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의 질문
천년의 수업

김헌 | 다산북스 | 316쪽 | 16,000원

질문하고 답하면서 사람도 세상도 알아간다
나이가 들면서 사람들은 왜 질문을 멈출까
질문? 목적지 설정 위해 가장 중요한 과정

태어난 아기는 울음소리로 이 세상의 삶을 시작한다. 울음으로 시작된 사람의 인생은 점점 물음표의 인생으로 변한다. 세상의 모든 것이 궁금해지기 시작한다.

말을 시작한 아이들은 자신이 모르는 것에 대해 질문하기 시작한다. 질문에 대한 답을 하나씩 알아가면서 사람도 세상도 하나씩 알아간다. 질문은 아이 때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 끝나는 날까지 하며 살아간다.

세계적인 작가 톨스토이의 작품에서 특이한 것 하나는 질문으로 독자에게 다가간다는 것이다. 톨스토이의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에는 ‘사람의 마음에는 무엇이 있는가? 사람에게 허락되지 않는 것은 무엇인가? 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라는 질문이 나온다.

톨스토이뿐 아니라 인생의 변화를 이끌어낸 사람들은 대부분 질문을 던지고 해답을 찾아가는 삶을 산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서 질문을 멈춘 사람들이 있다. 질문을 멈추게 하는 가장 중요한 요인은 크게 두 가지라고 생각한다.

첫째, 교육의 문제다. 지금은 좀 달라졌지만, 우리나라 교육은 주입식이다. 주입식 교육은 질문이 없는 교육이다. 질문하는 사람이 도리어 이상한 사람이 되는 교육이다.

둘째, 인생은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정답이 없다고 생각하니 질문할 이유는 찾지 못한다.

질문은 굉장히 중요하다. 질문은 내비게이션과 같다. 질문을 던진다는 것은 목적지 설정을 위한 가장 중요한 과정이다. 질문이 없다는 건 목적지 설정을 하지 않고 운전을 하는 것과 같다.

질문은 연결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벽이 있다. 사람들은 대부분 이 벽을 문으로 만들어 다른 사람과 소통하고 싶어한다. 다만 자신이 먼저 문을 만들지 않는다.

이 문을 여는 최선의 방법은 인사를 하고 말을 건네는 것이다. 그 사람에 대해 질문하는 것이다. 그러면 대부분은 기꺼이 자기 문을 열고 이야기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질문은 연결이다.

질문 통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오늘날 연결해
존재와 죽음, 자존과 행복, 관계 등 9가지 질문
그리스인들 질문, 21세기에도 여전히 유용해

질문은 사람과 사람과도 연결해줄 뿐 아니라 역사와 사람을 연결해준다. <천년의 수업>은 질문을 통해서 문명의 근원이 그리스 로마 신화와 오늘날의 인간을 연결해주는 책이다.

저자인 김헌 교수는 서울대학교 인문학 연구원 부교수로 학생들에게 그리스 로마 신화, 그리스 비극, 역사, 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차이나는 클라스>, <요즘책방: 책 읽어드립니다> 등에 출현하면 대중에게 서양 고전을 알리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저자는 <천년의 수업>에서 존재와 죽음, 자존과 행복, 타인과의 관계 등 아홉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삶에서 중요하다고 할 만한 질문을 던지고 그리스 로마신화를 통해 그 대답을 제시하고 있다.

먼저 저자는 아홉 가지 질문에 들어가기 전에, 그리스인들이 가치를 판단하는 3가지 질문을 소개한다. 이 방법은 아리스토텔레스가 자신의 수사학과 윤리학에서 제시한 것이다. 그 이전에 플라톤의 작품에서 언급되기도 했다.

첫째, ‘나에게 이익이 되는가, 손해가 되는가?’라는 질문이다. 이를 실용적인 판단 또는 경제적 판단이라고 한다.

첫 번째 질문은 자본주의가 팽배한 우리 사회에서 가장 지배적인 기준이 된 것 같다. 오늘날 사람들은 사소한 일에서도 모두들 손익부터 계산한다.

둘째, ‘옳은가, 아니면 그른가?’라는 질문이다. 이때의 판단 기준은 윤리와 도덕이다.

첫 번째 질문과 두 번째 질문의 답이 맞아떨어지는 경우에는 그나마 판단이 수월하다. 하지만 실용적 판단과 윤리적 판단이 어긋나면 갈등이 생긴다.

셋째, ‘아름다운가, 추한가?’라는 질문이다. 이 질문은 가장 그리스인다운 질문이다.

아름다움이란 인간이 가장 순수하게 추구하는 가치다. 실용적, 도덕적, 그리고 미학적 관점은 우리가 질문을 맞닥뜨릴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부분이다.

그리스인들이 가치판단을 위해 던졌던 3가지 질문은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여전히 유용하다.

이제 아홉 가지 질문으로 들어가 보자.

첫째, 나는 누구인가?

나에 대한 성찰은 결국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사는 것이 인간다운 것인가? 라는 문제와 연결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이 중요한 이유는 그것이 인간이라는 존재에 대한 질문의 시작점이기 때문이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소크라테스와 소포클레스가 강조한 두 가지를 함께 기억하라. “너 자신을 알라. 너 자신을 안다고 착각하지 말라.”

둘째, 인간답게 잘 산다는 것은 무엇일까?

인간다움에 대한 질문이야말로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다. 밭과 도로와 집을 보면서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가?

인간의 무늬들이 모두 타지마할이나 앙코르와트 사원처럼 아름답거나 문학적으로 커다란 가치를 지닌 것은 아니다.

그러나 도로, 골목길, 밭, 건물 등 우리 주위에는 인간의 무늬들이 저마다 새겨져 있다. 이 무늬들은 인류가 지금껏 질문을 던지고 나름의 답을 해온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인간적인 삶에 대해 질문을 던져보라. 지금까지 내가 만들어온 발자국의 궤적을 돌아보고, 얼마나 인간적인 삶을 살았나를 물어보라.

만족스럽지 않다면 지난날을 후회하고 과거를 지우려고 하기보다, 앞으로 어떤 길을 만들며 어떤 자취를 남기고 갈 것인지를 꿈꿀 수 있는 힘으로 바꾸어 보라. 그것을 고민할 때 비로소 더욱 인간다워질 것이다.

셋째, 우리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이토록 치열하게 사는가?

오디세우스는 영원하고 평탄한 삶을 포기하고, 아프면서 고통스럽고 시시각각 고민에 휩싸이는 인간의 삶을 향해 스스로 뛰어들었다.

그는 인간이 피하고 싶어 하는 죽음마저 부정하고 않고 받아들인다. 언젠가는 죽을 것이기 때문에 살아 있는 지금이 아무리 고통스러워도 더욱 더 가치 있다는 사실을 알았던 것이다.

마찬가지로 슬픔이 있기에 기쁨은 더욱 달콤하고, 고통이 있기에 성취의 보람도 커진다. 인생은 유한하며, 그로 인해 삶의 순간들이 빛난다. 모든 존재를 무의미하게 만드는 죽음이 사실은 모든 존재를 빛나게 만드는 셈이다.

넷째, 어떻게 살아야 만족스럽고 행복할 수 있을까?

평범하고 보잘 것 없는 삶이라고 기죽을 필요 없다. 어떤 삶이든 그 속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일들이 일어나고 흥미진진한 부분이 있다.

지금 닥친 어려움도 훗날 나의 역사를 더 흥미진진하게 만들어주는 하나의 에피소드가 된다는 믿음이 있다면 견뎌낼 수 있다. 이런 믿음이야말로 살아가는 힘이 된다.

그 믿음은 단순히 어려운 현실을 잊게 만드는 공허한 허구가 아니라, 새로운 현실을 만들어낼 창조의 힘이 된다.

미래에 현실이 될 현재의 허구를 아름답게 상상하고, 그 힘으로 나의 세계를 실제로 만들어갈 수 있다. 그러니 나는 내 인생의 시인이고 주인공임을 어느 순간에도 잊지 말아야 한다.

다섯째, 세상의 한 조각으로서 나는 무엇일 수 있을까?

오디세우스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극한 상황에서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확인해야 했다. 오디세우스는 ‘나는 아무것도 아니다’는 걸 내뱉고 난 순간에야, 다시 무언가가 되기 위한 필사적인 노력을 시작했다.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될 때가, 그걸 딛고 일어설 힘을 낼 수 있는 때이다. 개인의 힘은 미약하지만 시민의 힘은 강하다. 아무도 아닌 줄 알았던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단합하면 큰 변화를 이뤄낼 수 있다.

여섯째, 변화하는 세상에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새로운 기술의 쓸모와 방향을 판단할 수 있다. 어떤 양상으로 세계가 변하든 그 속에서 인간의 역할이 무엇이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상상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그 어떤 새로운 세상에서도 자신의 삶을 잘 꾸릴 수 있다.

주어진 지식만 전달하는 교육 방식으로는 그런 사람을 길러낼 수 없다. 흔히들 ‘사람을 만드는 교육’이라는 말을 한다. 이제 정답을 맞히는 사람을 만들기보다, 스스로 생각하는 사람을 만드는 교육을 해야 한다.

일곱째, 평범한 우리들의 이야기는 역사가 될 수 있을까?

그리스 신화를 통해, 무엇이 세상을 변하게 하는지 알 수 있다. 새로운 세대가 어떻게 새로운 세상을 열어야 하는지, 그리고 기득권을 지닌 기성세대들은 다른 세대를 어떤 식으로 포용해야 하는지 얘기해 준다.

기성세대가 독선에 사로잡혀 새로운 세대를 억압해서도 안 되고, 새로운 세대 또한 기성세대를 무조건 밀어내서는 안 된다.

결국 기존의 것 중에서 좋은 면은 받아들이되 안 좋은 부분은 개선해서 더 나은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래야 발전이 있다.

여덟째, 타인을 이해하는 일은 가능한가?

이야기를 함께 읽고, 듣고, 말하고, 계속 전승하면서 우리는 이야기를 매개로 세상을 바라본다. 한 사람 안에 누적된 이야기는 곧 그 사람의 세계가 된다.

이야기를 공유한다는 건 결국 같은 세계를 가진다는 것이다. 물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사람들도 가까이 묶어주는 힘이 된다.

과거의 사건들을 그저 한때의 슬픔이나 기쁨으로 넘기는 대신, 끊임없이 연구하고 해석하면서 현재를 조명하고 미래의 지표로 삼을 때, 진짜 우리의 이야기가 만들어진다.

아홉째, 잘 적응하려면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가?

고전은 내가 아직 겪어보지 못했던 문제를 먼저 경험한 사람의 이야기다. 그것도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다.

한 번뿐인 인생을 살면서 자의든 타의든 여러 질문을 부딪치고 그 답을 찾아야 할 때, 가장 유력한 답을 제시해주는 것 중 하나가 고전이다.

같은 고민을 우리보다 앞서서 했던 이들이 남긴 이야기를 읽고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면, 인생을 풍부하게 살아가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고전은 분명 만족스럽게 행복한 인생을 위한 매뉴얼이다.

영화 로마서 8:37
▲미국의 한 교회. ⓒ크투 DB
성공하는 리더의 필수 덕목, 질문하는 능력
<천년의 수업>은 신화에서 근본 질문 찾아
그리스도인들, 질문 해답 성경에서 찾아야

세계적인 리더십 교육기관 CCL에서 119명의 성공한 글로벌 기업 사장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다. ‘성공하는 리더의 필수 덕목이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1위가 뭐였을까? 방향 설정, 비전 전파, 전략적 사고방식, 변화하는 시대에 맞는 변화…. 모두 아니다. 1위는 바로 ‘질문하는 능력’이었다.

인생을 그냥 걷기만 하면, 너무 많을 것을 놓친다. 자신이 어떤 길을 걷고 있는 지 묻는 사람의 눈에는 또 다른 길이 보인다.

질문을 놓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점점 더 넒은 세상이 보이게 된다. <천년의 수업>은 저자가 인간이 해야 할 근본적인 질문을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찾으려고 했다.

그리스도인들은 근본적인 질문의 해답을 그리스 로마 신화가 아닌 성경에서 찾아야 한다. 하지만 그리스도인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믿지 않는 사람들을 전도하기 위해서다.

그리스 로마 신화는 사람들의 세계관에 큰 영향을 미쳤다. 그렇기에 이 부분을 이해하고 인간이 던져야 할 근본적인 질문에 대해 성경을 통해 제대로 대답해준다면 좋은 전도의 매개체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리스도인도 끊임없이 질문하며 살아야 한다. 무엇보다 본질에 대한 질문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 가장 많이 던진 질문은 업의 본질에 관한 것이었다. 도대체 우리가 하는 일의 본질이 뭐냐는 것이다.

바쁘게 살다 보면 늘 주객이 전도되기 쉽다. 본질을 잊고 부수적인 일에 시간을 쓰게 된다.

때문에 그리스도인들은 주기적으로 본질에 대해 질문해야 한다. ‘내가 살아가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누구를 위해 살아가야 하는 가?’ ‘바른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가?’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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