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언어들
보통의 언어들

김이나 | 위즈덤하우스 | 268쪽 | 14,500원

말 들어보면 인격을 알 수 있다
보통 언어들 관심 없는 사람들
보통 언어들이 가진 힘 알아야

언어는 인간만이 가진 특권이요 축복이다. 생각보다 언어는 힘이 세다. 케빈 홀의 <겐샤이: 가슴 뛰는 삶을 위한 단어 수업>에 보면, 이런 글이 있다.

“단어는 삶의 길을 비추는 고유의 힘을 가지고 있다. 바르고 긍정적으로 사용하면 단어는 내면의 평화와 성공을 위한 디딤돌이 된다. 바르지 않고 부정적으로 사용하면 단어는 좋은 의도조차 해칠 수 있다. 일에서, 인간관계에서, 삶의 모든 길에서 이것은 진실이다.”

케빈 홀이 말한 단어를 언어로 대체해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언어는 성공으로 이끌기도 하도 고통으로 이끌기도 한다. 나아가게도 하고 물러나게도 한다. 살리기도 하고 죽이기도 한다.

언격(言格)은 인격(人格)이다. 사람이 어떤 언어를 주로 구사하는 지를 보면 그 사람의 인격을 알 수 있다. 또한 어떤 언어를 사용하느냐는 관계를 맺는데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남에게 상처와 아픔을 주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관계가 깨질 가능성이 많다. 남을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은 좋은 관계를 만들어갈 수 있다.

사람들은 일상적으로 많이 쓰는 보통의 언어들을 아무런 생각 없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그 의미들을 곱씹어 보지 않고 남들이 사용하니까 그냥 사용한다.

사람들은 보통의 언어들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좋은 관계를 만들어가려면 보통의 언어들의 의미를 제대로 알고 표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보통의 언어들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도 필요하다. 보통의 언어들이 가진 힘을 얼마나 큰지를 아는 것도 중요하다.

따뜻한 시선과 이성적인 태도
누구보다 선명하게 표현하다
감정은 언어로만 보관·전달돼

작사가이며 방송인인 김이나의 <보통의 언어들>은 이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있다. 저자는 직장생활을 하던 중, 작곡가 김형석을 만난 것을 계기로 작사가의 길에 들어서게 되었고, 히트곡만 300여곡 넘는 작사가가 되었다.

2019년에는 오랫동안 꿈꿔왔던 라디오 DJ가 되었고 MBC 라디오부문 신인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녀는 따뜻한 시선과 이성적인 태도를 함께 지닌, 그리고 이것을 누구보다 선명하게 표현하는 사람이다.

그녀는 보잘 것 없고 부끄러운 부분은 누구에게나 있고 오히려 그로 인해 스스로를 더욱 빛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녀는 감정은 언어라는 액자 안에서만 보관되고 전달된다면서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감정을 표현함으로써 소통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우리가 느끼는 감정에 가장 가까운 언어를 골라서 소통하고 있다.

수의 법칙을 이해하기 전에 구구단을 멜로디로 외운 다음 법칙을 이해하듯, 우리는 어느새 너무 당연해진 언어를 통해 관성적으로 대화하고, 사고한다.

혼자 생각하는 시간을 가질 때조차, 우리는 정해진 언어 속에 갇혀서 할 수밖에 없다. 언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언어를 통해 세상을 보고, 언어를 통해 누군가를 이해하고 나의 마음을 전달하지만 정작 언어를 자세히 들여다보는 것에는 소홀하니, 마음이 통하는 대화라는 것이 그토록 귀하다.”

김이나
▲작사가 김이나가 지난해 MBC 연예대상에서 라디오 DJ 부문 신인상을 받는 모습. ⓒ유튜브
이 책은 3부로 나누어져 있다. 1부 관계의 언어, 2부 감정의 언어, 3부 자존감의 언어이다. 저자가 보통의 언어들을 낯설게 풀어내는 것들을 몇 가지만 살펴보도록 하자.

1. 선을 긋다: 그 사람과 나 사이의 거리

‘선을 긋는다’는 것은 누군가에게 약간의 불편함을 느낄 때, 그것을 그렇다고 말하거나 표현할 때 쓰는 말이다.

그리고 이 표현에 자동적으로 따라붙는 감정은 서운함이다. 그걸 모두가 알기 때문에 선 그을 펜을 쥔 사람은 머뭇거리게 된다.

저자는 선을 긋는 것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선을 긋는다는 말은 내겐 ‘모양을 그린다’는 말과 같다. 5개의 선을 그어 만들어지는 게 별 모양이다. 다시 말해 ‘나는 이렇게 생긴 사람이야’라고 알리는 행위가, 선을 긋는다는 의미이다.

간단하게 지도를 떠올려 보자. 꼬불꼬불한 선으로 나뉘어 있는 수많은 국가들은, 선이 있다 해서 서로 단절된 관계들은 아니다. 한 예로 유럽의 경우 각국의 법령, 풍습, 기타 여러 가지 현실적인 차이들을 인정하고 배려하고 지키기 위한 테두리로 그려져 있지 않은가.”

2. 부끄럽다: 매력을 유지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부끄럽다’라는 말은 뜻하지 않은 상황에 설렘을 느끼는 ‘수줍음’의 다른 말이다. 또한 감추고 싶은 마음을 들켰을 때나 거짓말이 탄로났을 때 느끼는 ‘수치스러움’과도 가깝다. ‘부끄러움’은 이렇게 굉장히 대비되는 두 상황에 모두 쓰이는 말이다.

그러나 무언가가 쏟아져 나오는 기분이 든다는 공통점은 있다. 수줍은 부끄러움은 대책 없이 미소가 배시시 흩어지는 거라면, 수치스러운 부끄러움은 놓친 도시락 통에서 반찬이 쏟아져 나오는 상황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부끄러움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여전히 개인으로의 매력을 유지하는 남녀의 공통점으로 ‘부끄러움을 잃지 않는 점’을 꼽는 편이다. 또 잘못이 밝혀져도 뻔뻔스럽게 구는 사람을 손가락질할 때도 ‘부끄러움이 없는 자’라고 하지 않던가.

그러니 부끄러움은, 그 말이 쓰일 때가 주로 당황스러운 상황이라 차분히 마주하고 살핀 적이 없을 뿐, 우리가 지켜야 할 아주 소중한 마음에 붙어 있는 말인 거다.

호감 앞에 조심스러운 마음, 굳은살 박이지 않은 양심이 긁히는 마음, 각 마음은 질감과 온도는 다르지만 모두 보들보들한 맨살이 남아 있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다는 점에서 소중하다. 다음에 만나는 ‘부끄러움’은, 느닷없이 품었다 내팽개치지 말고 잠깐이라도 바라보다 보내줘야겠다.”

3. 외롭다: 오롯이 내게만 집중할 수 있는 시간

외동딸, 외동아들에 붙는 ‘외’ 자가 앞에 붙는 말이다. 즉 ‘혼자’, ‘하나 됨’을 표현한다. 그러나 인간은 사실, 당연히 외롭다. 인간은 어찌 되었든 혼자다.

우리는 사회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끔 착각을 한다. 각각 혼자인 채로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갈 뿐인데 마치 둘 또는 공동체로 살아가는 것이 기본값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 나만 동떨어진 무리 속에 있을 때 문득 외로움을 느낀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결혼도 했는데 왜 외롭냐’는 질문을 하는 사람은, 나를 정말이지 한없이 외롭게 만든다. 나에게 외로움은 반드시 채워져야 하는 결핍이 아니다. 오히려 오롯이 내게 집중할 수 있는 소중한 감정이다.

삶이 무대라면,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내려왔을 때 비로소 내가 무대 위에서 소란스러웠음을 알 수 있듯이, 외로움은 무대 위도 객석도 아닌, 무대 뒤에서 느끼는 감정이다.

수많은 역할로 존재하던 내가 아무 장치 없이 혼자임을 느낄 때 만나는 감정, 오랫동안 감정할 수 없는 감정임에 틀림없지만, 우리는 가끔 이런 시간이 필요한 게 아닐까.”

4. 쳇바퀴를 굴리다: 일상의 반복이 알려주는 특별한 하루

‘쳇바퀴처럼 굴러가는 인생’이라는 말은 주로 비관적으로 쓰인다. 모든 것에 있어 ‘패턴’이 만들어지는 순간, 설렘과는 이별하기 때문이다.

연애도, 음악도 다음을 예측할 수 있을 때 지루해진다. ‘쳇바퀴’라는 표현 때문에 사람들은 ‘반복되는 일상’이란 멋도 맛도 없는 시간의 배열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나 쳇바퀴 같은 삶이 정말 불행한 걸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는 이 쳇바퀴를 만들기 위해 그토록 열심히 살았다. 특별한 하루라는 것은 평범한 하루들 틈에서 반짝 존재할 때 비로소 특별하다. 매일이 특별할 수는 없다.

거대하게 굴러가는 쳇바퀴 속에 있어야지, 잠시 그곳을 벗어날 때의 짜릿함도 누릴 수 있다. 마치 월요일 없이 기다려지는 금요일이란 있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작곡가 유희열은 김이나 작사가를 ‘예민하게 수집한 단어로 감정에 이름표를 붙여주는 사람, 그 단어들로 연결된 문장으로 감각을 노래하는 사람’이라고 표현했다. 왜 이렇게 표현했는지 이 책을 통해서 확인할 수 있다.

그리스도인들의 보통의 언어
너무 익숙해서 의미 잊을 수도
신앙 언어들의 의미 되새기길

그리스도인들은 일상에서 사용하는 보통의 언어들도 있지만 교회 안에서 사용하는 보통의 언어들도 있다. 은혜, 감사, 말씀, 기도, 예배….

이런 언어들이 너무 익숙하다 보니 그 의미를 잊어버릴 때가 많다. 그리스도인들은 신앙의 언어들을 늘 되새겨야 한다. 뿐만 아니라 나만의 언어로 그것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필자는 ‘예배는 발가벗는 것’이라는 나만의 정의를 가지고 있다. 발가벗는다는 것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나오는 것을 말한다. 하나님 앞에서는 가식의 옷을 벗어야 한다. 내가 쓰고 있는 가면을 벗어야 한다.

목사는 예배자로 서기 전에 한 사람의 예배자로, 먼저 하나님 앞에 서야 한다. 하나님은 우리의 겉모습이라 아니라 중심을 보시기 때문이다. 신앙 언어들의 힘을 알고 그 의미를 늘 되새기며 살아가기를 소망한다.

이재영 목사
대구 아름다운교회 담임 저서 ‘말씀이 새로운 시작을 만듭니다’ ‘동행의 행복’ ‘희망도 습관이다’

출처: 아트설교연구원(대표: 김도인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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