지났습니다. 그러나 수도원 식구들은 아무도 로렌스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세월이 흐르면서 로렌스 얼굴이 빛이 나고, 접시 닦는 그 자리에 들어서면 성령의 임재하심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세상에 시달리고 지친 영혼들이 로렌스에게 와서 마음의 위로와 평화를 얻게 되곤 하였습니다. 그래서 접시 닦기 로렌스의 영성이 사방에 빛을 발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그는 아랑곳함이 없이 계속 접시 닦기에 열중하였습니다. 그러면서 하나님의 임재하심을 온몸으로 누리며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나는 두레수도원에서 생활하면서, 노동을 좋아합니다. 그냥 좋아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즐깁니다. 노동하며 말씀을 묵상하고 찬송을 부르고 기도드리곤 합니다.

그래서 노동 시간이 즐겁습니다. 노동하는 영성의 진미를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 주위 사람들에게 노동의 값어치를 권하곤 합니다.

노동하면 우울증도 산만한 마음도 공황장애도 불면증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사라지게 됩니다. 교회사에서 찬란히 빛나는 수도원 운동에서 중요한 몫을 차지하였던 노동의 영성을 되찾아야 할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