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화 DNA
제자화 DNA

로비 갤러티 | 정성묵 역 | 두란노 | 300쪽 | 16,000원

‘제자’라는 말은 기독교의 영원한 숙제 같다.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도들에게 명령하신 “너희는 가서 모든 민족을 제자로 삼아 아버지와 아들과 성령의 이름으로 세례를 베풀고 내가 너희에게 분부한 모든 것을 가르쳐 지키게 하라(마 28:19-20)”는 사명(지상 대위임령)은 주께서 다시 오시는 그날까지 교회가 순종해야 할 가장 중대한 사명이다.

케빈 드영과 그렉 길버트는 <교회의 선교란 무엇인가>라는 책에서 바로 이것이 교회의 유일한 사명이라고 주장했다(원제: What is the Mission of the Church, ‘선교’보다는 ‘사명’이 더 적절한 번역일 것 같다).

이 사명은 교회에 떠넘겨진 것이 아니다. “하늘과 땅의 모든 권세”를 아버지 하나님께 받으신 예수님은 “세상 끝날까지 너희와 항상 함께 있으리라”라고 약속하셨다(마 28:18, 20). 예수님께서 모든 권세를 가지고 교회를 통하여 친히 이 사명을 이루신다.

하지만 교회는 너무도 쉽게 제자화하는 일 외의 사역으로 눈을 돌린다. 구제 사역, 전도사역, 선교 사역, 사회봉사 사역 등은 모두 필요하고 중요한 사역이지만, ‘제자화’라는 중심 사역 안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오기보다는 각각의 사역이 교회의 주요 사역으로 자리 잡으며 오히려 제자화를 방치하게 만들기도 한다.

쉽게 말해 거듭난 신자를 훈련하고 영적으로 세워주며 또 다른 제자를 훈련하는 방편으로 구제와 전도, 선교와 사회봉사가 이루어지기보다, 제자훈련을 교회의 여러 프로그램 중 하나로 분류하고 나머지 사역 중 하나를 교회의 인도자나 전체적인 방향에 맞게 더 키우고 중점을 둔다는 것이다(가령 사회봉사, 무료 배식).

주님께서 교회의 전체 사역을 결산하실 때 봉사와 헌신은 넘쳐났지만, 정작 그 안에 참된 제자가 거의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얼마나 부끄럽겠는가.

로비 갤러티는 이런 면에서 교회가 다시금 주께서 직접 명령하신 단 하나의 사명에 집중하도록 도와준다. <제자화 DNA>라는 책을 통해. 원제는 ‘Growing Up: How to Be a Disciple Who Makes Disciples’이다. ‘제자 삼는 제자가 되기 위한 실제적 지침서’라는 부제가 붙었다.

저자는 테네시주 헨더스빌에 위치한 롱 할로우 침례교회 담임목사로, 국내에 “한눈에 읽는 본문이 이끄는 설교”라는 책으로 소개된 바 있다(아가페북스, 2019).

Part 1에서 저자의 회심과 제자가 된 과정을 설명하는데, 도둑질과 마약 등 인생의 밑바닥에서 그리스도를 만나 <래디컬>의 저자 데이비드 플랫을 통해 제자가 된 놀라운 간증이 담겨 있다.

그는 개인이 경험한 가장 강력한 제자훈련을 다른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리플리케이트 미니스트리(Replicate Ministries)’ 회장으로 제자 삼는 사역에 필요한 모든 자료와 도움을 제공하기 위해 헌신하고 있다.

제자화가 중요하다는 것을 오늘날 교회가 모르는 것은 아니다. 기독교 서점에 제자훈련 관련 교재가 얼마나 많이 있는가? 소그룹, 셀그룹, 가정교회, 구역 등 많은 사람을 제자로 삼으며 점점 규모를 갖추는 교회가 덩치 큰 교육기관이나 동아리가 되지 않기 위해, 소그룹을 만들고 그 안에서 삶을 돌아보며 서로 훈련하도록 얼마나 노력을 하는지 모른다.

하지만 종종 이런 수고는 성경을 지식적으로 공부하는 모임이 되기 쉽고, 반대로 친목 도모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조직이 되기도 쉽다. 제자화가 교회의 중심 사역, 그리고 유일한 사명이 되도록 방향 설정을 계속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성도 대부분이 교회에 와서 찬양을 부르고 말씀을 듣고 적당한 봉사를 한 뒤 집으로 돌아가며 만족스러운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다. 사명을 잊어버릴 수 있다.

저자가 인용한 하워드 헨드릭스의 말에 따르면, 교회 안에서 모든 성도는 바울, 바나바, 디모데와 같은 세 종류의 사람과 친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야 한다. 나이가 든 지혜로운 성경 교사가 필요하고(바울, 멘토), 친구처럼 옆에서 삶을 돌아보고 격려하며 위로하는 바나바, 그리고 자신을 통해 배우고 훈련받는 디모데 같은 성도가 필요하다.

자신의 삶을 훈련해줄 사람이 필요하고, 자신이 훈련시킬 사람이 필요하며, 그 일을 함께할 동료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사도 바울이 디모데에게 “또 네가 많은 증인 앞에서 내게 들은 바를 충성된 사람들에게 부탁하라 그들이 또 다른 사람들을 가르칠 수 있으리라”고 말한 것처럼, 제자화는 계속해서 성장하고 번식한다.

저자 갤러티는 소규모의 제자화 그룹을 제안한다. 멘토를 포함한 4명을 가장 이상적인 숫자로 보고, 그 안에서 기도하는 법, 말씀을 읽고 삶에 적용하는 법, 말씀에 순종하는 법, 말씀을 마음에 저장하는 법(암송), 전도하는 법, 매일의 경건한 삶의 습관을 만드는 법 등을 훈련하라고 권면한다.

사실 이런 활동은 교회에서 여러 모양으로 권장하고 있는 경건 활동과 크게 다르지 않다. 위에 나온 항목을 구체적이고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교육 과정을 제공하는 교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핵심은 제자화 그룹 안에서 각각의 활동을 지식적으로 가르쳐 주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하도록 본을 보이고 돕고 격려하고 권면하며 점검하는 것, 한 마디로 함께 훈련하고 훈련받는 것이다. 삶을 나누고 서로 책임지는 친밀한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저자가 제안한 소규모가 가장 이상적일 것이다.

사랑의교회 옥한흠
▲서재에서 창밖을 바라보는 옥한흠 목사의 모습. ⓒ사랑의교회
한국에서 가장 제자화에 힘썼던 교회로 알려진 곳은 아마 사랑의교회가 아닌가 싶다. 故 옥한흠 목사님이 가장 힘썼던 것이 바로 ‘제자훈련’이었고, 대형 교회가 되었을 때도 가장 행복했던 때는 소수의 성도가 함께 집에서 모여 성경을 펼쳐놓고 삶을 다 꺼내놓고 실컷 교제했을 때였다고 회고한 적이 있다.

수적 성장의 유혹을 많이 받는 교회는 자칫 잘못하면 가서 모든 사람에게 세례를 주는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더 중요한 제자로 삼는 일은 뒷전으로 미뤄두게 된다.

그러면 목사와 교역자만 계속해서 훈련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성도는 평생 배우는 제자 역할만 한다. 그리스도의 제자로서 제자를 삼는 제자가 되어야 하는데 말이다.

로비 갤러티는 교회에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자화 그룹을 시도했고, 이 책의 부록에는 실제로 그가 제자훈련에 사용한 사명 선언서, 영적 여정 조사, 개인 경건 노트인(H. E. A. R 노트 샘플), 성경 읽기 샘플, 기도 수첩, 성경 암송 카드 샘플, 책임감을 위한 질문, 올바른 관계(전도)를 위한 방법들 등이 수록되어 독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

필립스 브룩스는 ‘설교론 특강’에서 마지막으로 인간 영혼의 가치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그리스도께서는 영혼의 가치를 천하보다 귀하다고 보시고 아버지의 영광을 위해서, 그리고 그 영혼의 가치를 귀히 보심으로 자기 목숨을 내어주셨다.

오늘날 교회는 영혼의 가치를 얼마나 귀하게 보고 있는가? 잃어버린 영혼뿐만 아니라 구원에 이르도록 자라갈 영혼을 위하여 “경성하기를 자신들이 청산할 자인 것 같이 하는가(히 13:17)?”

설교뿐 아니라 교회가 하는 모든 사역이 결국 영혼을 귀하게 보고 각각의 영혼을 주님 앞에 흠 없이 세우시는 하나님의 사역에 적극적으로 동참하는 것임을 로비 갤러티의 이 책을 통해 다시 한 번 기억하고, 교회의 유일한 ‘그 사명’에 집중하기를 진심으로 기도한다.

조정의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