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피아 성당
▲성소피아 성당 내부의 모습. 이 성당은 현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돼 있으며, 연간 수백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하는, 터키 최대 관광 명소 중 하나다. ⓒPixabay

최근 터키 정부가 그리스정교회의 중심이었던 성 소피아(Hagia Sophia) 대성당을 이슬람 사원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히자, 세계 기독교계를 비롯해 국제사회에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1500년 전 세워진 이 성당은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 제국에 함락된 뒤 황실 전용 모스크로 개조됐으나, 1935년 터키 공화국 국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케말 파샤)의 명령에 의해 박물관으로 보존돼 왔다.

미국의소리(VOA)의 최근 보도에 따르면, 터키 최고행정법원은 이 성당을 박물관으로 사용하기로 한 1934년 내각 결정과 관련, 지난 10일 “성소피아는 그 성격이 모스크로 규정됐고, 그 외 사용은 법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규정한 1934년 내각 결정은 위법”이라는 판결을 내렸다.

터키 에르도안 대통령은 “성소피아성당은 인류 공동 문화 유산으로서의 성격을 보존하며 건물을 모스크로 전환할 것”이라며 “이 건물을 어떤 목적으로 활용할지는 터키의 자치권이며 이 결정을 존중해 달라”고 밝혔다.

세계교회협의회(WCC)는 이 같은 터키의 결정에 “비탄과 실망”을 표현하며 강하게 항의하고,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재고를 요청했다.

사우카 사무총장은 “성소피아는 전 세계 모든 국가의 사람들에게 개방과 만남, 영감의 장소였다”며 “성소피아를 다시 대립과 갈등의 장이 되게 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에드로안 대통령 앞으로 서한을 보내 “성소피아가 박물관의 지위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포용과 세속주의에 대한 터키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준다. 상호 이해와 존중, 대화와 협력을 증진하고, 오래된 적대감과 분열을 피하기 위해 이 같은 결정을 재검토해 달라”고 말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최근 진행된 일요 삼종 기도회에서 “내 마음은 이스탄불에 가 있다”며 “성소피아를 떠올리면 깊은 슬픔에 잠긴다”고 했다.

정교회 국가인 그리스, 러시아 등을 비롯한 국제사회도 목소리를 냈다. 그리스 라니 멘도니 문화부 장관은 “(터키의 이번 조치는) 전 문명 세계에 대한 공개적 도발”이라며 “이 기념물을 세계문화유적지로 여기는 모든 이들을 불쾌하게 만드는 선택을 했다. 이는 터키와 그리스뿐 아니라 유럽연합(EU)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동방정교회 수장인 바르톨로뮤 1세 콘스탄티노플 총대주교는 “성소피아는 민족과 문화의 평화로운 공존과 대화, 기독교와 이슬람 간 상호 이해와 연대를 의미하는 상징이자 장소였다”며 “성소피아가 모스크로 전환될 경우, 전 세계 수백만 명의 기독교인이 이슬람에 반감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정교회 역시 “성소피아의 모스크 전환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라며 “우리는 종교인의 감정을 존중해야 한다. 성소피아는 범기독교의 성지로, 모스크 전환 결정이 내려질 경우 정교회 신자에게 큰 슬픔이 될 것”이라고 했다.

유네스코도 깊은 유감을 나타냈다. 오드레 아줄레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성소피아는 수 세기 동안 유럽과 아시아의 교류를 증명하는 독특한 유산”이라며 “박물관으로서 지위는 해당 유산의 보편성 등을 반영해 왔다. 유네스코와 사전 협의 없이는 어떤 결정도 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소피아는 종교와 전통, 역사의 다양성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의 모범 사례이다. 모든 사람이 성소피아에 접근 가능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편 성소피아 대성당은 326년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새로운 수도 콘스탄티노플을 건설하면서 건립되었으며, 537년 유스티니아누스 황제에 의해 재건되었다. 15세기에 콘스탄티노플이 오스만제국에 함락되기 전까지 약 1천 년간 동방정교회의 본산이었다.

이후 1453년 오스만제국에 콘스탄티노플이 함락되면서 황실 모스크로 개조됐다. 세계 1차대전으로 오스만제국이 멸망한 후, 터키 공화국의 초대 대통령이 된 아타튀르크는 1934년 강력한 세속주의를 앞세워 성소피아를 박물관으로 전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