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훈 목사
▲백성훈 목사.

하나님으로부터 멀어지면 세상을 우상으로 섬기게 됩니다

필자가 신학교를 간 뒤, 2-3년 정도는 방황을 하였습니다. 처음에는 가서 공부 열심히 하고 은혜도 많이 받아서 훌륭한 목회자가 되어야지 결단하고 갔는데, 막상 신학교에 가서는 재미가 없었습니다.

중학교와 고등학교의 청소년 시절을 지나면서 집과 학교, 그리고 교회만 오고 갔던 터라, 세상 유희와 놀이 문화를 잘 몰랐습니다. 그런데 대학을 가니 세상에 재미난 게 너무 많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래서 친구들과 어울려 호프집도 가고, 노래방도 가면서 실컷 놀이 문화에 빠져 살았습니다. 그러다 등록금을 번다고 계약직으로 일을 했는데, 안해본 일이 없을 정도로 여러 일을 했습니다. 그러면서 돈을 벌었더니 너무 좋았습니다. 그 돈으로 하고 싶은 것들 마음껏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랬더니 점점 마음이 떠나, 목회자가 되기 싫었습니다. 군대를 다녀와서는 작정하고 돈만 벌겠다고 했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이 부르신 길을 두고 멀리 도망을 가려 했습니다.

그렇게 성공과 물질, 유희라는 다양한 우상을 섬기며 살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한참 지난 어느 날, 직장에서 큰 실적을 만들어 승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승진하던 당일 버스를 타고 흥분되고 기대된 마음으로 출근을 하는데, 갑자기 말씀을 묵상하고 싶었습니다.

평소에 잘 안하던 묵상을 버스 안에서 하게 되었습니다. 그때 하나님이 주신 말씀이 예레미야 2장 36절 “네가 어찌하여 네 길을 바꾸어 부지런히 돌아다니느냐”라는 말씀이었는데, 제 마음을 강하게 만지셨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은, 내가 세상을 우상으로 섬기며 살고 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버스 안에서 펑펑 울었고, 회사에 도착하자마자 사표를 내고 다시 신학교로 가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돌아와 보니, 그 도망의 시간들이 얼마나 부끄러웠는지 모릅니다.

그러나 다윗은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도망하여 하나님께 나아갔습니다

시편 68편은 다윗의 시로, 모세의 시대부터 언약궤가 예루살렘으로 다시 들어오던 때까지의 이야기를 다룬 대서사시입니다.

다윗은 1절에서부터 악인들이 도망을 가게 될 것임을 말합니다. 참 아이러니한 것이 ‘도망’은 다윗도 경험을 해보았던 것입니다.

다윗은 사울에게서 도망하였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마치 자신의 도망은 악인들의 도망과 다른 것처럼 말합니다. 이 점이 바로 다윗을 통해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큰 교훈입니다.

다윗의 도망은 하나님 앞에 정직하게 사는 사람이 고난 중에도 하나님께 달려가는 믿음의 행위였습니다. 그러나 악인의 도망은 하나님의 뜻을 거절하고 거부한 사람이 하나님을 떠나는 배도의 행위입니다.

의인의 도망은 악인으로부터의 도망이기에 오히려 은혜의 결과가 나오고, 악인의 도망은 하나님으로부터의 도망이기에 망하는 결과가 납니다. 그래서 2절에서는 악인의 도망이 곧 망하는 것임을 말합니다.

사무엘상 5장에서 이스라엘의 언약궤가 블레셋에 빼앗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언약궤를 빼앗은 블레셋은 분명 전쟁에서 승리해서 빼앗아 온 것인데, 오히려 재앙이 발생하여 망합니다.

나중에 언약궤를 다윗이 찾아오는데, 그때는 이스라엘에 축복이 임합니다. 누구는 언약궤를 가져왔지만 망하고, 누구는 가져왔기에 흥합니다. 바로 언약궤를 가진 사람의 믿음의 차이였습니다.

5절에는 ‘고아의 아버지’라는 표현이 나오는데, 이 고아는 고난당한 자를 의미합니다. 다윗의 도망을 연상하게 하는 단어입니다.

여기서 우리의 고난을 묵상해 봅니다. 우리의 고난은 누구로부터 도망가는 고난일까요? 과연 악인을 피하여 도망가서 하나님께 더 가까이 가는 길일까요? 아니면 하나님께부터 도망가는 길일까요? 우리는 지금 어디로 가고 있는 길일까요?

지금 우리는 어디로 도망가고 있습니까?

이제 다윗은 이스라엘의 도망을 말합니다. 가장 먼저는 출애굽기에 기록된 애굽으로부터의 도망 이야기부터 시작합니다. 역시 가나안으로 가는 길이므로, 하나님께로 더 가까이 가는 길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길이 광야였고 고난의 길이었습니다. 하나님께서는 고난 당한 이스라엘을 보호해 주셨습니다. 필요한 것을 채우시고 악인들로부터 보호하셨습니다.

그 다음에는 가나안에 들어온 이후에 사사기에 기록된 이야기가 나옵니다. 11-14절까지의 이야기는 사사 중에 드보라의 이야기입니다. 그가 다볼산 전투에서 믿음으로 승리한 이야기입니다.

여기서도 비둘기가 나옵니다. 다윗은 하나님의 은혜를 비둘기 날개에 자주 비유했습니다.

그러나 이 시편에서의 비둘기는 그런 의미가 아닙니다. 바로 악인들이 섬기던 우상인 ‘아스타르테’의 형상이 비둘기였기 때문입니다. 그 비둘기의 날개가 은으로 입혀졌고, 깃은 황금으로 입혀졌다고 비유합니다. 그 화려한 우상이 패배하여 흩어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하나님은 우상을 반드시 꺾으시고 무너뜨리십니다. 이것은 우리의 바람과 상관이 없는 하나님의 속성입니다. 그래서 세상의 악인들이 우상을 섬기는 것을 보며, 하나님이 왜 가만 놔두시는지 의아해할 필요가 없습니다.

바울은 로마서 1장에서 ‘내버려 두심’의 심판을 말합니다. 이 심판은 악인 죄를 짓는 것을 내버려 두어서 그 죄가 더 커지도록 만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악인이 더 악인이 되어가면서 큰 심판을 받게 만드는 것입니다.

우상을 섬기는 자들은 그렇게 망할것입니다. 하나님이 그렇게 하십니다. 그들은 전쟁에서 승리하여 언약궤를 빼앗았다고 좋아하는 블레셋과 같습니다. 그러나 결국 재앙이 임하고 망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입니다.

우리는 세상의 우상을 버리고 하나님께 도망을 가야 합니다

반대로 우리는 그런 악함이 커질 때, 악인을 피해 도망갈 때가 있습니다. 애굽을 피해 도망간 이스라엘처럼, 사울을 피해 도망간 다윗처럼 말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가는 길은 시내산이요 시온성입니다. 하나님이 계신 곳으로 가는 믿음의 발걸음입니다. 오히려 도망이 도전이 되고 승전이 됩니다.

우리는 이 다윗의 고백을 믿음으로 고백해야 합니다. 우리가 악인과 함께 하지 않고 도망을 갈 때는 참 외롭습니다. 그 잠깐의 시간이 참 힘이 듭니다. 당장은 비교되고 실패감을 느낄 때도 있으며, 지치고 피곤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는지를 생각해야 합니다. 대서양을 가르는 철새가 가장 힘이 들때는 멀리 날아왔기에 피곤하고 지친 날갯짓이 아니라, 내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일 것입니다.

어릴 때 친구들과 개구리를 잡는데, 좀 멀리 떨어져 있는 동네에 가면 개구리가 많고 해서 친구들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한참을 가다 길을 잃었는데, 지금보다 많이 시골이었기에 버스도 자주 없고 지나다니는 차도 별로 없었습니다.

다시 돌아가자고 해서 한참을 걷는데도 처음 보는 길만 계속 나왔습니다. 불안했고 무서웠습니다. 그리고 배도 고팠습니다.

그러다 제가 슈퍼에 들러 할머니에게 길을 물었더니, 그 길을 따라 계속 가다 보면 저희 동네가 나올거라고 설명해 주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 길로 가면 집이 나온다는 말을 들으니까, 불안하지도 않고 무섭지도 않고 배도 고프지 않았습니다. 너무 즐거운 마음으로 다시 우리는 웃을 수 있었고, 서로 노래하고 농담을 주고 받으면서 집으로 왔습니다.

그 분위기가 반전되었던 이유는 그냥 내가 가는 길이 집으로 가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입니다. 그게 전부였습니다.

시편의 위로
▲시편의 위로 백성훈 | CLC | 280쪽 | 13,000원

하나님께 가는 길은 절대로 망하지 않는 승리의 길입니다

그러니 우리의 가는 길이 망하는 길이 아니고, 시온으로 가는 길임을 다시 기억해내고 힘을 내야 합니다. 우리의 능으로는 힘이 안될 때도 많습니다. 그래서 은혜가 필요합니다.

시온으로 가는 길이기에, 방향이 옳다 하더라도 힘들고 지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은혜를 통해 다시 힘을 내야 합니다.

다윗은 마지막으로 이 은혜를 구합니다. 34절에서 다윗은 “너희는 하나님께 능력을 돌릴지어다 그의 위엄이 이스라엘 위에 있고 그의 능력이 구름 속에 있도다”라고 말합니다.

하나님만이 그 은혜의 근원이 되신다는 고백입니다. 우리가 힘을 내도록 도와주는 그 은혜는 하나님께만 있습니다. 그래서 다윗은 그의 능력이 구름 속에 있다고 말합니다. 그 능력이 우리에게는 없습니다. 오직 하나님께 있습니다.

그리고 그 능력을 나타내 달라고 요청하면서 시편을 마무리합니다. 35절에서 “하나님이여 위엄을 성소에서 나타내시나이다 이스라엘의 하나님은 그의 백성에게 힘과 능력을 주시나니 하나님을 찬송할지어다”라고 합니다.

오늘도 나의 길이 어디로 향하는지를 묵상하며, 잠시 지칠 때라도 은혜를 구하여 다시 힘을 내는 하루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백성훈 목사(김포 이름없는교회)
<팀사역의 원리>, <시편의 위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