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순교적 영성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제자도의 핵심이다(Martyrdom Spirituality is the core of the discipleship of Christ). 제 2차 세계대전이 끝나갈 무렵 나치즘(Nazism) 치하에서 순절한 본훼퍼(Dietrich Bonhoeffer)가 남긴 「제자도의 대가」(Cost of Discipleship), 「공동의 삶」(Life Together), 「윤리」(Ethics) 그리고 「옥중서신과 논문들」(Letters and Papers from Prison) 등의 저서 속에서는 참된 교회 공동체가 세상 속에서 어떻게 책임 있는 존재로 나타나야하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는 값싼 은혜(costless grace)는 교회의 치명적인 적으로서 그리스도께로 가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문을 닫아버리는 것이라고 보았고, 값진 은혜(costly grace)는 제자로의 부르심의 음성을 듣고 예수 그리스도를 따라나서는 신앙을 말한다고 보았다. 그리고 그는 마침내 자신의 죽음을 통해 불의와 타협하지 않고 좁은 길을 선택한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전형을 보여주었다.

“이는 내게 사는 것이 그리스도니 죽는 것도 유익함이라”(빌 1:21)

그러면 제자로의 초청은 몇몇 선별된 사람들만을 위한 것인가? 예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를 따라 오너라’(막 1:17)고 말씀하시고, 또 그들에게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예수를 좇으라고 하셨다(마 16:24, 막 8:34, 눅 9:23). “우리에겐 선택권이 없다. 우리 자신을 부인하지 않으면 그리스도를 부인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Andrew Murray) 그리고 예수께서는 ‘모든 족속으로 제자를 삼아’(마 28:19) 온 세계에 복음을 전하라고 하셨다.

그러면 누가 제자인가? 모든 참으로 거듭난 신자들은 본질상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아닌가? 그렇다면 제자로서의 정신을 지니고 살아가는 것이 정당한 크리스천의 삶의 태도일 것이다. 필자가 순교영성의 영광스런 기쁨에 젖었던 한 예를 소개하겠다. 그때는 필자가 필리핀 민다나오에서 성령론과 교회사 집중강의를 하고 있을 때였다.

 몸이 극도로 쇠약해진 가운데 대상포진이라는 고통스러운 질병이 나를 찾아왔다. 낮에는 강의하고 밤에는 몸의 고통으로 인해 거의 잠을 자지 못하고 깨어 앉아있어야만 하는 나날이었다. 약도 없이 오직 믿음만으로 그 고통을 견디고 있었으나, 신기하게도 나의 영혼은 주님의 십자가 고통에 조금이나마 동참하고 있다는 너무도 영광스런 기쁨과 감사에 젖어 있었다.

그렇게 계속되던 어느 날 성령께서 마침내 치유의 확신을 주셨고 그때부터 나의 몸은 급속히 회복되기 시작했다. 더군다나 한 여선교사님이 정말 어렵게 구해다 준 단 하루분의 대상포진 약은 주님께서 날 기뻐하신다는 사랑의 어루만지심이었다! 그때 나의 영혼 속에 신비하게 젖어드는 하나님의 말씀이 있었다. “너희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치욕을 당하면 복 있는 자로다 영광의 영 곧 하나님의 영이 너희 위에 계심이라.”(벧전 4:14) 그리스도의 고난의 신비에 동참한다는 것이 얼마나 영광스러운 일인지를 실감하는 시간이었다.

그리스도의 제자들은 이 세상의 소금이다. 예수께서는 ‘너희는 세상의 소금이 되어야 한다’고 말씀하시지 않았다. 제자들은 이미 세상의 소금이 될 것인가 아닌가를 결정할 권리가 없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은 부르심에 의해 소금이 되었기 때문이다. 물론 소금이 만일 맛을 잃으면 소금의 사명을 다하지 못한다. 이럴 때는 소금을 버릴 수밖에 없다. 이것이 소금의 특수한 성질이다.

또한 제자들은 세상의 빛이기도 하다. 무언가를 비추이는 것이 빛의 기능이다. 제자들이 착한 행실을 세상 앞에 보이도록 의미를 부여받는 것은 이 빛 안에서이다. 사람들이 제자들의 착한 행실을 보도록 되어야 한다고 예수님은 말씀하셨다. 착한 행실은 가난, 나약, 평화주의 주장, 박해와 거부 등을 포함하는 행위이다. 이 모든 착한 행위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지는 행위이다.

성령께서는 그리스도인들에게 그리스도의 제자로서의 삶으로 초청하고 계시다. 그리고 하나님의 나라는 물론 그리스도를 따르는 자들의 것이다. 그들은 가난 속에서도 하나님의 나라를 물려받는 사람들이 될 것이다.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