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선우 작가 (전 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
▲황선우 작가(전 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
2016년 한 아이돌 그룹의 멤버들에게 역사의식 논란이 일었다. 그들이 안중근 의사 사진을 보고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것 때문이었다. 이에 JTBC의 손석희 앵커는 시 <어느 날 고궁을 나오면서>의 구절, ‘왜 나는 조그마한 일에만 분개하는가’를 인용하며 논평했다. 아이돌 가수들의 잘못은 “조그마한 일”이며, 그들에게 가할 비판을 정치인이나 교육인과 같은 “큰 사람”에 가해야 한다는 의미다.

손 앵커 논평의 주 내용은 일리가 있다. 정치인이나 교육인들은 국민들 혹은 청소년들에게 상당한 영향을 끼치는 ‘공인(公人)’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의 역사의식, 부정부패 등은 매우 큰 일이며 우리는 이에 때로는 비판을 해가며 바로 세워나가야 한다. 하지만 손 앵커 논평에 한 가지 짚고 갈 것이 있다. 말했듯 그는 인기 연예인들의 잘못된 언행이 ‘조그마한 일’이라 표현했다. 연예인의 영향력을 그 정도로 표현하는 것이 과연 적절할까? 연예인은 결코 공인 범주에 속하지 않는 걸까?

연예인은 일차로 광대에 속한다. 하지만 그들에게 공인으로서 요구되어야 할 건 없을까, 아니면 그들은 한낱 광대에 불과한 걸까? 연예인은 말과 행동을 조심해야 하는 걸까, 아니면 그들이 뭘 하든 한 명의 개인이니 내버려둬야 하는 걸까? 연예계의 정치적 편향 현상은 위험한 걸까, 아니면 그들의 자유니 신경 꺼야 하는 걸까? 이처럼 연예인 혹은 많이 알려진 사람의 공공성(公共性)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는 기독교인 혹은 보수주의자는 연예인의 공공성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연예인의 영향력이 결코 미비하지 않고, 특히나 청소년들에게는 그 영향력이 정치인이나 교육인보다도 더 크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연예인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청소년들의 의식 형성에도 큰 영향을 줄 수 있음을 알기 때문이다. 이는 기독교인들이 인간의 선택을 결코 완전하지 않은 것이라 생각하고 특히 청소년 시절에는 그 선택이 더욱 미성숙하기 쉬움을 앎으로써 나온 분별이다.

반면, 인간의 불완전성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은 인간의 지혜를 과하게 신뢰하며 청소년 시절에도 성숙한 선택을 충분히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다 보니 ‘청소년 선거권’이나 ‘학생인권조례’와 같이 청소년들의 선택과 권리를 과하게 늘리는 정책을 추진한다. 또한, 연예인은 한낱 광대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떤 방송이나 음악이 사회적으로 논란이 될 경우 그것의 폐지 혹은 변화를 말하지 않고 ‘청자 본인이 다른 것을 선택하면 된다’는 식의 주장을 한다.

영향력의 공공성

소셜테이너(social entertainer) 하면 첫 번째로 꼽히는 개그맨 김제동 씨도 연예인의 공공성과 관련해 말을 한 바 있다. 김제동 씨는 지난 2016년 한 방송에서 자신이 군인 시절에 영창 갔던 에피소드를 이야기했다. 하지만 군(軍) 기록상 김제동 씨는 영창을 간 적이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김제동 씨는 자신의 말을 사과하거나 반박하지 않고, “공인도 아닌 내 말에 왜 그리 죽자고 달려드냐”며 “정치인과 같은 공인에나 신경 써라”고 했다.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하는 연예인인 본인을 공인으로 보지 말라고 한 것이다.

그리고 2018년 10월, 윤서인 작가와 김세의 전 MBC 기자는 고 백남기 씨의 딸, 백민주화 씨에게 명예훼손을 했다는 혐의로 벌금 700만 원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9일 진행된 항소심에서 검찰로부터 징역 1년을 구형받았다. 윤 작가와 김 기자는 백민주화 씨가 실제로 SNS에 올린 내용을 그림과 글로 풍자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는 형법 제307조 1항에 명시된 ‘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이라 판단되었다. 이는 위법성 조각 사유, 형법 제310조(형법 제307조 1항의 행위가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처벌하지 아니한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법원의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법원은 윤서인 작가와 김세의 기자의 비판이 ‘공공’의 이익에 관한 것이 아니라고, 즉 백민주화 씨는 공인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윤 작가와 김 기자는 백남기 씨의 사망이 뜨거운 이슈가 되어있고 또한 그의 딸 백민주화 씨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비판이 공공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법원의 판결에서 백민주화 씨는 ‘제한적 공인’으로, 즉 사실상 공인이 아니라고 분류되었다. 현재 대한민국 법원은 영향력 있는 사람의 공공성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영향력 있는 사람의 공공성이 점점 인정되지 않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불완전하여 배울 게 한없이 넘치는 인간들이다. 그런 우리들에게 ‘영향력’이란 어떤 일을 하든 공공성을 동반하여 매우 강한 수단이 된다. 영향력으로 인해 누군가가 삶의 결정을 바꾸기도 한다. 혹은 그 영향력이 외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해도 누군가의 무의식에 힘을 가해 그 사람의 가치관을 형성하거나 변화시키기도 한다. 영향력의 대상이 청소년이라면 더욱 그렇다.

영향력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로 인해 누군가는 긍정적인 혹은 부정적인 힘을 받는다. 이에 우리는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사람으로 거듭나기 위해 다듬고 가꿔야 함을 알 수 있다. 우리의 영향력이 향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우리는 또 한 명의 공인이 되기 때문이다.

황선우 작가 (전 세종대 트루스포럼 대표)
<나는 기독교 보수주의자입니다>(8월 출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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