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석 목사
▲서경석 목사. ⓒ송경호 기자
북한의 계속된 도발과 막말로 남북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가운데, 우리 정부 측은 대북전단에 대한 제재와 처벌까지 추진하는 등 굴종적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같은 과도한 햇볕정책이 과연 평화와 통일에 진정 도움이 될 수 있을까? 본지는 최근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 제정 반대 천만인 서명운동’을 시작한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대표 서경석 목사를 만나 이 같은 현안들과 교회의 역할에 대해 들어 봤다. 다음은 서 목사와의 일문일답.

-햇볕정책, 아직도 지속할 가치가 있을까.

“북한의 김정은 정권은 그야말로 붕괴 일보 전의 상황 속에 있다고 생각한다. 워낙 자기 핵심 지도부를 전부 처형·축출해서 그들이 끊임없이 북한을 탈출하고 있고, 경제 위기로 인해 아사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늘어나고, 평양 시민들조차 제대로 밥을 못 먹는 상황 속에 있다. 그래서 이번과 같은 남북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행동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전 세계가 북한을 압박하고 있는데, 절대로 늦춰져선 안 된다. 어떻게든 변화·개혁·개방·인권개선의 길로 가야 한다. 그렇게 갈 수 있게 초지일관 소신 있게 대응하는 것이 가장 올바른 길이다.”

-일각에선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으므로 전단 뿐 아니라 성경도 보낼 필요가 없다고 한다.

“한 10년 전쯤, 미국에서 북한인권심포지엄에 참석한 적 있었는데, 북한에서 떠나 온 모스크바대학의 김형석 교수가 강연했다. 이분은 북한의 사범학교 국어 선생이었는데, 모스크바대학 조선어학과 교수로 부임하게 됐다. 그러면 아내는 평양에 남아야 하니, 아내를 위해 노동당에다가 ‘아내가 봉수교회 교인이 되게 해 달라’고 호소했다. 봉수교회 교인이 되면 외국 사람들이 그곳에 많이 오니 얼굴 색깔이 좋아야 해서 옷과 식량 배급을 잘 받기 때문이라더라. 그랬더니 노동당에서의 반응이, 요청 대기자가 60명이라서 61번째 명단에 올려주겠다고 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봉수교회 교인들은 기독교인이 전혀 아니고, 당성이 아주 투철한 그런 사람들이다. 김 교수는 그 말을 듣고 ‘(요청을) 그만둘 사람은 없기에, 아내는 10년은 기다려야 할 것 같아서 포기했다’는 이야기를 했다. 이것은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없다는 것을 너무나 분명하게 보여 준다. 임현수 목사, 북한 다녀온 모든 사람들, 탈북자들도 한결같이 증언한다. 성경책을 갖고 있으면 정치범수용소에 수용된다. 그런 상황에서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있다? 그런 말을 하는 것은 명백한 김정은 추종 세력이고, 일고의 가치가 없다.

또 과거에 제가 황해도 신천의 역사박물관에 간 적이 있었다. 그곳은 ‘양키들이 황해도에 와서 주민들을 학살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박물관이다. 함경북도에 사는 사람들까지 1-2주 행군해 와서 관람하고 돌아가는, 말하자면 ‘의식을 고취시키는 장소’다. 저는 맨 처음에 그것을 보고서는 깜짝 놀라서 ‘내가 돌아가면 반미운동을 해야겠다’ 생각했는데, 그 말을 했다가 역사 교수인 친구에게 ‘북한의 거짓말을 믿고 왔느냐’고 조롱당했다. 미군은 황해도엔 가본 적도 없고, 남북이 서로 학살하다가 그렇게 됐는데, 그것을 역사박물관을 만들어서 ‘전부 양키가 한 짓’이라고 한 것이다. 엉터리다.

그런데 그 박물관에 ‘양키 앞잡이 야소(예수)교인들’ 사진이 있는데, 원한경 박사님과 제 증조부 서경조 목사님, 길선주 목사님 등이 그 안에 있었다. 그래서 제가 ‘기독교는 이것(학살)과 아무 상관이 없다’고 강력히 항의했다. 여태까지 북한 동포들을 돕는 일을 기독교인들이 앞장서서 하고 있는데, 이렇게 기독교인들을 증오하도록 선전하면 어떻게 우리가 당신들 돕느냐고 했다. 그랬더니 금세 치우겠다 대답하던데, 이후 방문했다는 사람들마다 물어봤더니 그 사진이 계속 붙어 있다고 하더라. 미국과 기독교를 증오하도록 고취시키는 그런 박물관을 본 적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제가 동포 돕기를 하면서 여러 차례 북한을 방문했다. 그런데 탈북자들이 와서 ‘그때 안 도왔으면 북한이 무너졌다’고 이야기하는 것을 듣고는 의욕이 상실됐다. 그러나 다만 로마서 말씀에서 ‘원수도 굶주리면 먹이라’고 하셨으니, 지금도 동포들이 굶주린다는 말을 들으면 갈등한다.”

서경석 목사
▲서경석 목사. ⓒ송경호 기자
-교계 지도자들 중 ‘좌파’ 혹은 ‘주사파’라 비난받는 이들도 있다.

“우파들이 중간에서 왔다갔다하는 사람들을 가차없이 주사파라고 낙인 찍는 면이 있다. 얼마 전에 손봉호 교수님이 우파들에게 혹독한 비난을 받았다. 저는 손봉호 교수님과 매우 가깝게 지내 왔고 경실련 활동도 함께 했었다. 제가 깊이 신뢰하는 분이고, 절대 그분이 좌파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런데 손봉호 교수님이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에서 소신 있게 말씀해 주시면 좋을 텐데, 그런 말씀을 하지 않으시고 누구한테나 비난받지 않는 말씀만 하신다. 저는 딱 한 가지 아쉬움 때문에 손봉호 교수님과 요즘 같이 활동하지 않는다. 소신 있게 행동해 주셨으면 좋겠는데, 아랫사람들 눈치만 보고 모두에게 지지받는 처신만 하시는 게 속상하다. 그분을 따르는 기윤실 교수들 중에 좌편향된 이들이 많다 보니 그런 듯하다.

저만 해도 소신 있는 발언을 하니까 한편에서는 극우라고 이야기하는 사람도 있고, 저는 제가 극우라고 생각한 적 없다. 제가 박정희·전두환 군사정권과 싸우다 감옥만 3번 갔다. 그러면 김일성·김정은 수령독재체제와도 싸워야 하지 않느냐. 억눌리는 사람들 편에 안 서고 압제자 편에 선다면 제 인생 전체가 잘못된 것이다. 저는 그렇게 생각해서 처신한다.

홍정길 목사님이 얼마 전 소신 있는 설교를 한 것 같더라. 참 반가웠다. 그 이후에 어떻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대다수의 기독교인들이 뭐가 옳고 그른지 결국은 다 알게 될 것이고, 끝내는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김정은 정권은 무너질 수밖에 없고, 현존하는 지옥은 북한이라는 것이 모든 사람들 눈에 명백히 보인다. 그것에 대해 ‘노’라고 말하지 못하면 그것은 기독교인으로서의 태도가 아니다.”

-서울조선족교회에서 20년 정도 목회하셨는데, 최근 중국이 조선족들을 통해 국내 여론을 조작한다는 의혹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구체적인 것은 모르는데, 댓글 이야기가 나오고 나서 조선족 동포들과 그런 문제에 대해 많이 이야기했다. 그런데 동포들이 역사의식이 없다. 동북아에서 중국은 어떻게 돼야 하고, 중국·북한 이런 것에 대한 인식과 깨달음이 너무 약하다. 소수민족으로 살고, 그동안 체제가 너무 독재 강압이었기에, 잘못에 맞서 싸우겠다는 엄두를 못 낸다. 요새 홍콩 어떻게 생각하느냐 물으면 ‘잘 돼야죠’라고 답한다. ‘그러면 당신들 조선족들은 그런 이야기를 하느냐’ 물으면 ‘절대 못한다’고 한다.

제가 동포들에게 뭐라고 이야기하느냐면, ‘역사의식을 갖고 공부와 생각을 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살아가는 동포들이 전혀 존경을 못 받는다. 그러면 당신들 아들 딸도 결혼도 취업도 제대로 못하고 행복하게 존경받으며 살 수 없다. 여러분은 중국 정권이 옳으냐 그르냐에 대해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중국과 싸우진 못할 망정, 중국에 빌붙어서 대한민국의 미래를 훼방 놓는 일을 해선 절대 안 된다.’고 한다. 그러면 참 옳다는 반응을 보인다. 저는 그들에게 ‘북한 정권처럼 혹독한 인권 유린을 해선 안 된다는 입장 취해야 한다, 한국 국적을 취득했으면 대북전단살포금지법 제정 반대 서명을 해야 한다’ 그런 이야기를 한다.

제가 20년 동안 동포들 권익 옹호를 위해 법적 조건 개선 노력을 했다. 이제부터는 조선족 동포들에게 역사의식, 시대정신에 대한 인식, 바른 판단, 동북아의 미래가 어떻게 돼야겠느냐 하는 생각을 심어 주고 싶다. 조선족 동포들이 주어진 여건 속에서 행동해나갈 수 있는 긍지를 가진 민족으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데 온 힘을 다하려 한다. 존경받지 않으면 행복하게 살 수 없다.”

-교회에 당부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두 가지를 말하고 싶다. 하나는 지금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서, 또 그 전에 문재인 정권의 경제 정책에 너무 문제가 많아서, 한국 경제가 어려워지고 빈부 양극화가 훨씬 심각해질 것이다. 이 사회가 보수와 진보로 갈라져 있는데, 교회가 힘을 합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다 같이 힘을 합쳐서 어려운 시민들과 동포들을 도울 수 있을까에 총력을 다했으면 한다. (사)나눔과기쁨은 작은 교회들이 중심이 돼 있는 단체지만 불우이웃돕기를 위해 애쓰는데, 교회들의 호응이 적어 성과를 못 내서 안타깝다.

두 번째는 대한민국을 지키는 일을 해야 한다. 문재인 정권이 우리나라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너무나 불안하고 걱정스럽다. 그래서 대한민국을 지키는 기독교인 운동을 해야 한다. 총회나 교단이나 연합기관이 나서서 하는 데는 조심스럽고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 뜻을 가진 기독교인들이 결집해서 행동해야 하고 그 행동이 점점 커져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