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훈
▲백성훈 목사.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고난을 만나면 원망과 불평을 쏟아냅니다

우리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많은 고난을 당하는데, 그 중에서도 우리가 감당하기 힘든 고난을 만날 때면 더 큰 원망과 불평을 하게 됩니다.

내가 좀 피곤해지고 피해를 보더라도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어려움이라면 속상하겠지만 털어버리고 힘을 내어 살아갈 수 있는데, 도저히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만나게 되면 낙심하여 좌절하고 두려운 마음이 생깁니다. 그리고 이 두려움은 우리의 믿음을 갉아먹어 하나님께 불평과 원망을 터뜨리게 만듭니다.

어느 집사님이 새벽기도를 빠지지 않고 다니며 기도했는데, 몇 년이 지나 사업이 번창하면서 부자가 되었습니다. 새벽기도는 이제 바빠서 못가게 되었고, 평소에 잘 하던 예배와 묵상도 조금씩 게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아가 이 부유함을 누리고 싶었습니다. 당장 집을 구입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60평대 고급 아파트를 월세로 구했고 고급 외제차도 할부로 구입했습니다. 자녀들은 학비가 비싼 대안학교로 전학을 시켰습니다.

이제 좀 살만 하다 싶었는데, 얼마 지나서 중국의 한국 기업에 대한 경제조치로 수출이 막혔고, 1년이 못가 회사는 큰 부도가 났습니다. 당장 월세와 할부와 학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습니다.

그런 상황이 되니,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불평이 쏟아졌습니다. 하루는 하늘에 대고 외쳤습니다. “이 정도도 안됩니까? 내가 그동안 새벽을 깨우고 기도한 세월이 얼만큼인데, 이 정도도 못봐줍니까? 좀 부유함을 누리면 어떻습니까? 나도 좋은 집과 좋은 차를 좀 타도 되잖아요? 그게 뭐가 그렇게 잘못된 겁니까? 너무 하신 거 아닙니까?” 하고 소리를 질러 외쳤습니다.

그렇게 하나님에 대한 원망과 불평을 품은 채 교회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이럴 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와 같은 상황을 시편 저자인 다윗이 경험했습니다. 그리고 믿음으로 승리하였습니다. 과연 다윗은 어떻게 승리할 수 있었는지를 살펴보며 우리의 삶에 적용해 봅시다.

믿음으로 승리했던 다윗도 우리와 마찬가지로 원망과 불평을 쏟아냈습니다

시편 60편은 사무엘하 8장과 역대상 18장에 기록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다윗이 왕위에 있을 때 에돔과의 전쟁을 배경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윗은 에돔의 공격 앞에서 큰 어려움을 당했지만, 결국 승리했습니다. 특히 다윗의 부하 중에 요압이라는 장군이 큰 공로를 세웠던 전쟁입니다.

한가지 참고해야 할 사항은 1절 윗부분에 작은 글씨로 기록된 내용 중 요압에 에돔 사람 1만 2천명을 죽였다고 되어 있는데, 사무엘하 8장 13절에는 1만 8천명을 죽였다고 기록되어 있습니다. 숫자의 차이는 정확한 이유를 알지 못하나, 숫자 자체보다 그만큼 많이 죽였다는 사실에 근거하여 해석하는 것이 좋습니다.

에돔은 당시 많은 군사를 이끌고 이스라엘을 침략했습니다. 그러나 다윗의 군대는 현실적으로 이 침략을 감당하기 어려운 상황이었기에, 1-3절까지 내용을 보면 알수 있듯 이런 상황에 대해 하나님 앞에 원망과 불평을 터뜨립니다.

특별히 3절의 히브리어 ‘아나프’는 분노로 인해 코를 씩씩거린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그만큼 하나님에 대해 크고 깊은 원망이 표현되고 있습니다.

이 시편의 초반부 3절과 4절을 보면 다윗이 에돔의 침략이 얼마나 강력했는가를 말하면서, 원망과 불평을 쏟아냅니다.

“주께서 주의 백성에게 어려움을 보이시고 비틀거리게 하는 포도주를 우리에게 마시게 하셨나이다 주를 경외하는 자에게 깃발을 주시고 진리를 위하여 달게 하셨나이다(3-4절)”.

특히 3절에서 보듯 이스라엘이 마치 포도주를 마시고 취해서 비틀거리듯 흔들리고 있다고 말합니다. 4절에 기록된 ‘깃발’은 예루살렘 성벽에 설치돼 전쟁이나 큰 위험이 있을 경우 이 깃발을 올려 백성들이 다른 곳으로 피할 수 있도록 경고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른 경우로는 백성들에게 성벽을 더 쌓기를 요청하는 의미일 때도 있습니다. 어떤 경우이든 깃발을 세울 만큼 위급한 상황이었음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다윗이 우리와 달랐던 점은 원망으로 시작한 기도가 결국 믿음의 고백으로 끝났다는 점입니다

그러나 다윗의 모든 시편에서 공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특징이 여기서도 나타납니다. 바로 원망 중에서 시작한 고백이 결국 믿음의 고백으로 끝난다는 사실입니다.

다윗도 처음부터 믿음의 고백을 하면서 한 마디 불평 없이 기도하지 않았습니다. 그도 마음의 큰 원망을 가지고 있을때가 많았습니다. 상황 자체가 그럴 수밖에 없는 위급한 상황, 억울한 상황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다윗은 그런 고통 중에도 기도했고, 결국 믿음으로 선포했습니다. 우리의 믿음은 흔들리지 않는 것이 아니라 흔들려도 넘어지지 않고 결국 다시 일어서는 것입니다.

우리는 완전하지 않습니다. 모든 인간이 그렇게 약한 존재입니다. 믿음은 이 약함 속에서 하나님을 바라보게 하는 능력입니다.

다윗은 이제 에돔뿐 아니라 주변의 나라들을 거론하면서, 하나님이 그 모든 땅을 다스리는 왕이시며 그 권능이 얼마나 크신지 선포합니다.

8절에서 “모압은 나의 목욕통이라 에돔에는 나의 신발을 던지리라 블레셋아 나로 말미암아 외치라 하셨도다”고 고백합니다.

여기서 ‘목욕통’이라는 표현은 모압이 사해 동부 해안에 위치했기 때문에 이를 격하시킨 표현이고, 마치 하나님이 사해를 일으키면 모압은 그저 속절없이 쓸려 내려갈 것이라는 식의 표현입니다.

신발을 던진다는 표현은 당시에 땅의 소유권을 행사할 때 행하던 관례로, 에돔 역시 하나님의 다스림 안에 있다는 것을 그렇게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가 현실에서 이런 상황을 맞이한다면, 과연 이처럼 기도할 수 있을까요? 아마 세상에서 방법을 찾으려고 열심히 뛰어다닐 것입니다. 그러나 다윗은 단호하게 하나님이 이 땅을 다스리는 주인이라고 선포합니다.

심지어 11절에서는 사람의 구원은 헛된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세상에서 찾는 방법들은 손자병법이나 탈무드 등 세상의 지혜가 아무리 뛰어나도, 솔로몬의 고백처럼 하나님의 지혜 앞에서는 헛되고 헛되고 헛되니 헛되고 헛된 것입니다.

“하나님은 나를 부하게도 하시고 망하게도 하시는 분입니다. 그러니 내 능력보다 그분을 의지하겠습니다”

앞서 회사가 부도가 났던 그 집사님은 시간이 많이 흘러 다시 교회로 나오게 되었습니다. 어떤 계기로 은혜를 받고 돌아온 것입니다. 필자가 다시 돌아온 이유를 물었습니다. 집사님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어느날 교통사고가 났는데 제가 졸음 운전을 하다 가드레인을 박았는데, 정말 죽을 뻔 했습니다. 그런데 기가 막히게 살아났어요. 정신이 번쩍 들어보니, 제일 먼저 생각나는게 하나님이 살려주셨구나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내 사업을 망하게 하신 하나님이 이번에는 나를 살리셨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어요. 그런데 하나님이 마음에 이런 말씀을 주셨어요.

‘나는 너를 부하게도 할 수 있고 망하게도 할 수 있단다. 그러나 나는 니가 항상 나를 의지했으면 좋겠다’ 하고 말이죠.

그때 깨달았어요. 저는 성공이 제 능력 때문이라고 생각했었습니다. 그런데 회사가 망했을때는 하나님이 망하게 하셨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차이를 깨닫는게 얼마나 어려운 일이었는지 몰라요. 잘되면 내 탓이고 못되면 남 탓하는 사람이 바로 저였어요.

그게 아니었어요. 성공도 망함도 모두 하나님의 일하심이고, 나는 아무것도 할수 있는 게 없었습니다. 그러니 성공하게 하신 분이 하나님이고 망하게 하신 분도 하나님이라면, 저는 그냥 하나님께 맡길래요. 내 능력을 의지하기보다 그분을 의지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말하며 다시 교회로 돌아왔던 것입니다.

“왜 하나님께 기도할 생각부터 하지 않고 다른 방법부터 생각하고 있느냐?”

얼마 전 저희 교회가 이전하면서 공사를 해야 하는데, 공사비가 다 마련되지 않았습니다. 공사 일정은 다가오고 비용은 마련되지 못했기에, 마음이 조금 답답했습니다.

그래도 부족한 금액에 대해서는 교회가 대출을 받아서 해결하기로 했기 때문에, 큰 걱정은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은행에서 대출이 안 된다고 했습니다.

심지어 제 개인 이름으로도 안 된다고 합니다. 그만큼 작은 교회이기도 하고, 은행이 교회에는 더 이상 대출을 해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담당 직원의 거절을 듣고는 순간 많은 생각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럼 다른 어떤 방법으로 대출을 받을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시편의 위로
▲시편의 위로 백성훈 | CLC | 280쪽 | 13,000원
그런데 하나님이 다음날 새벽에 기도할 때, 제게 부끄러운 마음을 주셨습니다. 왜 하나님께 기도할 생각부터 하지 않고 다른 방법부터 생각하는지를 물으셨습니다.

하나님의 안타까운 마음이 제 마음에 깊이 새겨지면서, 저는 회개하며 기도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대출이 됐는지 여부는 밝히지 않겠습니다. 회개하며 기도하는 중, 그 결과가 어찌되었든지 하나님이 해결하신다는 믿음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결국 이 문제가 잘 해결됐습니다.

믿음이 우리 마음에 든든하게 자리잡고 있을 때, 비로소 다른 방법들을 연구하고 그 방법이 하나님 보시기에 합당한지를 물을 수 있습니다. 그게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순서입니다.

하나님은 이 땅을 다스리십니다. 주인 되신 하나님의 권능을 믿으십시오. 어떤 일이 해결이 안 되고 문제가 생길 때는 더욱 믿으십시오. 그리고 방법을 연구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것이 믿음의 순서입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의지하고 용감하게 행하리니 그는 우리의 대적을 밟으실 이심이로다(시편 60편 12절)”.

오늘도 다윗의 이 마지막 고백처럼 결국 하나님의 승리를 고백하는 하루가 되시기를 축복합니다.

백성훈 목사(김포 이름없는교회)
<팀사역의 원리>, <시편의 위로>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