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 논란
▲지난해 10월 설립된 한 변호사 단체가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적 안락사’ 도입을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픽사베이
지난해 10월 설립된 한 변호사 단체가 연명치료를 거부하는 환자를 대상으로 ‘적극적 안락사’ 도입을 주장해 논란이 되고 있다.

사단법인 착한법만드는사람들(이하 착한법)은 지난 6일 서울시 서초구 변호사회관에서 개최한 ‘존엄사 입법촉구’ 세미나에서 직접적·적극적 안락사를 허용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존엄사 입법안을 제안했다.

이 자리에서 착한법은 “현행법상 금지되는 촉탁살인죄, 자살방조죄 등과의 경계에서 존엄사를 어떠한 요건 하에서 인정할 수 있겠는가에 대해 많은 논의가 필요한 실정”이라며 기존 ‘호스피스 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 결정에 관한 법률(연명의료결정법)’보다 적극적인 수준의 존엄사 입법을 주장했다.

이들은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이 신체에 관한 고통에 한정하고, 수 개월 이내 사망이 예상되는 환자에 한정하며, 19세 미만 미성년자 중에서도 자신의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경우를 배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연명치료를 위한 약물 투입의 중단을 포함해, 의사의 도움으로 약물을 주입해 죽음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착한법에는 200명이 넘는 변호사가 속해 있다.

하지만 이 같은 내용의 주장에 성산생명윤리연구소(소장 이명진)는 “생명윤리에 반하는 악법”이라고 꼬집었다.

연구소는 15일 성명에서 “착한법이 현행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에 의사의 도움으로 약물을 주입해 죽음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내용을 추가하자는 입법제안을 하고 있다”며 “착한 법이란 이름을 가장한 악한 주장을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생명의 주인은 인간이 아니며, 생명은 사람이 마음대로 정할 수 없다”며 “다만 주어진 삶을 최대한 잘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우리들이 할 일이다. 통증이나 고통이 있으면 이를 조절해서 완화시키도록 노력하는 것이 우선적으로 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조력 자살을 추가 입법화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올바른 것이 아니”라며 “통증을 포함하는 말기환자의 총체적인 고통을 위한 최상의 대안이 호스피스완화의료임을 세계보건기구에서 천명한 바 있다. 현행 『호스피스·완화의료 및 임종과정에 있는 환자의 연명의료결정에 관한 법률』은 호스피스완화의료를 시작할 수 있도록 무의미한 연명의료를 중단하는 것을 허용하는 법”이라고 했다.

이어 “이들은 이러한 취지를 무시하고 이를 단순히 연명의료를 중단하고 아무것도 안하는 소극적 안락사법으로 오해하고 있다”며 “고통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두고, 단순히 고통의 제거라는 명분으로 의사조력 자살을 추가 입법화하자는 이들의 주장은 올바른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특히 연구소는 착한법의 주장이 “생명윤리에 반하는 악법”이라며 “현행 ‘연명의료결정법’을 확장해 의사의 도움으로 약물을 주입해 죽음을 앞당길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의 내용을 추가하자는 입법 제안을 하는 이들의 진정한 목적은 무엇인가. 미끄러운 경사면을 내려가듯 슬금슬금 움직여서 생명윤리에 반하는 악법을 만들려는 것인가”라고 지적했다.

연구소는 “자신이든 타인이든 인간의 생명에 대해 인간이 스스로 위해를 가하는 것은 살인”이라고 단호히 말하며, “인간이 스스로의 생명에 대한 결정권을 가지고 안락사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제안은 스스로의 생명에 위해를 가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의미이다. 착한 법이라는 이름으로 모두를 속이는 악한 일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