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분자반
성경과 역사에서 배우는 올바른 직분자의 모습

직분자반
안재경 | 세움북스 | 268쪽 | 14,000원

책을 오래 읽다보니, 나만의 촉이 올 때가 있다. 순전히 ‘나만’이라는 한계를 가진 것이 탈이기는 하지만, 기분만큼은 좋다.

안재경 목사의 『직분자반』이란 표지를 보자, ‘참 좋은 책이다’라는 느낌이 물밀듯 찾아왔다. 먼저는 표지가 맘에 든다. 기하학적 표지와 함께 ‘직분자반’이란 제목이 목양자의 마음을 잘 담아낸 듯하다.

저자인 안재경 목사는 뛰어난 실용적 저술가이다. 다루는 주제가 결코 쉽지 않음에도, 독자들의 눈과 귀에 쏙쏙 들어오게 한다. 아직 강의를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어 강의를 판단하기는 힘드나, 책의 내용을 보면 탁월한 강연자가 아닌가 싶기도 하다.

부제를 ‘성경과 역사에서 배우는 올바른 직분자의 모습’이란 부제를 달았는데, 핵심을 간파하는 동시에 목회자가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도 분명하게 보여준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1-2부는 이론적인 부분이며, 3-4부는 교회 안에서 각 직분자들의 직무와 직원을 세우는 절차와 방법들을 설명한다.

1부에서는 신학적이고 원리적 측면에서 직분을 살핀다. 2부에서는 성경과 교회사 속에서 직분의 개념을 살핀다.

저자는 1장에서 직분과 권위의 문제를 다룬다. 그런데 독특하게도 십계명 다섯 번째 계명인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에서 직분자의 원리를 도출한다.

부모는 하나님을 대리하는 자로서 ‘직분자이다(16쪽)’. 자녀는 부모를 육체적으로 존재하게는 존재일 뿐 아니라 ‘하나님께서 세우신 직분자로 받아야 한다(17쪽)’. 부모는 직분자로서 ‘자신이 세움 받은 그 영역에서 권위를 행사한다(18쪽)’.

하나님은 ‘연약하고 부족한 직분자를 세워 일하신다(22쪽)’. 그렇기 때문에 성도들은 하나님께 순종하듯 직분자들에게 순종하는 것이 마땅하다. 어쩌면 해석상 논쟁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주장이지만 충분히 공감하며,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고 믿는다.

교회의 모든 직분은 그리스도적이다. 교회의 머리는 그리스도시며 성도들이 갖는 ‘직분은 머리이신 그리스도의 통치를 대행(33쪽)’하기 때문이다. 직분자는 그리스도를 대신해 통치한다. 우리는 이것을 직분을 받았다고 말한다.

3장 ‘교회와 직분’에서는 공감은 하지만, 동의할 수 없는 내용도 발견된다. 교회보다 말씀이 우선이라는 표현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만약 성도나 그리스도의 몸으로서 교회를 말한다면 오류이다. 하지만 공동체로서의 교회로 한정한다면 분명히 옳다. 이 부분에서 성경신학적 설명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그럼에도 교회 안에서 직분이 갖는 의미와 풍성함을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고 해설하고 있어 유익하다. 교회를 직분론적 관점에서 다루었다는 점에서 높이 사고 싶다.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직분론의 관점에서 교회를 논한 적은 없었던 같다. 물론 장 칼뱅이나 헤르만 바빙크는 교회론에서 직분을 언급한다. 안재경 목사는 목양적 차원에서 직분을 더욱 긴밀히 연결시킨다.

예장 합동 직분자 금식기도회
▲예장 합동 ‘전국 직분자 금식기도회’가 진행되고 있다. ⓒ김진영 기자
직분의 역사를 다룬 2부는 생소한 내용이 많았다. 교회사를 다루면서 직분론 중심으로 다룬 적이 없는 탓이었으리라. 사도들이 집사를 세우는 과정과 기타 직분자들에 대한 내용은 직분이 계급이 아니라 교회를 섬기기 위한 목적이었음을 명백하게 드러낸다.

그러나 중세교회로 넘어가면서 교회의 직분은 계급화된다. 루터의 만인제사장론은 중세교회의 그릇된 계급론을 타파하고, 교회가 직분을 통해 소명자들의 섬김의 장(場)임을 주장한다.

3부는 각 직분에 대한 풍성한 설명이 가득하다. 저자는 에베소서 4장 11절에 등장하는 ‘목사’를 언급하며, 목사의 기원을 설명한다.

사실 이 부분은 상당히 논쟁이 있는 곳이다. 아쉽게도 ‘목사는 목자장이신 그리스도를 대신하여 양 떼를 치는 목자이다(161쪽)’라고 성급히 주장한다. 좀더 포괄적이고 다양한 방향에서 접근했더라면 좋을 뻔 했다. 그럼에도 저자의 주장은 성경에 충분히 근거하고 있다.

집사를 ‘긍휼의 사역자(189쪽)’로 칭한 것은 대단히 고무적(鼓舞的)이다. 지금까지 필자가 배운 집사론에서는 단 한 번도 언급된 적이 없는 탓이며, 사도행전에 나타난 집사직의 가장 정확한 표현이 아닌가 싶다. 사도들은 ‘구제를 위해’ 집사를 세웠다.

“목사는 말씀을 선포하기 위해 부름을 받았고, 장로는 선포된 그 말씀으로 교인들을 다스리기 위해 세움을 입었고, 집사는 성도들의 교제로부터 소외되는 이들이 없는지 돌아보고 긍휼을 베풀기 위해 세움을 입었다(192쪽)”.

무엇하나 버릴 것 없는 단단한 책이다. 제직 세미나를 하려고 해도, 자료가 빈약해 애를 먹는 시대 아닌가. 오랜 목회 활동과 강의를 통해 빗어낸 직분론은 쓸모가 참 많다. 목회자들이 정리해 제직론을 강의해도 되고, 책을 그대로 직분자들에게 선물도 주어도 좋을 책이다.

각 교단의 헌법책을 곁에 두고 이 책을 읽어 나가며 비교해보는 것도 유익하리라 믿는다. 새해에 출판되지 못한 것이 많이 아쉽다. 그러나 지금도 충분히 좋은 책이고, 앞으로도 유익한 책이다. 교회를 사랑하는 직분자들과 함께 이 책을 읽고 싶다.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서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