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리터러시,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로 소통
미디어 해석 능력 길러주지 않으면, 영적인 죽음
방송 예배라도 책임감 있게 공익성 등 생각해야

실천신학회 76회 정기학술대회
▲회장 황병준 박사가 인사를 전하고 있다. ⓒ유튜브
한국실천신학회(회장 황병준 박사) 제76회 정기학술대회가 ‘미디어 리터러시와 실천신학의 과제’를 주제로 20일 비대면 온라인으로 진행됐다.

코로나19 사태로 학회 발표자들은 지난 13일 강연을 아트스페이스 노교회에서 호서대 영상팀의 도움으로 사전 녹화했으며, 이날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다. 논찬은 자료집으로 대체했다.

이날 총 13인의 발표가 진행된 가운데, 지난 2월 마스크를 낀 채 학술대회 및 총회를 진행했던 신학자들은 이러한 새로운 시도에 댓글로 기대와 만족을 표시했다.

신학자들은 “미디어 리터러시 관련 주제를 미디어를 통해 하는 방식이 신선하고 멋지다”, “미디어로 정기학술대회를 여니 용이한 접근성으로 혜택을 보게 됐다”, “언택트(Untact) 시대, 온택트(Ontact) 방법으로 함께한다” 등의 댓글로 반가움을 전했다.

첫 발표는 ‘현대 예배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활용방안 연구’라는 주제로 유재원 박사(장신대)가 맡았다. 그는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에 대해 “다양한 매체를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해 메시지를 분석·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유 박사는 “미디어 리터러시는 단순히 어떠한 기술의 습득이 아니라, 미디어 산업이나 일반적인 미디어 내용의 패턴, 그리고 매체 효과와 관련된 지식구조의 습득”이라며 “이는 인지적 차원 이상의 것으로 미학적·감정적·도덕적 계발까지를 요구하고, 읽기·쓰기·말하기·컴퓨터 사용·정보의 시각적 제시 해독, 심지어 음악적 제시의 해독 등 다양한 기능을 포함한다”고 설명했다.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예배신학적 성찰’로는 본지에서도 코로나19와 관련해 소개한 바 있는 테레사 베르거(Teresa Berger)의 책 <예배, 디지털 세상을 만나다(CLC)>를 언급하면서 “지속적인 신학적 성찰과 변화에 대한 수용성과 실행을 통해, 비록 속도는 느릴지 몰라도 올바른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천신학회 76회 정기학술대회
▲유재원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이후 ‘미디어 리터러시’에 상응하는 현대 예배에 대한 긍정적 입장인 ‘하이 테크(High Tech)’ 예배에 대해 “하나님 나라라는 더 큰 대의명분을 위해 개인의 은사와 재능을 신실하게 사용하는 것”, 부정적 입장인 ‘로우 테크(Low Tech) 예배에 대해 “목회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이해 부족 등으로 기술 지배적 예배는 위험할 수 있다”고 각각 전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현대 예배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무엇보다 성경적 미디어 리터러시에 대한 교육이 선행돼야 하고,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미디어에 노출돼 있는 청소년부와 대학청년부에서는 한시라도 빨리 적용돼야 한다”며 “그들에게 교회 차원에서 성경에 근거한 비판적 성찰 관점에서 미디어를 해석할 힘을 길러주지 않고 방치한다면, 영적 죽음으로 내모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우려했다.

또 “미디어 활용은 주일예배보다는 장기적으로 절기 예배와 성찬식에서 먼저 적용해 가면서 천천히 활용해 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절기 예배는 주제와 날짜가 정해져 있고 공간 환경도 맞춰 준비할 수 있으며, 교회력 색깔 활용부터 빵을 들어 취하시고, 축사하시고, 찢어 먹고, 가난한 이웃과 나누는 TBBG(Take-Bless-Break-Give) 자체가 훌륭한 신앙의 리터러시가 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유재원 박사는 “현대 예배의 영역에 있어 서로 결합되는 크로스(cross)의 1차적 의미에서 한 단계 나아가, 모든 예배의 주인이자 근원 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Cross)를 근원으로 하는 미디어가 실행돼야 한다”며 “예수께서 먼저 온 몸을 도구삼아 보여주신 복음의 메시지를 성경적 상상력과 창의성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올바르게 재해석하고, 나아가 세속에 찌들어버린 미디어의 성별(聖別)과 회복을 위해 함께 나아가야 할 때”라고 주문했다.

제3발표는 ‘코로나19 사태에서의 미디어 영상예배를 위한 실천신학적 방법론’을 주제로 윤성민 박사(강남대)가 전했다.

윤성민 박사는 “코로나19 사태에서 공식 예배로 모이지 못하게 된 상황에서 한국교회는 미디어를 통한 영상 예배를 제작했는데, 매체 미학에 관한 이해 없이 예배와 설교를 바로 송출했다”며 “방송 예배는 선교적 관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이델베르크 대학의 헬무트 쉬비어는 방송 예배에 대한 새로운 방법론으로 시청자와 복음의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했다”고 서두를 열었다.

윤 박사는 “방송 서론에서 일반 예배와 달리 이목을 끌 수 있는 무언가를 추가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마지막에는 교회가 전염병을 막고 어려운 이웃을 돕는 현장을 보여줌으로써 비기독교인에게도 감동을 줄 수 있다”며 “교회 내부 장식을 매체미학적으로 촬영해, 설교 외에 다른 신학적 의미로 전달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도 함께 사용해, 성도들이 주중에도 성서를 묵상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방송 예배와 유튜브를 통한 예배도 책임감 있게 공익성을 생각하면서 소통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는 이를 위해 하이델베르크 대학 헬무트 쉬비어(Helmut Schwier)가 정리해 놓은 주일 방송예배를 위한 신학과 방법론을 소개했다.

실천신학회 76회 정기학술대회
▲윤성민 박사가 발표하고 있다. ⓒ유튜브
이에 대해 “화면에서 메시지를 인식하는 영상 미학의 의미는 일상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메시지를 미학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로 이해된다”며 “기독교 영상 예배의 중심은 ‘예수 그리스도가 오늘날 우리에게 누구인가’라는 질문과 답변이 있어야 하고, 예배와 설교, 영상에서 기독교적 메시지가 인식돼야 한다. 영상 예배의 최종 목표는 메시지가 시청자의 언행으로 드러나 또 다른 복음의 소통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밝혔다.

윤성민 박사는 “쉬비어는 예배를 그냥 방송하는 것이 아니라, 방송국과 실천신학자, 예배학과 설교학, 설교 실습과 방송국 사이 대화를 통해 작품을 만들어 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며 “방송 설교는 연역적으로 믿음의 진리를 선포하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고, 예전과 더불어 방송 장면 하나 하나에서 기독교적 메시지를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윤 박사는 “미디어를 통해 기독교 예배를 보고 설교를 듣는 사람은 다양한 장면에서 기독교의 메시지를 인식할 수 있다. 방송 장면이 교회 내부를 비출 때도 기독교적 메시지를 느낄 수 있어야 한다”며 “이 점에 한국교회는 그동안의 교회 건축을 다시 생각해 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헬무트 쉬비어는 오로지 한 사람만이 빈 예배당에 나와 제단에 촛불만 켜놓고 예배를 드리는 장면을 유튜브에서 송출했다”며 “촛불의 신학적 의미를 교육받은 신자들은 그 의미와 더불어 교회 내부의 신학적 의미도 함께 묵상하게 됐다. 필자도 교회에 갈 수 없는 허전함과 하나님의 부재를 느끼면서 신학적 메시지를 미학적으로 묵상하게 됐고, 교회에 대한 그리움이 생겼다”고 전했다.

그는 “신학적 미학은 신앙에서 예술, 교회 건축, 내부 장식, 상상력, 아름다움 등에 담겨진 미학적 요소들이 하나님의 계시의 통로로 작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주었다”며 “쉬비어는 미디어를 통해 교회 건축과 교회 내부의 기독교 미술 작품이나 스테인드글라스 등으로 기독교 전통과 신앙의 의미를 전달하는 방법을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한국 사회에 감동을 주었던 모습은 설교와 예배가 아니라, 감염을 방지하고 이웃을 도왔던 교회의 모습이었다. 대표적인 예가 교회에서 마스크를 제작해 지역 주민에게 무료로 나누어준 교회들”이라며 “마스크 대란이 일어날 때, 이 교회들의 미담은 방송을 통해 널리 알려졌다. 코로나19 사태로 또 다시 현장 예배를 드리지 못한다면, 영상 예배의 마지막 부분에 교회에서 실천했던 이런 일들을 짧게라도 영상에 담아서 송출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윤성민 박사는 “영상 예배를 드리면서도 교회는 진정한 의미에서의 코이노니아를 잊지 말아야 한다. 역학적 관점에서 사회적 거리 두기는 감염력 감소와 전염병 확산 방지에 매우 효과적이나, 심리적 부작용도 있다”며 “이번 사태에서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말이 생겼다. 심리적 거리감 때문에 외로움, 불안, 우울증, 신체활동과 경제적 위기 등으로 정신건강과 신체 활동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필요한 것이 사회적 거리이다. 이에 대한 목회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윤 박사는 “도쿄 한 교회에서 기존 신자와 갈등을 겪은 신자들이 홈페이지 동영상 설교와 방송을 통해 사이버 예배를 드릴 때 주일성수의 대리 만족을 느꼈지만, ‘공동체성’, 즉 인격적 만남이 없기에 봉사·헌신·교제가 결여돼 다시 교회로 돌아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사이버 예배가 선교적 측면보다, 기존 신자들에게 잘못 이용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점을 보여주는 것으로, 코로나19 사태로 온라인 예배를 드려도 결국 한 공동체 안에 모여서 진정한 코이노니아를 이루는 것이 교회”라고 강조했다.

이 외에 박도훈 박사(호서대)가 ‘제4차 산업혁명 인공지능(AI)에 대한 미래교회 대응방안 연구’, 남기정 박사(감신대)가 ‘미디어 시대의 영성 생활: 웨슬리의 영적 감각 사상과 칸트 이후 인식론을 중심으로’, 최병례(국제신대)·여한구(국제신대) 박사가 ‘뉴스의 담화분석: JTBC 앵커브리핑을 중심으로’, 이종민 박사(총신대)가 ‘디지털 시대 학습자 이해를 근거한 디지털 목회 리더십에 대한 성찰’, 이승진 박사(합동신대)가 ‘뉴미디어 생태계가 기독교적인 의사소통 환경에 미친 영향에 관한 연구’ 등을 각각 발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