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본철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

현대 한국교회의 저하된 도덕성과 세상 앞에 영향력을 잃은 영성을 회복할 수 있는 뚜렷한 대안은 무엇일까? 여러 차원에서 그 해법을 궁구할 수는 있겠으나,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치유책은 잃어가고 있는 순교적 신앙의 전통을 다시금 교회와 삶속에 확립하는 길이라고 본다.

다시 말해서 오늘날 침체현상을 보이고 있는 한국 개신교의 가장 큰 문제점중의 하나는 세상 속에서 예수 그리스도의 증인(μάρτυς; 순교자)으로서의 삶을 사는 이들이 별로 많지 않음에 있다고 본다. 무엇보다도 근본적인 치유책은 잃어가고 있는 십자가 신앙의 전통을 다시금 교회와 삶속에 확립하는 길이라고 본다.

이 점에 대해서는 이미 한국 가톨릭교회에서도 많은 고민을 해 왔는데, 가톨릭교회에서는 그들의 박해사(迫害史) 속에서 얻어진 순교의 정신을 한국적인 영성으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노력이 있었다. “한국 순교의 역사는 세계가 모두 놀랄 만큼 특이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거기서 순교에 대한 어떤 한국적인 이해와 표현, 즉 한국적인 영성을 발견할 수는 없을까 하는 가능성을 보게 된다.”(“영성의 토착화”, <사목> 117호: 5). 필자 역시 오늘날의 한국교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것은 '순교적 영성'(Martyrdom Spirituality)의 보편적 실행이라고 믿는다.

그러면 ‘순교적 영성’이란 무엇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먼저 ‘순교’란, 특히 협의적 의미에서, ‘죽음을 택함으로서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라고 본다. 이 죽음에는 명백한 의도성이 있어야 하며, 그리고 그 목적은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러면 ‘영성’이란 무엇인가? 수없이 많은 종류의 영성들을 나열할 수 있고 또 영성에 대한 정의도 다양하게 표현될 수 있겠지만, 필자가 보는 시각에 의하면 영성이란 ‘하나님을 향하여 반응하는 인간 영혼의 태도’이다.

“오직 성령이 각 성에서 내게 증언하여 결박과 환난이 나를 기다린다 하시나 내가 달려갈 길과 주 예수께 받은 사명 곧 하나님의 은혜의 복음을 증언하는 일을 마치려 함에는 나의 생명조차 조금도 귀한 것으로 여기지 아니하노라”(행 20:23-24)

그러므로 ‘순교적 영성’이란 ‘그리스도를 증거하기 위해 죽기까지라도 하겠다는 투철한 각오로 매사에 하나님을 섬기는 영혼의 태도’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의식을 지니고 생명을 다해 전심으로 하나님을 사랑하는 것이 삶속에서 발휘되는 순교적 영성의 실체라고 정리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오늘의 한국교회가 절실히 목말라 하는 것, 그것은 그리스도를 위한 증거자로서 ‘날마다 죽노라’(고전 15:31)의 삶을 살아가는 제자들이 확산되는 일이다. 필자가 아프리카 가나에서 신학생들에게 두 주간에 걸쳐 성령론을 강의 할 때, 나는 이들 신학생들로부터 정말 큰 은혜와 도전을 받았다.

 이 곳의 신학생들 대부분은 가난해서 음식도 영양 있게 먹지 못하면서 그나마 하루에 두 번 밖에는 식사를 할 기회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의 학장인 한국인 선교사님의 가르침을 따라, 복음을 위해 생명을 바치겠다는 각오로 한 달에 한번은 모든 신학생들이 이삼일 간 금식하면서 공부하며 또 기도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부흥을 위한 밀알로서 자신을 드리겠다고 하는 다짐에 불타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그야말로 순교적 영성으로 살아가는 사명자들이었다. 또 다른 나라 사역자의 경우도 예로 들겠다. 파키스탄에서 열정적으로 복음을 전하고 있는 한 현지인 사역자가 한국에 왔을 때, 필자가 그의 설교를 통역하면서 몇몇 교회를 방문한 적이 있다.

 어느 한 교회에서 예배 마친 후 그 교회 장로님 한 분이 그 파키스탄 사역자에게 이런 제의를 했다. “원하시면 저희가 파키스탄에 교회당을 지어드릴 수도 있습니다.” 그때 그 파키스탄 사역자의 조용하면서도 겸손한 답변은 저의 가슴에 붉은 피가 뛰게 만들어 주었다. “파키스탄에 필요한 것은 교회당 설립이 아니고, 신앙 때문에 박해 당하고 고통당하는 크리스천들을 위해 기도해 주십시오.”

현재도 그 파키스탄 사역자와 그 가정은 하루 앞을 장담할 수도 없는 극심한 테러의 위험 속에서도 담대히 복음을 전하고 있다. 그는 전에 언젠가 필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내게 생명이 있다면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복음을 전할 수 있기 때문이죠. 만일 제가 탈레반에 의해 살해당한다면 그 또한 행복합니다. 왜냐하면 천국에서 주님 곁에 있게 되기 때문이죠.”

필자는 이메일을 통해 그에게 위로를 전하곤 한다. 성령께서 지켜 주실테니 담대히 행하고 또 성령께서 사역 속에 큰 권능으로 함께 하실 것이라고 기도해 주곤 한다. 이처럼 성령께서는 우리를 순교적 영성으로 사역하는 충성스런 그리스도의 제자들로 무장해 가시는 것이다.

배본철 교수(성결대학교 역사신학/성령의 삶 코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