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추린 기독론
간추린 기독론

도널드 맥클라우드 | 우상현 역 | CLC | 188쪽 | 9,000원

어떤 세미나 후 차 안에서, 선배 목사님께서 제게 “당신의 특기는 무엇입니까?”라고 물으셨습니다. 저는 순간 좀 당황했지만, “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것입니다”라고 대답했습니다.

목사님께서 예상하지 못한 답이셨는지, 말씀을 잇지 않으셨습니다. 성경이 좋아서 신학대학원에 진학했고, 목사 임직을 받았고, 박사도 되었습니다.

박사는 대학원에 진학해서 공부했기 때문에 얻어진 결과인데, 대학원은 아는 것이 부족해 징벌적으로 진학한 것이었습니다. 박사논문을 ‘예수 그리스도 이해 연구’, 바르트 사상 비판으로 취득했고, 공부할 때 이것이 나의 평생 과정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도널드 맥클라우드의 <간추린 기독론>의 도서 소개를 보고 구입했습니다. 모든 예수 그리스도에 관한 도서를 소장하고 싶은 것은 이룰 수 없는 꿈 중 하나입니다.

<간추린 기독론>이라고 해도 상당한 부피일 것으로 생각했는데, 작은 소책자(핸드북, 188쪽)였습니다.

책 표지에는 ‘학자의 정신, 설교자의 마음, 언론인의 필치로 정통 기독론을 설명한다’고 소개합니다. 도널드 맥클라우드는 정통 신학 사역자일까요? 도널드 맥클라우드는 스코틀랜드 자유교회 소속 신학자이니 그럴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대한민국 장로파의 본산이 스코틀랜드인데, 현재 스코틀랜드 자유교회가 그 원류를 가장 유지하는 교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맥클라우드의 신학 전개를 더 살펴보고 싶었습니다.

<간추린 기독론>은 몇 가지 신학적 이슈를 제시한 글입니다. 여기에서 매우 중요한 글-저에게는 더욱-이 있는데, 그것은 칼 바르트의 예수 그리스도 인성 이해입니다(36쪽). 이 이해는 제가 바르트의 성육신 이해를 탐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맥클라우드 박사가 정확하지만 조금은 미흡한 내용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맥클라우드는 그리스도 인성 이해에서 에드워드 어빙과 칼 바르트를 동류로 묶었습니다.

에드워드 어빙(Edward Irving)은 어빙주의(Irvingism)의 창시자이며, 벤자민 워필드 박사가 <기적론> 4장에서 비판하는 사상입니다.

맥클라우드 박사는 두 위인이 공통적으로 그리스도의 인성이 타락한 인성을 취했다는 주장을 합니다(37쪽). 바르트가 “타락한 인성을 취했지만 죄는 없다”는 구도를 갖고 있다고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간추린 기독론>은 체계적인 연구 저술이 아니라, 글 모음집입니다. 이러한 저술은 처음부터 읽는 것이 아니라, 순서와 상관없이 한 장씩 선별해서 읽어도 됩니다.

그래도 저자가 순서대로 배열했기 때문에,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부터 바울 신학 이해까지 전개하고 있습니다.

맥클라우드가 제시하는 바울 이해는 메이천 박사의 <바울 종교의 기원>과 동일한 수준입니다. 메이천 박사와 맥클라우드 박사의 제시대로 이해한다면, 김세윤 신학이나 새관점 학파의 신학은 자연스럽게 대척점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못으로 만든 십자가
▲ⓒ크투 DB
그럼에도 맥클라우드 박사는 그러한 내용을 전혀 포함시키지 않고 있습니다. 그것은 서구 학자들의 글쓰기 특징 중 하나입니다. 독자에게 큰 선택과 자유를 주는 것입니다. 한국 독자에게 익숙하지 않지만, 서구 학자들의 글쓰기의 특징입니다.

서구 학자의 방대한 학문 저술을 접할 때 그 학문 깊이에서 위치를 상실한 한국 독자들이 많을 것입니다. 맥클라우드의 저술은 간략하기 때문에 맥락을 잡을 수 있습니다.

내용이 ‘가볍다’는 것은 헤매지 않는다는 것인데, 결코 가볍게 평가할 수 없는 것은 깊은 곳으로 인도하는 문 앞에 독자를 두기 때문입니다.

<간추린 기독론>은 매우 간략한 제시이기 때문에, 원전 도서를 읽으셔야 합니다. 그러나 사전(事前) 지식을 위해 유익한 도서가 될 것입니다. 또한 개략적인 지식을 구축하기에 유용한 도서입니다.

평신도들께서 읽어 목사님께 질문하면서 신학을 향유할 수 있는 좋은 내용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잡힌 어떤 주제를 잡고 전문적인 도서를 익힌다면 매우 풍성한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을 접할 수 있을 것입니다.

고경태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광주 주님의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