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자들도 벌금 300만원 부과하는 것은 문제
기장 총회, 정규예배 외의 제한 기준 마련 발표
예배 명칭 문제보다, 다양한 소모임 절제 의미

제12회 한국장로교의날 기념예배
▲장로교의 날 행사에 참석한 장로교단 주요 관계자들이 거리두기를 하고 착석한 모습. ⓒ크투 DB
정세균 국무총리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서 발표한 ‘교회 정규예배 외 소모임 금지’ 조치에 대한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각 교회와 성도들은 예배와 소모임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를 비롯해 식사 금지와 성가대 연습 금지 등 세부 사항에 대한 명확한 지침과 설명이 없어, SNS 등으로 설왕설래가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러한 방역수칙 위반 시 ‘감염병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따라 책임자나 이용자에게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되고 집합금지 조치를 시행할 수 있다는 발표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러한 혼란은 정부가 개신교와 교회의 특성을 외면한 채, 각 교단이나 연합단체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지침을 발표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러나 정부는 8일 오전 총리의 발표와 중대본의 보도자료 이후 별다른 설명을 하고 있지 않다. 본지는 구체적인 문의를 위해 8일 오후 중대본과 복지부 관련 부서에 문의했으나,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자동응답만 흘러나왔다.

이번 조치에 대해 법률 전문가들은 “헌법상 보장된 종교의 자유, 특히 종교의식의 자유, 종교활동의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지나쳐 위헌에 해당할 수 있다”며 “집단감염 방지를 위해 교회활동을 제한하는 것이 과연 필요한지 과학적 판단이 요구되는데, 명확한 근거도 제시하지 않은 채 막연한 추정만으로 모임을 금지하는 것은 수단의 합목적성을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집단 감염이 발생한 교회가 일부 있지만 모든 교회 활동에서 감염 발생한다는 정황이 불분명하므로, 정규예배 외 모든 활동을 금지해 확보하려는 추상적 공익이 금지당하는 종교의 자유보다 명백히 크다고 볼 수 없다“며 ”이번 방역수칙은 ‘명확성 원칙’에도 위배된다. 특히 교회 관계자뿐 아니라 이용자에게도 300만원 이하의 벌금 부과하는 것은 문제”라고 비판했다.

또 “정규예배의 범위가 어디까지인가? 주일 오전·저녁예배와 수요·금요 기도회 정도로 보이는데, 새벽기도회와 교회학교 주일예배, 청년부 예배 등은 어떻게 되는 것인가”라며 “정부가 일방적인 잣대로 교회을 탄압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교회 모임만 특정해 금지하는 것은 평등의 원칙에도 위배된다“며 ”집단감염이 사찰과 성당 등 여타 종교시설에 확산되고 있음에도 교회만 문제시하는 것은 결과적으로 차별적 국가 권력 행사로, 자칫 종교에 대한 국가 권력의 중립성에 의심을 갖게 한다”고 주장했다.

기장 총회 정규예배
▲기장 총회에서 제시한 정규예배 기준과 방역 대책. 다른 교단에도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홈페이지
◈정세균 총리가 발표한 정규예배 외의 제한이란

이러한 가운데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는 8일 총무 이재천 목사 명의로 ‘정세균 총리가 발표한 정규예배 외의 제한이란’이라는 공지를 발표해 관심을 모았다.

이재천 목사는 “오늘 정부가 정세균 총리 이름으로 정규예배 외에는 제한한다고 발표했는데, 여기서 말하는 정규예배는 교회가 하는 모든 예배를 말한다”며 “주일 공동예배, 수요예배, 금요기도회, 새벽기도회 등 모두이다. 다만 소그룹 모임에서 전염이 계속 일어나고 있으니, 그것을 자제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10일부터 시행되며, 지자체에 전달된다. 지자체가 현장 교회를 관리하고 감독하게 될 것”이라며 “철저한 방역과 명부를 꼭 작성하고, 방침을 준수해 달라. 종교계가 고위험군으로 지정될 상황이었지만, 현재로는 자발적 참여를 존중해 공적 예배 외의 소그룹 모임을 제한해 방역 확산을 막고자 하는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이재천 목사는 “정부 기관과 내용에 대해 일정 부분 협의를 거쳤다. 협의는 정부 발표 후에 이뤄진 것”이라며 “제가 이해하기로는 정부가 고심 끝에 발표했지만 교회를 세세하게 모르기에 내용이 단편적이었고, 교회는 이 발표로 인해 혼돈이 빚어지고 있어 총회로서는 지역 교회들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목회를 지원하기 위해 개념을 빨리 규정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제가 듣기로는 정부 차원에서 여러 차례 의견을 수렴한 것으로 안다. 그 과정에서 이 시점에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 아니겠나”라며 “상황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판단하기에 앞서, 1차로 필요한 것은 저희 입장에서 교단 내 교회들에게 목회 가이드라인을 공유하는 일”이라고 밝혔다.

그는 “정규예배라는 카테고리의 아웃라인을 먼저 드렸고, 비상대책실을 운영하면서 후속 작업들을 매일 업데이트할 것”이라며 “기도회나 예배의 이름이 중요한 게 아니라, 정부는 지금 문제가 되는 다양한 소그룹들의 모임을 절제해 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또 “전 교인을 대상으로 교회의 책임적 목회 리더십이 주관하는 모임은 이름이 예배이든 기도회이든, 저희 교단의 경우 ‘정규예배’라고 표현한 카테고리에 집어넣었다”며 “이는 교단들마다 편차가 있을 수 있겠지만, 책임 있는 교단들은 서로 소통하고 있으므로, 그 편차는 일시적이고 금방 좁혀질 것”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공교회로서 책임 있고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개신교 기관은 그나마 각 총회 아니겠나. 교단들 중심으로 연대하고 협의하면서, 모범 사례들을 만들고 이를 보편화하면 될 것”이라며 “정부가 그런 경험이 부족해 계속 헛발질을 하는 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