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치 취소 청와대 국민청원, 27만명 돌파해
문재인 대통령 지지 목회자·성도들, 분노 중
“손해 보고 희생할 때” “자성해야” 목소리도

정세균
▲정세균 총리 페이스북에 9일 오전 업데이트된 ‘커버 사진’. 거리 두기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전날 코로나19 방역 조치를 강조한 총리의 게시물로서 적절한지 의문이 일고 있다. ⓒ페이스북
정부의 ‘교회 정규예배 외 모임·행사 금지’ 발표를 놓고, 방역수칙 준수를 위해 몸부림쳐온 목회자와 성도들의 불만과 허탈감도 커지고 있다.

각 교회들은 아무런 지원도 없이 지난 5개월여간 예배당을 자발적으로 폐쇄하는 등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방지를 위해 노력해 왔음에도, 정부가 계속해서 교회를 압박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하는 것에 대해 서운함을 표시하고 있다.

현재 대부분의 교회들은 소모임을 자제하고 있으며, 운영하던 카페나 식당, 체육시설, 노숙자 봉사활동 등을 중단한 상태다. 반면 일반 식당이나 카페, 체육시설, 복지관 등은 대부분 운영 중이다. 무엇보다 가장 큰 바이러스 유입원 중 하나인 해외 입국도 여전히 이뤄지고 있다.

이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세가 거의 멈췄다가 이태원과 해외 입국자들에 의해 재확산돼 계속 늘고 있는 상황을 막아내지 못한 정부와 방역 당국이 일부 친정부 성향 언론들과 합세해 교회를 ‘제2의 신천지’처럼 계속해서 희생양으로 삼으려 한다는 인식도 확산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교회 정규 예배 이외 행사 금지를 취소해 주세요’라는 국민청원은 게시 하루도 안 돼 청와대의 답변 기준인 20만명을 돌파했다. 9일 오후 1시 30분 현재 27만명을 넘어섰다.

기독교인들은 무엇보다 문재인 정부가 내세웠던 ‘기회 평등과 공정한 과정, 결과의 정의’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는 의견이다.

정부기관과 식당을 비롯해 예식장, 운동시설, 유흥시설, 학원, 커피숍, PC방 등은 버젓이 영업하고, 관공서 등에서는 사회적 거리두기마저 잘 지켜지지 않는 가운데, 교회에 대해서만 압박을 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세균
▲정세균 총리 페이스북에 게재된 지난 2일 제10차 목요대화 모습. 사진에는 벗어놓은 마스크도 보이지 않는다. ⓒ페이스북
연합기관들도 일제히 비판 목소리를 냈다. 한국교회연합(대표회장 권태진 목사)는 “그동안 철저하게 방역수칙을 준수하며 코로나19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해 애써온 한국교회의 의지와 노력에 찬물을 끼얹었다”며 “한국교회 전체를 싸잡아 감염병 전파의 온상으로 지목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천명했다.

한국교회총연합(대표회장 김태영 류정호 문수석 목사)도 “중대본의 이번 발표는 지극히 관료적 발상의 면피용 조치이며, 그간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교회의 노력에 반하는 것으로서 심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미래목회포럼(대표 고명진 목사)은 “전체 확진자 중 교회로 인해 감염된 수가 얼마나 되는가? 교회는 가장 모범적인 방역을 실시해 왔음을 자부한다”며 “정 총리와 정부는 교회가 마치 전염병의 온상이 된 것처럼 치부하는 것을 즉각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이와 함께 익명을 요구한 교계 한 관계자는 “정부가 한국교회를 극우로만 보는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주변에는 국정농단 사태로 촛불집회에 참석하거나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투표했던 목회자와 성도들이 적지 않은데, 이번 조치로 그들이 분노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헌법에 보장된 종교의 자유는 정규예배뿐 아니라 모든 종교활동을 포함하는 것”이라며 “교계와 협의 한 마디 없이, 총리 말 한마디면 찬송도 성가대도 구역예배도 올 스톱하는 것이 공정한가”라고 반문했다.

이 외에도 SNS에서는 정부 조치를 비판하는 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이정현 목사(청암교회)도 “전국 대다수의 교회들은 그간 방역에 최선을 다해왔고, 식사도 제공하지 않았고, 모임도 축소하고 행사도 거의 하지 않아서 영적으로 중병 들기 직전까지 왔다”며 “무조건 몇 개 터지면 교회 전체를 향한 맹비난을 가한다. 상당히 많은 교회가 그런 것처럼 언론은 호도한다”고 아쉬워했다.

이 목사는 “마치 중국 공산당 정권에서, 우리는 종교를 허용하는데 이것은 안 되고 저것은 안되고 저것도 안된다고 하면서 아주 기본적인 교회의 모습을 유지하는 삼자교회, 바로 그 교회의 모습과 우리와 무슨 차이가 있는가”라며 “당사자에게 까지 벌금을 물린다는 말은, 혹시 교회에서 강행할지라도 (분명히 교회는 강행할 것이다는 전제 속에서) 너희는 절대 가지 말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시지”라고 비판했다.

한 목회자는 “이미 모든 주중 예배와 식사 및 모든 모임을 멈춘 상태인데, 오늘 정부 발표를 들으니 너무 너무 화가 난다”며 “정부 저항 운동을 하고 싶을 정도다. 이래도 정부 시책에 따라야 하는가”라고 개탄했다.

그러면서 “저는 목회자들에게 식사와 구역예배 등 소모임을 하지 말자고 말하곤 했는데, 이렇게 강제로 하는 것은 완전히 교회 탄압이다. 다른 모든 모임들을 보라”이라며 “투표로 현 정부의 콧대를 올려준 사람들에게마저 서운한 생각이 들 정도”라고 적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온라인 예배를 드리고 있는 모습. ⓒ여의도순복음교회
정부 조치의 모순적 면을 풍자하는 댓글도 회자되고 있다. ‘1. 교회 소그룹 모임을 가까운 카페에서 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가? 2. 벌금을 내야 한다면 그곳에 입장한 다른 손님들은 벌금을 내야 하는가? 3. 다른 손님들이 벌금 대상이 아니라면 교인들은 왜 벌금을 내야 하는가? 4. 교인이라는 이유가 카페 소그룹 벌금의 대상이라면, 심각한 차별이 아닌가? 5. 반대로, 카페 같은 공간에서 소그룹 모임이 가능하고 가정해보자. 왜 교회 건물 안에서는 안 되는가?’ 하는 식이다.

교회 식사 금지에 대해서도 ‘1. 교회 식당이 아닌 근처 식당에 의뢰해 식사를 제공하면 벌금을 내야 하는가? 2. 벌금을 내야 한다면, 그 식당을 찾는 다른 손님들도 벌금을 내야 하는가? 3. 다른 손님이 벌금을 안 낸다면 교인들은 왜 내야 하는가? 4. 벌금의 이유가 확진자가 될 확률이 높은 자들이기 때문이라면, 바이러스가 교인들을 찾아가는 것인가? 아니면 교인들이 바이러스의 주범인 것인가? 5. 반대로 식당에서의 식사 제공은 벌금을 내지 않는다면, 왜 교회 건물에서는 벌금을 내야 하는가?’라고 했다.

편향적 행정을 지적하는 글도 올라왔다. 한 교회에서 오는 14일 70명 이상 헌혈을 하기로 해 감사 전화도 오고 헌혈 차량 2대가 오기로 했는데, 교회 이름으로 헌혈하면 안 되니 동사무소같은 장소를 빌려 개인이 하는 걸로 하자는 연락이 왔다고 한다.

당황한 교회 측이 교회 마당에서 헌혈하면 코로나 걸리고, 같은 사람이 동사무소에서 헌혈하면 코로나 안 걸리냐고 물었다고 한다. 교회당 내도 아닌 주차장 헌혈 차량에서의 헌혈은 안 되고, 좁은 동사무소 내에서는 가능하다고 했다는 것이다.

교회의 자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박영돈 목사(전 고신대 교수)는 “소모임을 금지하는 정부의 지침이 과한 면이 있지만, 그것을 종교탄압이라는 식으로 비약해 사회 불안과 반목과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어려운 시기에 우리 교회가 조금 손해보고 희생하더라도 이 사회의 화평과 안녕을 도모하는 일에 힘씀으로, 민족이 어려울 때 교회가 과연 무엇을 했는지를 보여주어야 할 때”라고 밝혔다.

한 목회자는 SNS에서 “교회가 의로운 상태에서 불의하고 무고한 자를 위해 희생하는 것이 마땅하거늘, 작금의 상태는 정반대로 교회 예배가 코로나 전파의 매개체가 되고 있다”며 “지금 우리는 죄가 있어 매를 맞고 있지 않는가? 그걸 참아도 칭찬이 없는데, 참지 못하고 우리의 권리를 말하고, 종교 핍박과 탄압을 말하는가”라고 지적했다.

다른 성도는 “예배에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국가와 일반 시민들로부터 질병이나 전파하는 혐오의 대상으로 낙인찍혀 보니 기분이 어떠신가”라며 “당신들이 이 땅의 소수자와 약자들에게 지금까지 자행해 왔던 정죄와 혐오를 지금 그대로 돌려받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으셨는가”라고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