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양육서이지만, 결국 부모의 삶 돌아보게 해
성취보다 존재 관심, 아이와 친밀한 관계 맺어야
아이에게 감정 폭발할 것 같으면, 자리 피해보자

우리 아이 기초공사 정은진
우리 아이 기초공사

정은진 | 그림 Sanny | 비비투 | 248쪽 | 15,800원

“아이의 인생에 따뜻한 관심과 돌봄을 제공해 주는 단 한 사람이 중요하다. 한 사람만 있으면 된다. 그렇다면 아이는 넘어지거나 약해지더라도 결코 깨어지지 않는다.”

<우리 아이 기초공사>는 참 반가운 책이다. ‘SKY캐슬’처럼 각종 학습법이 난무하는 ‘자녀 교육의 세계’ 가운데, 부모가 자녀들을 도와줄 수 있는 동안, 부모 도움 없이도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낼 수 있도록 ‘단단한 아이’로 키우는 9가지 양육의 지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이가 성장할수록 부모 의존성은 줄어들어야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의 주도성은 높아지고 아이의 삶에 대한 부모의 통제력은 내려가야 한다는 뜻이다. 그래야 아이는 자신의 삶을 살게 되고, 부모는 아이를 믿고 떠나보낼 준비를 할 수 있다.”

자녀 양육의 목표를 성취와 성장 두 영역으로 나눌 수 있는데, 저자는 아이에게 무엇을 성취하게 할 것인가보다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성장하게 할 것인가, 부모로서 어떻게 그것을 도울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통해 부모도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를 바란다.

이를 위해 부모들에게는 추상적이지 않은 자녀 양육의 ‘목표’가 있어야 한다. 저자가 책에서 제안하는 ‘자녀 교육의 목표’ 9가지는 ①사랑받고 존중하는 아이(자존감) ②긍정적인 아이(감정 다루기) ③관계를 잘 맺는 아이(공감, 협상, 요청하기) ④꾸준히 지속하는 아이(열정과 회복탄력성) ⑤서로 위하고 환대하는 아이(이타성) ⑥무례하지 않은 아이(공격성) ⑦여럿이 함께 어울리는 아이(기질과 포용력) ⑧기다리고 기대할 줄 아는 아이(자기 통제력) ⑨내면과 외면이 다르지 않은 아이(도덕성과 영성) 등이다.

학교나 학원에서 앉혀놓고 가르쳐 주진 않지만, 평생 다른 사람들과 이런저런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필수적인 내용들이자, ‘우리 아이가 커서 이랬으면’ 하고 한 번쯤은 생각했던 덕목들이다. 다음은 책의 저자 정은진 소장(진로와소명연구소)과 양육에 대해 이메일로 나눈 인터뷰 내용.

-책을 통해 꼭 필요한 내용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책을 펴내신 계기와 과정이 궁금합니다.

“<우리 아이 기초공사>라는 책은 기본적으로 자녀 양육서이지만, 결국 부모의 삶을 돌아보게 하는 책입니다.

‘우리 아이 이렇게 잘 키웠다’는 책이 아니라, 함께 진흙탕에서 구르며 고민한 내용이고요. 4형제를 키우면서, 또 많은 부모님과 아이들을 만나면서 함께 생각해야 할 지점들을 정리해 보고자 했습니다.”

-기독교적 양육이란 무엇일까요.

“한 마디로 정리하기란 참 어렵습니다. 기독교적 양육이라고 할 때 먼저 큐티, 가정예배, 성경 암송 등을 먼저 떠올리게 되지요. 아이의 신앙 훈련을 위해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부분은 부모와 아이 간의 관계가 하나님과 나의 관계와 닮아가는 것이 아닐까요? 하나님께서 우리를 있는 모습 그대로 사랑하시고, 우리의 유익을 위해 징계하시며, 오래 참으시는 것 등이 우리를 통해 자녀들에게도 드러나는 것이지요.

하나님께서 우리가 무엇을 하는가보다 우리 자신에게 관심이 있으신 것처럼, 우리도 아이의 성취보다 존재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기뻐하는 것, 아이와 친밀한 관계를 맺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우리 아이 기초공사 정은진
▲정은진 소장이 강의하고 있다. ⓒ연구소
-양육에 있어 예전과 비교해 요즘 상대적으로 덜 강조되어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부모의 좋은 권위에 대한 이야기이겠지요. 바움린드의 네 가지 부모 유형 분류를 보면, ‘권위주의적인’ 부모와 ‘권위적인’ 부모를 구분합니다.

우리 세대 부모님들은 권위주의적인 분들이 많으셨기 때문에, 현재 3040 세대는 권위에 대한 반감이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관대함과 단호함을 함께 가진 좋은 권위자로 부모가 서 있는 것은 필요합니다. 아이와 친구처럼 지내는 단계는 사춘기 이후에 가능한 것 같아요.”

-책에도 나오지만 시행착오도 많으셨을텐데, 어떻게 극복 또는 개선을 하셨나요.

“4형제를 키우면서, 많은 시행착오를 거쳤지요(웃음). 4인 4색으로 다 다르고, 상대적으로 쉬운 아이도 있었지만 제 ‘인격의 끝’을 보게 하는 어려운 아이들도 있기 때문이예요.

인격의 바닥을 본다는 것은 매우 고통스러운 과정이지만, 그래서 더욱 겸손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아이의 기질을 이해하는 것, 왜 이 지점에서 이토록 화가 나는지 나를 이해하는 것, 의사소통부터 훈육까지의 양육기술을 배우고 익히는 것이 필요한 것 같아요.

부모 교육은 비타민 같습니다. 안 먹어도 죽지 않지만, 정기적으로 먹어야 더 건강히 살 수 있어요. 필요하면 개인 상담도 받아야 하고, 가족들에게 사과도 하고, 솔직한 도움을 요청하면 좋습니다.”

-순간적으로 화가 나면 말이 함부로 나오기 쉬운데, 부모가 감정을 어느 정도 드러내는 것이 아이에게 유익한가요.

“아이에게 좋은 것을 해주려고 노력하며 열 번 잘해주다가 한 번 크게 마음에 못을 박느니, 적절하게 잘해주는 것이 나을 때가 있어요.

아이에게 기대가 크면, 화도 많이 나게 되거든요. 감정의 폭발이 일어나기 전에, 그 자리를 피하는 것이 가장 좋은 것 같아요. 부모는 아이 앞에서 강자이거든요.

특히 아이의 존재를 공격하고 비난하는 말은 하지 않아야 하겠지요. ‘너는 왜 태어나서 내가 이 고생이냐? 너는 우리에게 걱정만 끼치는 존재구나.’ 하는 말들이요.

비난하지 않고 가르칠 수 있는 방법이 우리가 연마해야 할 기술인 것 같습니다.”

-교회가 크기에 상관없이 이런 양육에 있어 부모들을 도울 수 있는 방안이 있을까요.

“독서 모임을 강력하게 추천해요. 육아, 교육에 대한 책들을 함께 읽고 나누다 보면, 생각이 정리됩니다. 아빠끼리, 엄마끼리, 또 부부끼리 함께 소그룹으로 나누는 모임이 많아지면 좋겠어요.”

우리 아이 기초공사 정은진
▲정은진 소장이 코칭을 진행하는 모습. ⓒ연구소
-요즘 아이들이 빈부 격차나 장애 등을 비교하며 왕따를 시키거나 놀리고 차별하는 사례가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런 일이 생기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일은 시대마다 계속 있어 왔어요. 이기적인 인간의 본성이지요. 그래서 교육으로 잘 훈련해야 합니다.

아이들이 서로를 차별하거나 놀리는 상황을 발견할 때가 참교육의 타이밍이지요. ‘그러면 안 되지!’라고 이야기하고 끝내지 마시고, 좀 더 이야기를 끌고 나가실 수 있으면 좋겠어요.

또한 아이가 친구와 가족관계에서 존중하는 태도를 보일 때 많이 칭찬해 주시고요. 가족 내에서 형제끼리 놀리고 비난하는 분위기가 지속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자녀를 적게 낳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4형제를 기른 엄마로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자녀 양육은 여성만의 소명이나 몫이 아니라는 부분을 부부, 나아가 공동체가 인식하는 부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육아를 기쁨으로 선택하는 엄마도 있지만, 각자가 다 다르니까요. 이런 면에서 육아 휴직, 파트타임 일자리와 같은 유연한 구조가 더 많이 제공되어야 하고요.

교회 내에서도 육아를 부부의 공동소명으로 다루는 메시지들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개인적으로 4형제를 키우는 과정이 제게 가장 큰 도전이었고, 또 가장 저를 성장하게 한 과정이었습니다. 지금도 현재진행형이고요.”

-책에서 ‘기초’로 소개하신 9가지 내용이 다 중요하지만, 연령대별로 더 신경써야 할 내용들이 있을까요.

“아무래도 자존감과 자기통제력을 먼저 주의깊게 보셔야 할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자녀 양육의 두 가지 기초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자존감은 ‘나는 할 수 있어’라고 생각하는 자기효능감과 ‘나는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생각하는 자기존중감으로 나눌 수 있어요.

또한 자기통제력은 유혹에 저항하면서 자신을 잘 관리하는 능력이죠.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이 두 가지가 자라고 있다면, 아이가 잘 자라고 있구나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외국에서의 사역 경험이 양육에는 어떤 영향을 미쳤고, 그런 점에서 자녀를 키우면서 사역해야 하는 해외 선교사 부모님들에게 꼭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저는 북아프리카 선교사로 4년의 시간을 보냈는데요. 자녀 양육이 가장 고민스러운 지점이었습니다. 아이가 한국과 같은 좋은 교육의 경험들을 누릴 수 없다는 것에 마음이 늘 무거웠습니다.

현재 저는 선교사님들과 함께 ‘양육의 지혜: 실전편’이라는 소그룹 자녀양육 코칭 프로그램을 온라인으로 하고 있는데요. 여기서도 같은 이야기를 듣습니다.

특히 코로나19 때문에 집 밖에도 잘 나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이들에게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나 하는 고민과 자책이 많으십니다.

먼저 어떤 환경에 처해 있든지 하나님께서 우리 아이의 주인이 되신다는 것, 아이를 가장 잘 아시는 분이 하나님이시라는 것, 그 분이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것을 그 분의 방법으로 주실 것을 믿는 믿음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부모가 새롭고 창조적인 대안들을 찾아내는 것, 부부 그리고 자녀가 서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편안한 가정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하나님이 우리 아이를 그 분의 방법으로 빚어서 사용하실 것입니다. 힘내세요!!”

우리 아이 기초공사 정은진
▲정은진 소장. ⓒ연구소
-진로와소명연구소와 현재 사역 소개, 그리고 비전과 향후 계획 등을 나눠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진로와소명연구소는 현재 서울과 대구에서 15명의 멤버들과 함께 일하는 10년차 기관입니다. 진로와 소명, 인간관계, 자녀양육 등 삶의 주요 주제에 대한 강의, 워크숍, 캠프 등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10년간 다양한 프로그램을 연구 개발하고 진행해 왔는데, 좋은 프로그램을 개발하여 지속하는 것이 변화를 만들어내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하기 때문이고요.

대표적으로 국내 취약계층 아이들의 꿈을 지원하는 월드비전 ‘꿈꾸는 아이들’ 8년 과정을 개발했습니다. 현재 2만여명 이상의 아이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꿈을 찾아가고 있고, 부모도 함께 성장하며 아이들의 지지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 때문에 온라인으로 교육과정이 열렸습니다. 부모의 성장을 위한 온라인 라이프 북코칭 ‘온북코칭’, 사춘기 이해를 위한 ‘온북코칭-사춘기’, 소그룹 자녀양육코칭 ‘양육의 실제-실전편’, 3040의 길을 찾는 ‘진로와소명학교’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세상에 실제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진정성과 전문성이 있는 연구소로 지속해서 성장하기를 원합니다.”

-끝으로 분투하고 있는 부모님들에 대한 위로와 격려 또는 드리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사랑은 상대방의 성장을 위해, 나를 확장시키는 과정’이라는 스캇 펙의 말을 인용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반대말은 게으름이고요. 아이를 키우시면서 나도 함께 자라가는 이 과정이 고통스럽기도 하지만 가장 의미있는 과정이라고 생각하고요.

하나님 앞에서 끊임없이 겸손해지는 과정이 아닐까 합니다. 함께 연대해서 우리 아이들을 하나님 안에서 잘 키워갔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4형제의 엄마인 저자 진로와소명연구소 정은진 소장은 부산대 교육학과와 대학원에서 상담을 전공했다. 20대는 울산시 청소년상담복지센터에서 보내고, 대명그룹 행복지원센터 연구소장을 역임했으며, 유럽과 아프리카에서 자녀를 키우며 홈스쿨링과 공교육을 넘나들었다.

지금은 ‘직선 인생이 아닌 곡선 인생을 응원하며 함께 길을 찾아가는 안내자이자, 자신의 큰 즐거움과 세상의 깊은 필요가 만나는 지점에서 살고 있는 실천가’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