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구
▲김은구 트루스포럼 대표.
1941년 7월, 이승만은 워싱턴에서 펴낸 Japan Inside Out 을 통해 일본의 만행을 세상에 알리고 천황주의에 기반한 일본의 팽창정책이 결국 미국과 충돌할 수 있다는 위험을 경고했다. 출간 당시에는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지만 그 해 12월 진주만 공습이 발발하면서 그는 예언자적 인물로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참 안타깝게도 어쩌면 이제 비슷한 내용의 경고가 중국에 관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우려가 된다.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를 통해 중국 공산당의 실상이 전세계에 드러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문제의 심각성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사람들은 많지 않은 듯 하다. 필자는 서울대에서 공부하고 또 그곳에서 유학생을 대상으로 한 선교사역에 함께해 오면서 지난 20여 년 간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과 방문학자 친구들을 가까이 사귈 수 있었다. 훌륭한 친구들과 교제하면서 중국의 건강한 발전을 함께 기도하고 축복했다. 지금도 그 마음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중국이 급속도로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어떤 변화가 있었다는 점은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한중전 축구시합이 있는 날, 조선족 후배들은 한국을 응원했다. 적어도 2000년대 초반엔 그랬다. 하지만 2000년대 후반에 유학 온 조선족 친구들은 중국을 응원했다. 대한민국의 역사를 중국 역사에 편입시킨 동북공정의 결과였다. 2008년 북경올림픽으로 한껏 높아진 자긍심의 표현이기도 했다. 요즘 만나는 중국인 유학생 중에는 중국공산당의 문제점을 조심스럽게 지적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전반적으로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에 대한 자부심과 중화사상이 강하게 배어난다. 2000년대 중반, 한국의 경험을 통해 중국을 발전시키고 싶다던 친구들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미국과 무역전쟁에 관해서는 중국이 아쉽게도 너무 성급하게 움직였다면서 조금 더 힘을 키우고 기다렸어야 했다는 대답을 많이 들었다. 그런데 중국이 정말 그랬더라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되었을까?

WTO 자유무역 체제는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이 국가 상호간의 이해와 이익을 증진시킨다는 믿음에 기반한다. 또한 자유무역은 민주주의를 증진하며 이 둘 모두가 인간의 존엄과 책임있는 자유, 진실에 기반한 사회라는 보편적 가치를 자연스럽게 전제한다. 하지만 시장개방을 통한 중국의 발전은 이러한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지 못했다. 공산당 간부들의 부정과 부패가 시장의 자율성을 앞섰고 중국의 은행들은 정부사업에 돈을 조달하는 기관으로 여겨졌다. 최근에는 미국에 상장된 중국 회사들의 회계부정이 광범위하게 드러나고 있다. 물론 부정부패가 중국만의 문제는 아니다. 어느 국가라도 시장이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하지 못한다면 결국엔 붕괴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 하지 못한 발전은 그저 상대주의에 기반한 파워게임으로 변질될 뿐이다. 자유무역의 기본 정신은 국가간의 활발한 교류와 교역을 통해 보편적 가치가 자연스럽게 공유될 것을 기대한다. 그렇기 때문에 국가라는 공동체가 보편적 가치를 내면화 하는 것이 그만큼 중요하다.

그런데 중국은 이러한 보편적 가치가 뿌리 내리는데 커다란 장애요인을 가지고 있다. 경제적 대국으로 성장한 중국인들의 인식 속에는 중화사상과 마오이즘, 다시말해 중국식 공산주의 사상이 여전히 강하게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 사실이 있는데, 중국은 지금도 여전히 아이들에게 마르크스의 유물론적 역사발전론을 교육한다. 인간의 역사가 원시공산사회에서 노예제, 봉건제, 자본주의를 거쳐 공산사회로 진화한다는 생각이 깔려 있는 것이다. 자유주의 시장경제 즉 자본주의를 악으로 규정하고 언젠가는 무너질 시스템으로 이해한다. 급속한 경제발전 속에 축적된 사회적 갈등과 문제의 근원을 자본주의의 탓으로 돌리고 분노한다. 분노의 중심에는 자본주의의 중심인 미국이 있다. 그리고 중국공산당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최종적인 구원자다. 마르크스주의가 그들에겐 여전히 진리인 것이다. 혹자는 과연 이런 사고가 도대체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도 있고 또 지나친 과장이라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모든 언론과 방송이 중국공산당에 의해 공식적으로 통제된다는 사실을 상기하길 바란다. 최근 중국공산당을 비판한 중국의 축구전설 하오하이둥은 중국 최대 포털 Baidu에서 더 이상 검색이 되지 않는다. 2000년 이후에 출생해 막강한 경제성장의 혜택을 누리며 자라난 링링허우 세대는 사회주의 사상을 맹목적으로 추종하며 강한 애국주의 성향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미래가 우려되는 이유다.

또 다른 문제는 우리 안에 있다. 어쩌면 이것이 더 심각한 문제일 수도 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나누기로 한다.

(이 글은 OKN에 기고한 영문 원고의 한국어 판입니다.)

https://www.onekoreanetwork.com/post/china-inside-out-a-wake-up-call-from-a-korean-perspectiv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