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편화된 ‘사중 신학’ 커리큘럼 비평
성직 기술 전수보다 신학 자체 교육을

신학 교육의 개혁
신학 교육의 개혁

에드워드 팔리 | 윤석인 역 | 부흥과개혁사 | 264쪽 | 15,000원

책 <신학 교육의 개혁>은 각 신학교들의 커리큘럼이 오늘날과 같이 ‘사중 신학’으로 구성된 역사를 돌아보면서, 전문성을 추구하다 파편화돼 버린 신학 연구의 통일성을 위한 재구축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신학의 내력에 대한 설명에서 가장 중대하고 심각한 측면은 지혜로서의 신학과 학문 분과(학문)로서의 신학이 신학을 가르치는 학교에서 아주 사라진 현상, 곧 신학 연구의 전체적 통일성과 이론적 근거로서의 신학이 자취를 감춘 현상이다. … 신학을 가르치는 학교가 자신의 본질, 의제, 목적으로 삼아야 하는 것이 사라진 사실을 간과한다면, 현재 자신의 본질과 상황을 이해하는 데 진전이 거의 없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중 신학’ 커리큘럼이란 현재 대부분의 신학대학원에서 3년간 성경신학, 역사신학, 조직신학, 실천신학을 큰 네 줄기로, 그 하위 분과 40-50개 과목을 배우는 것을 말한다.

종교개혁과 그 직후까지 신학은 ‘단일체’였다. 신학이란 계시와 구속의 결과로서 개인의 삶에 주어지는 지혜이고, (그리스도 안에 나타난 계시로서) 역사의 측면과 (조명하시는 성령의 사역으로서) 개인의 측면 모두에 있어 하나님에게서 비롯된 지식이기 때문이다.

“신학은 개인의 입장에서 하나님 자신의 지식을 원형으로 하고, 하나님에 대한 최종적 직관을 목적으로 삼는 지혜적 지식이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그 어떤 근대적 의미에서의 학문도 아니고 그 자체 안에 ‘학문들’을 담을 수도 없다.”

뿐만 아니라 신학 연구가 연구로서 수행하는 1차적 활동은 ‘성경 연구’이고, 단순히 성경을 본문의 집합체로 해석하는 게 아니라 교리적 원리에 따라 파악해야 한다. 신학 자체가 구원과 관계되고, 신적으로 전달된 진리에 관한 지식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18세기 후반 독일에서 경건주의와 계몽주의 등 복합적 사건과 운동, 문헌들을 배경으로, 슐라이어마허 등의 ‘신학 백과사전 운동’이 일어나면서 사중 양식이 시작됐고, 19세기 유럽과 미국의 신학 교육에서 이것이 보편화됐다.

저자는 이렇게 파편화됐을 뿐 아니라 전문가로서의 목회 사역을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일에 치중하게 된 ‘신학 교육’이 변화를 맞이할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신학 조직신학
▲조직신학 도서들. ⓒ크투 DB
이에 ‘신학 공부의 전체적 통일성과 이론적 근거로서의 신학’이 다시 필요함을 제기하면서, 그 방법으로 신학의 가장 중요한 본래적 의미인 ‘구원 지향적인 하나님을 아는 지식의 회복’을 주장하고 있다. 다소 자극적 표현일 수 있지만, ‘신학을 신학 교육에 원상 복구시키자’는 것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성직 활동 수행을 위한 훈련’이 아닌, ‘신학적 지식의 파이데이아’에 초점을 맞추는 신학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고 제안한다.

성직의 요소는 그런 지식의 양식과 기반으로서 존재할 뿐이다. 물론 성직자 교육에서의 신학에 대한 방향도 제시하고 있다. 책은 앞선 논의들을 바탕으로 한 신학교 개혁 방안을 소개하는 것으로 끝맺고 있다.

백금산 목사(예수가족교회)의 추천사대로, 저자의 주장에 혹 동의하는 부분이 있더라도, 저자가 간결하고 명쾌하게 정리한 신학 교육의 역사를 바르게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신학 공부와 교육에 관심 있는 이들이 책을 읽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1983년 쓰여진 책이지만, 한국 신학계의 패러다임과 커리큘럼은 당시와 별다른 변화가 없는 상황. 4차 산업혁명과 코로나19 등으로 사회가 급속히 변화되고 기독교에 대한 인식과 영향력도 갈수록 나빠지고 축소되는 가운데, 기독교와 신학계도 변화를 도모하기에 앞서 읽어볼 만하다.

원서 제목은 ‘Theologia: The Fragmentation and Unity of Theological Education(부제목: 신학 교육의 분열과 통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