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령, 모든 기독교적 삶과 선교 은사
실존과 변화 왕성하게 지속시키는 힘
화해와 연합의 공동체로서 새로운 삶

성령 비둘기
▲ⓒPixabay
성령과 권능

막스 터너 | 조영모 역 | 새물결플러스 | 736쪽 | 40,000원

오순절이라고도 불리는 성령강림절을 맞아, 저명한 성령론 전문가가 쓴 전문 서적을 소개한다.

“회복과 선교는 누가의 성령론의 핵심이다. 만약 우리가 이 두 가지에 기꺼이 헌신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위로부터 오는 능력’을 진정으로 느끼지 못할 것이다. 누가에게 있어 성령은 단순히 이것 아니면 저것이 아니라, 모든 기독교적 삶과 선교의 은사적인 차원이다.”

이 책 <성령과 권능(Power from on High)>은 ‘이스라엘의 회복과 누가-행전의 증거 가운데 나타난 성령(The Spirit in Israel’s Restoration and Witness in Luke-Acts)’처럼, 누가복음과 사도행전의 저자 누가가 전한 성령론의 참 의미를 분석하고 있다.

저자는 1부에서 현 학계가 말하는 누가복음·사도행전 속 성령에 대해 연대순 또는 주제별로 정리한 저자는, 2부에서 유대교에 나타난 ‘예언의 영’에 대해 살핀다. 이후 3-4부에서 누가복음과 사도행전 속 성령에 대해 본격적으로 자신의 견해를 제시하고 있다.

예수와 (오순절 이후) 제자들의 ‘성령 세례’에 대한 ‘전통적 해석’은 ‘새 언약의 삶과 아들 됨으로서 성령의 선물’, 즉 구원론적 의미가 강했다.

제임스 D. G. 던 등의 이러한 전통적 해석에 대해, 로버트 멘지스를 대표로 하는 오순절주의 학자들은 누가 문헌에서 성령의 구원론적 기능이 발견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그들은 성령이 ‘회심 이후 주어지는 선교적 은사 혹은 능력’이라고 새롭게 해석했다.

이 두 해석과 달리, 이 책의 저자는 예수와 제자들이 경험한 성령의 본질은 구약과 유대교에서 예고된 ‘예언의 영’과 비슷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성령은 ‘예언의 영’으로서 하나님의 구원의 현실을 중재하고, 그 결과 하나님의 백성에게 하나님의 뜻과 말씀을 다양한 방식으로 드러내신다는 것이다.

“예수의 성령 경험이 확실히 특별한 것은 그가 수행할 능력의 시점에 다시 새로운 성령의 은사를 ‘받음’으로써 승천 이후의 극적 발전을 이뤘다는 점이다(행 2:33). … 예수는 아버지보다 더 ‘부재한(absent)’ 분으로 나타나지 않으며, 인류 역사를 형성하고 활기를 주며 지시하는 초월적 존재로서 현존한다.”

오순절 제자들이 경험한 ‘성령의 선물’의 본질에 대해 “누가는 성령의 은사들이 하나님 안에서 그리스도의 교회를 세우고 지도하는 설교와 가르침을 위해 역할을 수행할 수 있었음을 이미 알고 있었다”며 “성령은 교회의 증거만큼이나 그리스도인의 실존과 변화(공동체와 개인)를 왕성하게 지속시켜 나가는 은사를 제공하는 것으로 나타난다”고 풀이했다.

따라서 오순절 이후 예수의 제자들이 경험한 ‘성령 체험’은 단순히 구원의 입문이나 선교를 위해 능력을 얻은 사건에 국한되지 않는다. 오히려 예수의 제자들은 예수가 선물로 주신 성령을 받음으로써, 예언의 영으로서 성령이 부여하시는 모든 신령한 복, 즉 각종 은사와 능력, 기쁨, 말씀과 영감, 성화 등을 소유하게 됐다. 저자는 초대교회 선교의 원동력을 여기서 찾고 있다.

성령과 권능
저자는 성령을 구원론에만 국한시키려는 전통적 해석자들을 향해 ‘신약의 성령론이 제시하는 성령의 초월적 활동을 인정하고 그것을 회복할 것’을 권면하고, 성령을 은사적 측면에만 국한시키려는 오순절주의자들을 향해선 ‘성령의 포괄성을 회복하라’고 당부하면서, 양측을 종합한 ‘통전적 성령론’을 지향한다.

이와 함께 “‘위로부터 오는 능력’으로서의 성령은 하나님의 초월성이다. 구약에서 약속된 ‘예언의 영’으로서 이 성령은 다양한 은사를 통해, 그리고 그 은사들이 공동체와 개인에게 영향을 주는 방식으로 하나님의 메시아적 백성으로서의 이스라엘을 회복하고 정화하는 능력”이라며 “성령에 의해 촉진되고 안내된 화해와 연합의 공동체로서의 이스라엘의 새로운 삶의 방식은 이스라엘로 하여금 증인이 되게 한다”고 정리했다.

저자는 이전 저서인 <성령과 은사(The Holy Spirit and Spiritual Gifts)>에서도 전통적 복음주의와 오순절적 은사주의 간의 극단적 대립이 진행되던 성령-은사론 분야에서 양 진영을 연결하고, 궁극적으로 양자의 일치를 위한 가교 역할을 도모한 바 있다.

저자 막스 터너(Max Turner)는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의학 및 신학(M.A.)을 전공하고, 같은 대학교에서 누가-행전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Ph.D.)를 받았다. 2011년 은퇴할 때까지 주로 런던 신학교(London School of Theology)에서 가르쳤으며, 현재 신약학 명예교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