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미나리스
루미나리스

로완 윌리엄스 | 홍종락 역 | 복있는사람 | 158쪽 | 10,000원

서평을 요청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이 책을 선정하고 출판하기까지 얼마나 정성과 땀과 헌신이 깃들어 있을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책을 세상에 선보이고 읽히게 되기를 바라는 목적도 궁금해집니다. 그래서 새 책이 나올 때마다 기다려지고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나에게는 어떤 깨달음과 감동으로 다가올지 흥분된 마음으로 책장을 넘깁니다.

이 책 ‘루미나리스’는 로완 윌리엄스의 책으로, 성공회의 일치를 주관하는 전 컨테베리 대주교인 저자가 선별하고 강의한 것을 모아놓은 책입니다.

필자는 이전부터 책을 통해 신성한 충격과 도전을 주는 저자에게 관심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 책과 내용 자체에는 크게 관심이 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몇 장 넘기다가 그냥 덮을 거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러나 시대와 역사 속에서 윌리엄스의 신학과 사상에 영감을 주고 그가 볼 때 그 시대 속에서 그리스도와 기독교를 보여주었다고 판단되는 20명의 ‘루미나리스’를 한 명 한 명 읽어나갈 때, 이 책은 우리에게 도전과 흥분과 기대를 갖기에 충분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독교는 현실과 벽을 쌓고 산 속에 들어가서 형성되는 종교가 아닙니다. 하나님은 당신의 백성을 치열한 역사의 현장 속에서 부르시고 세우셔서 당신의 뜻을 드러내시고, 하나님 나라와 교회를 세워가기를 원하십니다.

예수님께서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임했다고 선포하며 하나님의 일을 공적으로 선언했던 것처럼, 하나님은 지금도 우리를 통해 이 시대를 사는 사람들에게 하나님 나라가 가까이 왔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 하십니다.

하나님은 역사를 통해 하나님의 경륜을 이루어가시고 현실에 침투하시는 분입니다. 여기에 존재하는 교회 또한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 되길 원하시고 절망적인 현실에서 소망의 깃발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교회는 사람과 함께 호흡하고 느끼며 사회적 감수성이 예민한 곳입니다. 개교회만의 성장과 성공과 이익에만 집중한다면, 이것은 그리스도의 몸된 교회를 보살피는 하나님의 마음이 아닐 것입니다.

필자는 이 책에서 세 명의 인물이 기억에 남습니다. 두 명은 이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인물인데, 먼저 세르게이 불가코프(1871-1944)입니다.

그는 러시아 출신으로 1, 2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마르크스주의에 깊게 물든 인물이었으나, 여기에 한계를 느끼고 프랑스로 망명해 러시아정교회를 세우게 됩니다. 시작은 지독한 사회주의자였으나, 그리스도를 깊이 만나고 영향력 있는 사제가 되어 교회의 존재와 역할을 제시합니다.

그는 정치와 예술과 예전을 강조하는데, 교회는 새로운 피조물의 공동체로서 정치적인 것, 창의적인 것과 경건한 것, 영적인 것이 절대적으로 융합되어 완전히 새로운 상황을 만들어내는 새 현실이라고 합니다.

그의 일대기와 사상이 짧게 압축되어 있어 충분히 이해하기가 어렵지만, 러시아를 떠나 파리에서 존경받는 교회의 지도자와 영적 안내자로서 산 그와 그의 삶은 더 알고 싶어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대 빛 하늘 항로 목표 사명 하늘 목적 소명 비전 방향 길
▲ⓒ픽사베이
또 한 명의 인물은 에디트 슈타인(1891-1942)입니다. 이 여성은 유대인으로서 철학에 깊은 관심과 조예를 갖고 이 분야에 뛰어난 업적을 남기지만, 후에 그리스도교로 개종하고 그리스도인으로 회심합니다. 그리고 이 여인은 히틀러의 유대인 학살로 인해 연행되어 아우슈비츠에서 죽음을 당합니다.

그러나 이 여인은 끝까지 자신이 그리스도인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유대인이 아니라고 부정하거나 거부하고 저항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동포 유대인들과 함께 죽을 각오가 되어 있다며 유대인들을 위로하고 그들과 연대하고 있습니다.

죽을 위험에 처했을 때 이제는 유대인이 아니라고 한 마디 하면 됐을텐데, 그렇게 하지 않고 동족의 죽음과 아픔과 함께하는 그녀의 신앙과 헌신은 필자의 마음에 기독교와 성도의 모습으로서 빛이 선명하게 보였습니다.

시대의 표적을 읽을 수 있었던 현명한 여성이었지만, 그리스도의 헌신이 그 해석의 기준이었던 것 같습니다.

또 한 명은 윌리엄 윌버포스(1759-1833)입니다. 영국에서 합법적으로 운영되었던 노예제도를 폐지한 역사적으로 존경받는 인물입니다. 자유와 평등을 논하는 시대였지만, 성경적인 가치가 아니었고 여전히 지배층과 권력가를 위한 이념이었습니다.

짧은 소개를 통해 그의 노예제도 폐지 과정을 상세히 알 수는 없으나, 그는 공공도덕과 국가도덕을 강조합니다. 공공도덕이 사회 속에 개인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보았기에 모든 법안들의 점검을 제기합니다.

그의 정책이나 주장들은 당연히 기득권으로부터 무시와 외면을 당하고 상당한 비판을 받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이런 과정들을 극복하고 반인권적이고 반인륜적인 노예제도 폐지를 이루었는지 그의 빛이 더 궁금해집니다.

그는 정치를 자신의 소명이라 여겼고, 국가의 정책과 도덕이 영혼을 더렵혀서는 안 된다는 마음으로 봉사하였습니다. 그의 충성과 헌신과 자세는 공적인 위치에 있는 자들에게 충분한 도전을 줍니다.

이 외에도 책에는 우리에게 빛이 되는 루미나리스가 더 있습니다. 본회퍼, 나이팅게일, 바울, 어거스틴, 디킨슨 등 제가 처음으로 알게 된 인물들도 더 있습니다.

기독교는 하나님께로 돌아가는 진리입니다. 하나님께서는 지금도 당신의 사람을 찾으시고 그가 시대의 등불로 살아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그 루미나리스를 통해 그리스도를 보여주고, 하나님을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조명이 되기를 원하십니다.

책을 보며 위로가 되었던 것은 하나님께서는 부족한 나를 ‘루미나리스’로 창조하셨고 그렇게 살기를 원하시구나 하는 감동 때문이었습니다.

이 말은 하나님의 백성은 모두 ‘루미나리스’라는 진리의 선언입니다. 그가 존재하는 역사와 시대와 환경은 각각 다르지만 그 속에서 하나님은 당신의 등불을 귀하게 여기십니다.

짧은 책을 통해 모두 엄중한 시절을 보내고 있는 때에, 나는 오늘 어떤 ‘루미나리스’가 되어야 할지 역사의 인물들을 통해 배우게 되고 고민하게 됩니다.

방영민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서현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