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만 줄 수 있는 메시지 더욱 분명히 선포해야
그 메시지는 기독교 고유의 경전, 성경에 근거해야
여전히 신실한 교회 통한, 그리스도의 승리 믿어야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

로드니 스타크 | 허성식 역 | 새물결플러스 | 640쪽 | 30,000원

자고로 역사란 대중이 기억하는 대로 고착되기 쉽다. 실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보다는 많은 사람이 어떻게 기억하는지가 더 큰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역사학은 다른 학문 분야보다 고증이나 확실한 근거 없이도 ‘~라고 하더라’는 말로 쉽게 전달된다.

당시 역사학자들이 만들어낸 주요 흐름이 대중의 생각에 스며들면서 ‘~라고 하더라’는 거의 기정사실처럼 되어버리는데, 종종 그 주요 흐름이 바뀌면서 똑같은 역사적 사건에 대한 평가가 완전히 뒤집히는 일이 다른 학문 분야에 비해 많이 발생하기도 한다.

많은 사람이 중세 시대를 암흑기라 부른다. 기독교가 그 암흑기를 만들어낸 장본인이라 여기고, 십자군 전쟁이나 마녀사냥은 기독교가 만들어낸 괴물이라고 본다.

기독교는 지동설을 주장한 과학자를 종교재판을 통해 처벌하고, 과학뿐 아니라 자본주의 등 근대화를 가로막는 커다란 장애물이었다고 평가한다. 심지어 기독교인들조차 기독교 역사를 위와 같이 기억한다. 그래서 기독교를 비방하는 이들이 제기하는 기독교사의 문제점 앞에서 어쩔 줄 몰라하고 부끄러워 고개를 숙인다.

하지만 로드니 스타크는 참으로 대담하고 혁신적인 주장을 이 책,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를 통해 피력한다. 스타크는 미국의 저명한 종교사회학자이자 종교사가이다. UC 버클리에서 사회학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고 32년 동안 워싱턴 대학에서 사회학&비교종교학 교수로 연구하고 가르쳤다.

국내에는 <기독교의 발흥(좋은씨앗, 2016)>, <우리는 종교개혁을 오해했다(헤르몬, 2018)> 등으로 소개된 저자이다. 참고로 그는 무신론자는 아니지만, 스스로 불가지론자라고 밝힌 바 있다. 기독교 교리를 믿는 신자로서가 아니라, 철저히 사회학자, 종교학자의 관점으로 쓴 책이라는 말이다.

기독교의 발흥
저자 로드니 스타크는 앞에서 언급한 기독교에 관한 여러 흉흉한 오해들을 검증을 통해 뒤집는다. 그런 오해를 불러일으킨 사람들의 주장을 소개하고, 그 주장이 터무니없는 거짓이라는 사실을 사회학적인 지표나 많은 근거를 통해 밝힌다.

독자는 스타크의 설명을 들으며 적지 않은 충격에 빠질 수도 있다. ‘그러면 그동안 알고 있었던 것이 완벽한 오해였단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면서.

스타크가 기독교 신자가 아니라는 사실은 긍정적인 면에서 볼 때 그가 주장한 것들이 신앙심에 의해 어그러지고 뒤틀린 것이라는 의심에서 벗어난다는 것이다.

하지만 부정적인 면에서 스타크는 성경의 기록을 여느 역사의 기록과 동등한 것으로 보고, 그의 주 전공인 사회학과 종교학의 잣대로 자유롭게 수용 및 거부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다시 말해 저자는 중세 시대가 암흑기가 아니라 오히려 여러 면에서 발전적이었던 시기였음을 사회학적 분석을 통해 증명하는데 탁월하다. 기독교가 어떻게 초기에 부흥할 수 있었는지 당시 사회문화적 요소를 대입하여 분석하는데 탁월하다.

하지만 초대교회 성령의 능력과 그 능력에 힘입어 헌신했던 사도들의 삶은 그 분석에 조금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중세 시대 복음이 훼손되고 진리가 어둠에 삼킨 바 된 문제의 심각성은 다루지 않는다.

저자는 서론에서 분명히 밝혔다. 그의 관심사는 신학이 아니라고. 그러므로 독자는 이 책에서 신학적 요소가 빠진 기독교 역사를 접하게 될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하나님의 역사나 성령의 능력, 교회의 머리 되신 그리스도의 임재를 저자가 그려내는 역사 속에서 발견하기 어려울 것이란 말이다.

하지만 스타크는 철저히 신학을 배제하면서도, 기독교인이 아닌 사람들도 수긍할 수밖에 없는 역사적 평가를 내놓는다. 기독교는 계속해서 승리의 발자취를 남겼다는 것이 그의 핵심 주장이다.

독자는 그가 분석한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를 따라가며 그동안 기독교에 대해 가졌던 오해를 풀고, 실제로 기독교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될 것이다. 혹은 스타크의 주장에 반대하기 위해 그가 정리한 분석과 근거만큼 철저한 반대 진영의 자료가 필요하게 될 것이다.

독자가 만일 신실한 기독교인이라면, 이 책은 어떤 면에서 불편하다. 기독교의 성공은 전체 기독교의 숫자에 있는 것이 아니라, 참된 진리를 믿고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들이 말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가 여러 번 언급한 기독교 내 이단에 대한 논쟁은 진리를 지키기 위한 선한 싸움이기보다, 다종파 경쟁 체제를 통해 더욱 경쟁력을 가지고 부흥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란 분석에 실망하게 될 것이다. 가톨릭이 자체 개혁을 통해 더욱 경쟁력을 가지고 규모를 키울 수 있게 되었다는 분석도 기독교 승리로 볼 수 있는지 의구심이 들것이다.

세속화로 종교가 사라질 것이란 분석을 비판하면서 여전히 천사를 믿고 정기적으로 기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이, 정말 참된 기독교가 부흥하고 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 생길 것이다.

기사 천사 중세 시대 거룩한 갑옷 배경 방패 검 후광 날개 전사 전신갑주
로드니 스타크는 책의 결론 부분에서 기독교는 네 가지 특징을 가졌기 때문에 승승장구할 수 있었다고 말한다.

첫째, 메시지가 탁월하다. 기독교의 메시지는 신을 멀리 떨어져 있는 초월적인 존재로만 소개하지 않는다. 성자 그리스도께서 사람과 같은 모양으로 오셔서 온전한 정감을 나눌 수 있게 하셨다. 또 기독교는 그리스도의 희생을 통해 믿음으로 얻는 하나님의 의를 강조함으로, 기타 종교가 사람을 옥죄는 고행이나 희생을 구원을 빌미로 강요하지 않는다.

둘째, 기독교는 탁월한 경전을 가지고 있다. 많은 종교의 경전이 비밀과 수수께끼로 가득 차 있는데, 기독교 경전인 성경은 이성을 가지고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이다(물론 지식적인 이해를 말한다).

셋째, 기독교는 근대성을 가지고 있다. 여성 인권, 노예 해방, 자본주의, 합리적 판단과 원리·원칙의 전제 등 근대화를 일으키는데 기독교의 교리는 상당히 많은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넷째, 기독교는 여러 종파로 나뉘면서 자체 경쟁력을 가지고 힘 있게 살아남을 수 있었다.

저자가 분석한 대로 기독교가 끝까지 승리의 발자취를 남기려면, 오직 기독교만이 줄 수 있는 메시지를 더욱 분명하게 선포해야 한다. 그리고 반드시 그 메시지는 기독교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의 경전, 성경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

그렇게 한다면 성경의 진리는 기독교를 통해 계속해서 세상의 어그러지고 잘못된 것들로부터 사람들을 자유롭게 해줄 것이고, 비록 견해를 달리하는 여러 종파가 있지만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받으며 함께 승리의 길을 걷게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관심 밖에 두었던 신학적인 부분을 언급하자면, 그리스도의 승리의 발자취가 진정한 의미에서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라는 점이다. 그러므로 사회학적·종교학적 지표상 승리가 아닌 것처럼 보이는 때에도 그리스도는 여전히 신실한 교회를 통하여 승리하실 것을 믿어야 한다.

교회는 최종 승리의 약속을 받지 않았는가? 그리스도께서 분부한 모든 것(성경)을 가르쳐 지키게 하는 것(메시지), 그것이 오늘날 모든 교회(종파를 떠나서)가 해야 할 일이다.

심고 물을 주는 것은 사회학적으로 예측이 가능할지 모르겠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결실 즉 승리는 오직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임을 잊지 말자.

이 승리의 비결을 제대로 아는 그리스도인에게 로드니 스타크의 <기독교 승리의 발자취>는 지나간 교회사를 다른 관점으로 볼 수 있게 해주는 좋은 도구가 될 것이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