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계
▲홍해를 건너는 이집트 군대의 모습. ⓒ못생긴나무 제공

창세기 46장 7-11절과 출애굽기 12장 40-41절 간에 모순이 있는가?

1. 문제 제기

야곱이 130세에 자손들을 데리고 애굽으로 내려갔으며(창 47:9), 이스라엘 자손들은 애굽에 430년을 체류하고 나온다(출 12:40-41). 출애굽기 12장 40절을 보면 “이스라엘(=야곱) 자손들이 애굽에 거주한 지 430년”이라고 기록되어 있으므로, 레위, 고핫, 아므람, 모세가 창세기 15장 16에서 약속하신 4대에 해당한다.

그래서 창세기 15장 16절에서 아브라함에게 말씀하신 대로 이스라엘 자손들은 4대 만에 출애굽한 것이다. 출애굽기 6장 14-27절에 따르면, 레위의 수명은 137세, 고핫의 수명은 133세, 아므람의 수명은 137세였다.

아므람의 아들 모세는 80세에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따라 이스라엘 자손들을 이끌고 출애굽을 수행한다(출 7:6-7). 그런데 창세기 46장 7-11절에는 다음과 같이 서술되어 있다.

“이와 같이 야곱이 그 아들들과 손자들과 딸들과 손녀들 곧 그의 모든 자손을 데리고 애굽으로 갔더라 애굽으로 내려간 이스라엘 가족의 이름은 이러하니라 야곱과 그의 아들들 곧 야곱의 맏아들 르우벤과 … 레위의 아들은 게르손과 그핫(=고핫)과 므라리요(창 46:7-11)”.

여기서 야곱이 130세에 이집트로 내려갈 때, 레위가 그의 아들 고핫을 실제로 데리고 함께 내려간 것이라면 모순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고핫이 갓 태어난 상태에서 애굽으로 내려갔다고 하더라도 고핫은 133세, 아므람은 137세를 살았고, 모세가 80세 때 이집트에서 나왔기 때문에, 이 기간을 모두 합산해도 350년 밖에 되지 않기 때문이다.

2. 해석

창세기 46장 11절 말씀을 출애굽기 12장 40-41절 말씀에 따라 주석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그 근거는 히브리어 원어성경(BHS) 창세기 46장 7절에서 표기되어 있는 문단 나누기 부호인 ‘스투마’, 즉 개역개정 성경에는 이를 따라 창세기 46장 8절이 시작되는 곳에 표기된 ‘동그라미’이다.

이는 새로운 문단의 시작을 알리는 표기로, 앞 문단과 문단을 분리하여 해석하라는 지시이다.

문단 구분에 따르면, 창세기 46장 7절의 “야곱이 그 아들들과 손자들과 딸들과 손녀들 곧 그의 모든 자손을 데리고 애굽으로 갔더라”에서 하나의 문단이 종료되었고, 창세기 46장 8절의 “애굽으로 내려간 이스라엘 가족의 이름은 이러하니라”는 새로운 문단으로 해석해야 한다.

이 경우 8절은 7절의 당시 상황이 아니라, 7절의 결과로 이집트로 내려가서 살았던 이스라엘의 자손들 가운데는 이러이러한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즉 이 명단은 야곱이 130세에 이집트로 내려갈 때 동행했던 명단이 아니라, 그로 인해 이집트에서 체류했던 사람들을 포함하고 있는 명단이라는 것이다.

다음으로, 히브리인들의 독특한 어법은 아직 태어나지 않은 후손도 거기에 동참한 것으로 말하는 방식이 있다. 예를 들면 창세기 46장 3-4절에서 하나님께서 야곱을 애굽으로 가라고 하실 때, “반드시 너를 다시 인도하여 다시 올라올 것”이라고 약속하신다.

“하나님이 이르시되 나는 하나님이라 네 아버지의 하나님이니 애굽으로 내려가기를 두려워하지 말라 내가 거기서 너로 큰 민족을 이루게 하리라 내가 너와 함께 애굽으로 내려가겠고 반드시 너를 인도하여 다시 올라올 것이며 요셉이 그의 손으로 네 눈을 감기리라 하셨더라(창 46:3-4)”.

우리는 야곱이 애굽으로 내려간 후 거기서 죽었으며, 요셉이 그를 장사지낸 자리가 아벨미스라임이라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창 50:5-11). 그리고 야곱의 유언에 따라(창 49:29) 야곱의 죽은 몸을 옮겨서 가나안에 장사지낸 것이 창세기 46장 4절에서 약속하신 하나님의 약속의 성취라고 볼 수는 없다.

그러므로 창세기 46장 4절에서 말씀하신 ‘어법’은 자손들을 조상과 동일시하시는 것이다. 이것은 히브리식 어법이며, 성경의 말씀하시는 방식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신약성경에도 이러한 예가 나타난다. 히브리서 7장 4-10절에서 아브라함이 멜기세덱에게 십일조를 바칠 때, 나중에 아브라함의 증손자로 태어날 레위도 이미 이때 십일조를 바쳤던 것이라고 말한다.

이는 멜기세덱이 아브라함을 만날 때 레위는 이미 자기 조상의 허리에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 사람이 얼마나 높은가를 생각해 보라 조상 아브라함도 노략물 중 십분의 일을 그에게 주었느니라 레위의 아들들 가운데 제사장의 직분을 받은 자들은 율법을 따라 아브라함의 허리에서 난 자라도 자기 형제인 백성에게서 십분의 일을 취하라는 명령을 받았으나 레위 족보에 들지 아니한 멜기세덱은 아브라함에게서 십분의 일을 취하고 약속을 받은 그를 위하여 복을 빌었나니 논란의 여지없이 낮은 자가 높은 자에게서 축복을 받느니라 또 여기는 죽을 자들이 십분의 일을 받으나 저기는 산다고 증거를 얻은 자가 받았느니라 또한 십분의 일을 받는 레위도 아브라함으로 말미암아 십분의 일을 바쳤다고 할 수 있나니 이는 멜기세덱이 아브라함을 만날 때에 레위는 이미 자기 조상의 허리에 있었음이라(히 7:4-10)”.

이러한 어법을 적용한다면, 고핫은 실제로는 야곱이 130세에 애굽으로 내려갈 당시에는 아직 태어나지 않았고, 레위가 이집트에 내려간 후에 낳은 아들이지만 이미 레위의 허리에 있었던 것이다(히 7:10 어법). 그래서 창세기 46장 11절과 같이 말할 수 있는 것이다.

필자는 실제로 이러한 경험을 한 적이 있다. 수 년 전에 터키를 방문했을 때. 이스탄불에서 큰 카펫 상점을 운영하고 있는 젊은 사람을 만났는데, 형제라고 부르면서 반갑게 맞아주었다.

대화를 하던 중에 자신이 한국전쟁에 참전했었다고 말했다. 농담이 아니라 아주 진지한 표정으로 얘기했다. 알고 보니 이들은 자신의 아버지가 참전한 것을 자신이 참전한 것으로 말한 것이다. 즉 자신을 아버지와 동일시하는 것이 오늘날에도 이들의 어법이다.

당시 필자는 예수님께서 자신이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말했을 때, 그 말씀을 듣고 있던 사람들의 감정을 생각해보았던 적이 있다.

그러므로 이들의 독특한 어법(말하는 방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창세기 46장 11절과 출애굽기 6장 14-27절, 출애굽기 12장 40-41절을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히브리서 7장 10절의 표현 방식으로 말하자면, 야곱이 130세에 이집트로 내려갈 당시에 고핫은 레위의 허리에 있었고, 그래서 같이 내려갔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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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로 나서는 모세와 히브리 민족의 모습. ⓒ못생긴나무 제공

3. 결론

출애굽기 12장 40절의 “이스라엘 자손이 애굽에 거주한지 430년”은 이스라엘(=야곱)이 130세에 이집트로 내려가 이스라엘의 아들 레위, 레위의 아들 고핫, 고핫의 아들 아므람, 아므람의 아들 모세에 이르는 4대에 걸쳐 거주하다가, 모세가 80세 때 이집트로부터 나오기까지의 기간이다.

야곱이 130세에 이집트로 내려갈 당시 레위는 43세 정도였으며, 고핫은 레위의 허리에 있었다. 이후 레위는 이집트에서 고핫을 낳았다. 고핫은 아마 레위가 이집트로 내려간지 대략 90년 정도 지난 후에 태어났을 것이다.

창세기 46장 7-11절의 고핫에 대해서는 7절 끝에 있는 문단구분 부호에 따라 8절부터는 다른 새로운 문단으로 해석하고, 또한 성경의 어법, 히브리식 어법에 따라 조상과 자손을 동일시하는 어법을 이해하고 주석하게 되면, 어느 방법으로든지 창세기 46장 7-11절과 출애굽기 12장 40-41절 간의 모순처럼 보이는 마찰은 해결할 수 있다.

김홍석(구약학 박사)
한국창조과학회 성경위원회, 군선교위원회 위원장
전 해군사관학교 교수
전 국방대학교 합참대 교수
전 KC대학교 구약학 외래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