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트라인 60점→70점 상향, 감사 지적 감점 5점→ 10점
학생·학부모·교사 만족도 점수는 15점서 9점으로 줄여
조희연 교육감 “사교육 부추기고 교육 불평등 심화시켜”
재학생·학부모 “교육의 질과 교사들 열의 만족도 높아”

‘하향평준화’의 희생양, 영훈국제중학교
▲영훈국제중은 1969년 영훈여자중학교로 시작, 2008년 국제특성화중학교로 지정됐다. ⓒ송경호 기자
서울시 교육청(교육감 조희연)이 영훈국제중학교에 결국 특성화중학교 지정 취소 처분을 내렸다.

서울시 교육청은 9일 ‘특성화중학교 지정·운영위원회’를 열고 특성화중학교 운영성과 평가 결과를 심의한 결과 영훈국제중이 평가기준에 미달했다며 10일 학교에 이를 통보했다.

이번 평가는 영훈국제중과 대원국제중학교, 서울체육중학교 등 3곳을 대상으로 했으며 서울체육중학교를 제외한 두 곳이 모두 기준 점수를 넘지 못했다. 이로써 서울시 내 국제중은 사실상 모두 폐지됐다. 

교육청은 “학교 운영상의 문제 뿐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운영에서 학사 관련 법령 및 지침을 위반해 감사처분을 받은 것이 중요한 감점 요인이 되었고, 국제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노력, 교육격차 해소 노력이 저조한 점은 지정 취소의 주요 이유가 되었다”고 말했다.

또한 “이들 의무교육 단계인 중학교에서 연간 평균 1천만원 이상의 학비를 부과함에도 불구하고 ‘학생 1인당 기본적 교육활동비’와 ‘사회통합 전형(기회균등전형) 대상자 1인당 재정지원 정도’ 등에서도 저조한 평가를 받아 학교 자체의 학생 교육 활동에 대한 재정지원 노력이 낮았다”고 주장했다.

특성화중학교 운영 성과평가는 초·중등교육법시행령 제76조에 정해진 바에 따라 5년 주기로 특성화중학교가 지정 목적에 맞게 운영되고 있는지를 점검하고 평가하는 절차로, 특성화중학교 지정 취소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이다.

평가 대상 3교는 지난 3월, 자체운영성과보고서를 제출했고, 교육청은 교육전문가 7인으로 평가단을 구성해 학교가 제출한 보고서와 증빙서류에 대해 5월까지 서면평가와 현장방문평가를 실시했다.

교육청은 “운영 성과 평가는 공적 절차로서 공정하고 합리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는 원칙에 따라 전문 평가위원이 평가지표 개발에서 평가까지 독립적이고 객관적으로 진행했다”고 밝혔다.

특성화중학교 자격 유지에 부합하기 위한 기준 점수가 60점에서 70점으로 상향조정됐으며, 교육청 감사 지적 사항에 따른 감점 배점이 기존 5점에서 10점으로 높아졌고, 학생·학부모·교사 만족도 점수 배점은 기존 15점에서 9점으로 낮추는 등 재지정 기준을 강화했다.

청문 대상 2교에 대해서는 「행정절차법」 제21조 등에 따라 청문 절차를 거쳐 교육부에 지정 취소 동의를 신청할 예정이다. 교육부가 동의할 경우 해당 학교들은 2021학년도부터 일반중학교로 전환되지만, 현재 재학 중인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특성화중학교 학생 신분을 유지하게 된다.

조희연 교육감은 10일 기자회견에서 “외고·국제고가 있는데 중학교 의무교육 단계에서 특성화된 학교 체계가 필요한지 수없이 자문해 봤지만 필요성을 납득하기 어려웠다”며 “국제중이 지정 목적과 달리 일반학교 위에 서열화된 학교 체계로 인식돼 사교육을 부추기고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있다”고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교육청의 지정 취소가 형식적이고 하향평준화를 초래한다며 재학·졸업생과 학부모, 시민들의 비판 여론이 이어지고 있다.

국제중학교 졸업생을 자녀로 둔 한 학부모는 “국제중학교에 아이를 교육시켜 본 학부모로서 교육의 질, 교사들의 열의, 촌지조차 받지 않던 투명성 모두 만족도가 높았다. 학교에서 배운 영어교육의 수준도 매우 높았다. 세계와 비길 명문학교로서 자리 잡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했을 텐데 다시 검토해보는 것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국제중에 재학 중이라는 한 학생은 “추첨제이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친구들과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어울려 모두가 열심히 해나가는 분위기를 만들고 있다. 공부가 어렵지 않도록 학교가 이끌어준다. 중학교 때부터 여러 경험을 통해 외국어공부에 집중하며 진로를 찾는 좋은 과정이 된다. 많은 후배들이 이와 같은 배움을 얻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상향평준화가 아니라 하향평준화다”, “진정한 교육 불평등은 능력에 따른 교육을 제대로 받을 기회를 박탈하는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편 국내 5곳의 국제중학교 중 하나인 영훈국제중은 기독교 가치관을 바탕으로 교육하며, 지난 2015년 오륜교회(담임 김은호 목사)가 이 학교가 속한 영훈학원을 인수해 화제를 모았다. 지난 1965년 故 김영훈이 설립한 영훈학원은 영훈초·영훈국제중·영훈고 등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