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훈
▲백성훈 목사.
1993년 좋은 씨앗 정규앨범 LOVE, ‘오직 주만이’라는 찬양을 아십니까?

시편 62편은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시입니다. ‘오직 주만이’라는 찬양으로 많이 알려진 시편입니다. 첫 가사가 ‘나의 영혼이 잠잠히 하나님을 바라보며’ 라고 시작합니다.

이 찬양은 듀엣 찬양팀이었던 ‘좋은 씨앗’이 1993년 발매한 정규앨범 ‘LOVE’에 수록되어 널리 알려졌던 곡입니다.

당시 필자는 고등학생이었는데, 학교 수업이 끝나면 곧장 교회 학생부실로 달려와 기타를 치면서 ‘찬미 예수 1000’을 펴놓고 처음부터 부르기를 즐겨했었습니다. 그 중에서도 이 곡을 가장 많이 불렀던 것 같습니다.

아마 40대 이상은 이런 추억들이 다 있을 것입니다. 필자는 이후에 목회자가 되어 찬양을 인도할 때 송리스트에 자주 넣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대학생이 되어서 성경을 들고 이 가사의 시편 전체를 직접 묵상하게 되었는데, 그때 깨닫게 된 것은 그동안 찬양 가사로만 묵상했던 내용을 직접 성경을 찾아서 묵상하니까 가사에 모두 담기지 않는 원석과 같은 깊은 내용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 중에 한 가지는 이 시편이 시편 62편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겁니다. 그래서 두 시편을 함께 묵상하고 찬양을 불렀다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처럼 이 시편은 그 의미를 더 구체적으로 묵상하고 다시 찬양할 때 더 깊은 은혜를 받을 수 있습니다. 꼭 그렇게 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 시편은 다윗이 압살롬의 반역으로 도망을 갔던 상황에서 고백했던 내용입니다

이 시편의 저자는 다윗인데, 필자는 ‘나의 영혼이 잠잠히’라고 해서 어디 조용한 장소에서 홀로 기도하면서 은혜를 받고 고백한 정도로만 생각했습니다.

마치 지금 시대라면 꽤 잘 정돈되고 깨끗한 내 집에서 이른 새벽에 홀로 깨어 모닝커피 한 잔을 마시며 여유 있게 성경책을 펴고 묵상하는 그림이었습니다.

사실 우리는 신앙생활에 대해 이런 로망이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처럼 고난과 시련을 당하면서 믿음으로 이겨내는 삶이 내 삶에 적용되기를 바라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입니다.

그저 내 삶이 다른 사람보다 평안하고, 좀 더 먹고 살 만하고, 좀 더 성공해서 인정도 받고, 좀 더 넓은 집에서 자녀들 키우는데 어려움이 없고, 좀 더 건강하게 살고 싶은 그런 로망이 있습니다.

그런데 다윗은 아들 압살롬이 반역을 일으켜서 맹공을 펼치는 상황에서 이 시를 썼습니다. 저는 학생부실에서 마냥 은혜롭다고 부르면서 감성에 젖었었는데, 알고 보니 시를 쓴 다윗은 아들의 배신과 반역으로 큰 어려움에 처했던 상황에서의 고백이었습니다.

3절에서 다윗은 “넘어지는 담과 흔들리는 울타리 같이 사람을 죽이려고 너희가 일제히 공격하기를 언제까지 하려느냐”라고 말합니다.

당시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의 왕위를 빼앗으려 반역을 일으키고 기습 공격을 반복했습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신의 아버지를 반역한 것이 너무 큰 슬픔이지만 압살롬은 아버지 다윗을 죽이려고 작정을 하고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다윗의 마음은 어떠했을까요? 왕이 되기 전에도 사울의 시기와 질투로 죽이려 하자 도망을 다녀야 했는데, 왕이 되고 나서도 아들의 배신으로 또 다시 도망을 다녀야 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정말 얼마나 고통스럽고 아프고 슬펐을까요? 정말 상상할 수 없는 아픔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도 다윗처럼 사람에게 배신을 당할 때가 있습니다

다윗은 사람에 대한 어떤 기대가 완전히 무너졌을 겁니다. 그래서 사람이 얼마나 믿지 못할 존재인지를 고백합니다.

다윗은 9절에서 “아, 슬프도다 사람은 입김이며 인생도 속임수이니 저울에 달면 그들은 입김보다 가벼우리로다”라고 말하며 하소연합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납니다. 그 사람들 중에서 정말 끝까지 서로를 신뢰하며 함께 갈 사람이 몇 명이나 될지 생각하게 됩니다.

사실 지금까지의 삶을 되돌아봐도, 내가 잘될 때는 주변에 사람이 많다가도, 잘 안 되고 어려울 때는 하나둘씩 떠나가는 일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사람은 오랜만에 연락해서 만났지만 결국 자신의 어떤 이익을 위한 목적 때문에 연락한 경우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사소한 일들은 그래도 인생이 원래 그런 거라 생각하고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정말 받아들이기 힘든 경우는 바로 배신입니다. 특히 가까운 사람일수록, 배신의 효과는 아주 큽니다. 배신 때문에 사람이 스스로 죽기도 합니다.

목회자 세계에도 이런 일들이 너무 많습니다. 조금만 자기에게 이익이 되면 등을 돌리고 비난을 하거나, 거짓을 말하고 피해를 주는 일들이 참 많습니다.

그래서 필자가 입버릇처럼 주변의 동료들에게 하던 말이 있었습니다. “진정한 동지는 먹이 앞에서도 기다려줄 수 있는 사람이다”는 말이었습니다.

다윗도 비슷한 말을 합니다. 10절에서 “포악을 의지하지 말며 탈취한 것으로 허망하여지지 말며 재물이 늘어도 거기에 마음을 두지 말지어다”라고 합니다.

필자가 알던 어느 작은 교회에서 일어난 일이 생각납니다. 이 교회는 공동체가 단합이 잘 되어 있었습니다. 주일마다 예배를 드리고 나면 함께 모여 식사도 하고 운동도 하면서 매주 친하게 지냈습니다.

필자도 그분들과 교제 나눌 기회가 여러번 있었는데 이렇게 교인들끼리 가족처럼 친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너무 친하다 보니 서로가 돈이 필요할 때 도와주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교회가 발칵 뒤집어 졌습니다. 한 권사님이 계모임을 하자고 제안하고는, 여러 명의 교인들에게 돈을 내게 한 뒤에 모인 큰 돈을 가지고 도망을 가 버렸습니다.

남은 교인들이 모였을 때, 저도 그 현장에 있었습니다. 교인들은 서로가 서로를 탓하고 비난하면서, 처음에 동의한 사람이 누군지를 따지고 자신을 설득한 사람에게 화를 내고 이 모든 책임이 목사님에게 있다고 손가락질을 하며 욕을 했습니다.

몇주 전까지만 해도 그렇게 친하게 지내던 사람들이, 서로를 향해 모진 비난을 해대고 있었습니다.

제가 목사님께 물었습니다. 도대체 얼마씩 냈는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목사님의 답변이 저로 하여금 또 한 번 한숨을 쉬게 했습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부분 20만원 정도씩 냈다는 겁니다. 돈 20만원 때문에, 도망간 사람보다 함께 피해를 입은 사람들끼리 탓을 하고 비난을 하고 있다는 게 참 안타까웠습니다.

급기야 그 교회 개척 때부터 10년을 넘게 함께해온 집사님은 그 모임에 대해 자세하게 몰랐던 목사님의 멱살을 잡고 욕을 하다 교회를 떠났습니다. 그 분은 다른 사람보다 조금 많은 50만원을 냈다고 합니다.

그러나 다윗의 고백한 믿음의 원리를 묵상하면 은혜가 임하고 다시 일어날 힘이 생깁니다

이런 아픔들 속에서, 우리는 다윗을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들의 배신 앞에 단 한 번도 이 배신이 있기까지의 과정을 분석하면서, 자신의 주변 사람들을 탓하고 손가락질하지 않았습니다.

다윗은 친구와 같은 아히도벨이라는 사람이 자신을 배신하였지만, 그럼에도 하나님께 기도하기에 집중했습니다.

시편의 위로
▲시편의 위로 백성훈 | CLC | 280쪽 | 13,000원
그러고 보면, 다윗은 믿음의 원리를 너무 잘 알고 있는 사람이었습니다. 믿음은 사람들에게 실망했다고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실망할수록 오히려 완전하신 하나님만이 의지할 분이심을 고백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세상에서의 실망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의 근거가 되는 것입니다. 다윗은 우리처럼 똑같이 원망하고 불평하고 실망했습니다. 그러나 다른 점은 그럴수록 하나님께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더 의지했습니다. 그것이 다른 점입니다.

우리는 다윗처럼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보아야 합니다. 다윗은 그랬습니다. 잠잠히 하나님께 집중했습니다.

여기서 ‘잠잠히’라는 표현은 ‘집중’의 의미로 쓰여졌습니다. 그분이 우리의 피할 바위요 산성이요 구원이심을 다시 묵상하면서 원수된 마음들을 정리하고 내려놓고 하나님을 붙들었습니다.

오늘 하루도 잠잠히 주님만 바라보는 하루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백성훈 목사(김포 이름없는교회)
<팀사역의 원리>, <시편의 위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