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연합, 구호활동으로 탈북민 1천여명 구출
북한인권, 대북 정책 주류가 되지 못한 한계도
현 정부와 시민사회, 북한인권 개선 의지 없어

북한인권시민연합
▲제1발표 모습. 오른쪽부터 원재천 교수, 요안나 호사냑 부국장. ⓒ시민연합
북한인권시민연합 부설 윤현 연구소 창립 학술세미나가 ‘북한인권 운동 4반세기: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지난 2일 오후 서울 통일로 위드스페이스에서 개최됐다.

학술세미나에서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이하 시민연합) 박범진 이사장의 개회사 이후 양경석 윤현 연구소 소장 사회로 4차례 주제발표와 토론이 진행됐다.

먼저 제1주제 ‘해외에서의 북한인권 운동: 성과와 과제’를 주제로 원재천 교수(한동대)가 발표했다. 그는 “ 시민연합은 ①인권의 국제적 기준이 북한에 준수되기를 추구한다 ②국제 연대를 통해 목표를 달성한다 ③인권침해 희생자(피해자)를 힘 자라는 대로 돕는다 등 3대 원칙을 갖고 있다”며 “1996년 ‘광야의 소리’로 시작된 북한인권 운동은 시대 양심의 목소리가 되어 지금까지 북한인권을 국제사회에 알리고, 각 지역의 아픔들을 공감하고 소통하면서 글로벌 인권연대를 만들어 갔다”고 소개했다.

원 교수는 “이를 통해 국제적 인권 기준을 북한에 적용하는데 의미 있는 역할을 하고, 구호활동을 통해 1천여명의 북한 난민들을 구출하는 열매를 맺었다”며 “윤현 이사장님은 북한 납치자들에 대해서도 마음 아파하시고, 그들이 ‘사회적 약자’라며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고 전했다.

그는 “윤 이사장님은 2011년 캐나다 제1회 존 디펜베이커 인권·수호자상 수상 소감에서 ‘아시아에서 경제발전과 민주주의를 실현한 두 나라 일본과 한국은 다음 4가지 일을 해야 한다’고 하셨다”며 이를 다음과 같이 열거했다.

첫째 아시아의 정치적 망명자들을 위해 피난처를 제공할 것, 둘째 아시아의 미래에 대한 투자를 위해 정치적 망명자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할 것, 셋째 민주주의 인권상을 제정해 아시아 개혁자들을 고무·격려할 것, 넷째 아시아 지역 민주주의와 인권을 위해 일하는 비정부기구의 활동을 격려할 것.

그러면서 “시민연합은 윤현이사장님의 유지를 받들어 2020년 윤현 인권연구소와 기록보존소를 설립해 북한은 물론 아시아 지역 인권과 자유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토론에는 요안나 호사낙 북한인권시민연합 부국장이 나섰다.

이어 ‘국내에서의 북한인권 운동에 대한 역사적 검토와 전망’이라는 주제로 이원웅 교수(카톨릭관동대학교)가 발제했다. 그는 “북한인권 개선은 통일과 한반도 평화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당위적인 국가적 과제”라고 역설했다.

이원웅 교수는 “북한인권 문제는 아직까지 대북 정책의 주류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이산가족,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등 남북간 인도적 문제를 포함한 현안들이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며 “보수-진보의 진영 대립, 인권과 인도적 지원을 다르게 바라보는 그릇된 개념적 양분화(dichotomy) 문제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북한인권 개선은 무엇보다 북한 내부의 변화가 가장 중요한 변수다. 현실적으로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할 수 있는 역할은 매우 제한돼 있기 때문”이라며 “정부는 국제사회와 NGO에 대한 지원과 협조를 확대해야 하고, 남한 사회의 인권담론과 통일담론 속에서 북한인권이 중요한 요소로 포함되도록 유도하며, 국내 및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정책 인프라를 강화시켜 나갈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북한인권 NGO는 자신만의 논리에 매몰돼 앞만 보고 달려가는 우를 범해선 안 되고,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 인권 개선을 가져올 수 있는 구체적 성과 목표를 하나씩 실현하는데 주력해야 한다”며 “북한 민주화는 매우 장기적인 과제로, 외부세력이 개입할 지렛대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제언했다.

이 교수는 “향후 북한인권 운동은 북한 핵개발로 인한 동북아 세력균형, 미중간 패권경쟁 현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이 주도적으로 작동하는 현실 속에서 유엔이 제시하고 있는 보편적 인권원칙을 추진해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즉 북한인권 문제가 주류화되지 못한 채 종속변수로 물러나 있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북한인권 운동은 지평과 동력을 확대하기 위해 통일운동, 통일교육, 평화운동, 실향민운동 등 새로운 사회운동 세력과 연대를 모색하고, 국민들의 인권 민감성 제고에 더욱 노력해야 한다”며 “북한인권 운동은 고립된 정치운동이 아니라, 동북아 평화와 인권의 통합성과 동태성을 매개로 한 보편적 사회변혁 운동으로 자리매김해야 한다.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을 최우선 과제로 삼아 역내 평화운동, 젠더운동, 환경운동, 노동운동 등과 국제적 연대를 강화하고, 다차원적 지역인권 평화협력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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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웅 교수와 윤여상 소장(오른쪽부터)이 발제하고 있다. ⓒ시민연합
토론에 나선 윤여상 소장(북한인권정보센터)은 “북한인권 개선은 북한 당국과 주민들 스스로의 노력이 1차로 필요하지만, 현 시점에서 그러한 기대는 갖기 어렵다”며 “한국 정부와 시민사회도 북한인권 당사자 입장을 가져야 하지만, 현 정부와 한국 시민사회는 그러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다. 불가피하게 북한인권 개선을 위한 노력은 북한인권 단체와 탈북민 단체, 일부 종교기관 등의 전유물로 인식되는 한계를 피하기 어려운 실정”이라고 밝혔다.

제3주제 ‘북한이탈주민 정착지원 사업 성과와 방향성 제언: 북한인권시민연합 활동을 중심으로’를 발표한 박윤숙 객원교수(국제사이버대)는 “시민연합은 인력과 예산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가운데서도 25년여간 여러 탈북민 지원 사업들을 펼쳐왔다”며 “탈북 청소년들의 교육과 남북한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인권과 통일문제에 함께 참여할 수 있는 시민 인식변화 사업 등 두 가지”라고 전했다.

박 교수는 향후 과제로 △시민정신, 인재양성 프로그램 확산을 위해 지방에 시민연합 지부를 둔다 △홍보. 모금 전문가를 두어 시민연합을 적극 홍보하고 자원을 확보한다 △윤현 연구소를 통해 이뤄져야 할 사업을 적극 개발한다 등을 제안했다.

그는 “세월이 가도 탈북 동포들의 외로움과 소외 문제, 일상에서 겪는 차별과 폭력(또는 성폭력) 문제들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국가나 정부, 기관들이 해결할 수 없는 탈북동포들의 세세한 문제들을 누군가 대신 해결할 필요가 있다”며 “탈북 동포들에게 신뢰할 수 있고 가족과 같이 활용할 수 있는 시민연합과 같은 단체들이 더 많아져야 한다. 탈북 청년들이 잘 성장해 홀로서기 시민으로 성숙해질 때까지 오래 함께 있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해당 발제에는 김혁 경남연구원 남북교류협력연구센터 팀장과 김은주 고려대 사회학과 석사과정 학생이 토론했다.

제4주제로는 ‘유형적 연계성과 동아시아 후기공산사회들을 통해서 본 북한의 정치변동과 전환기 정의’를 허만호 경북대 교수가 발표했으며,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대표가 토론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