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예배 가이드
가정 예배 가이드

임경근 | 생명의말씀사 | 168쪽 | 12,000원

‘물론 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하는 건 너무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 ‘너무 하고 싶지만, 솔직히 여력이 안 된다’고 핑계하기 쉬운 것, ‘하면 유익이 되겠지만, 못 해도 큰 문제는 없다’고 무의식적으로 생각하는 것. 바로 이 책의 주제인 ‘가정 예배’이다.

제임스 알렉산더가 쓴 <가정 예배는 복의 근원입니다(미션월드, 2003)>, 조엘 비키가 쓴 <가정 예배(고려서원, 2003)>, 도널드 휘트니가 쓴 <오늘부터, 가정 예배(복있는사람, 2017)>, 그리고 <콕 집어 알려주는 가정 예배 가이드>의 저자 임경근 목사가 쓴 <교리와 함께 하는 365 가정 예배(세움북스, 2015)>까지, 가정 예배 관련 서적이 아주 드문 것은 아니다.

하지만 네덜란드 유학 시절 보고 배운 ‘가정 예배’의 모습을 사역했던 교회와 현재 담임목사로 섬기고 있는 다우리교회에서 바쁜 삶을 살면서도, 네 자녀를 홈스쿨링하면서 직접 실천해본 사람이 설명한다는 점이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다.

가는 곳마다 “신앙 교육의 핵심에는 가정 예배가 있다”고 외치며 ‘가정 예배 전도사’라는 수식어가 붙은 임경근 목사는 현대 대한민국의 바쁘고 복잡한 삶 속에 ‘가정 예배’가 자리잡기 힘들고 어색한 현실이 되어 버렸으며, 가족이 함께 기도하고 성경 읽는 모습이 완전히 사라질지 모른다며 안타까워한다.

‘가족, 가정’을 뜻하는 성경의 언어 자체가 결혼, 혈연, 입양, 계약 관계까지 포함한 개념으로 성경의 하나님께서 그들 전체와 언약을 맺으셨고, 특별히 새 언약을 맺으신 교회는 그 교회를 구성하는 작은 교회(ecclesiola in ecclesia)로 이루어져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중세 교회는 결혼과 성을 멀리하는 성직자와 수도사의 삶을 강조하며 가정의 중요성을 간과했지만, 종교개혁은 오직 성경의 정신으로 다시금 결혼을 강조하고 남편과 아내의 역할을 강조하며 가정에서 경건한 삶을 사는 것을 권장했다.

성경은 종교개혁자들이 바로 본 것처럼, 옛 언약의 백성인 유대인에게 자녀에게 계속해서 성경을 가르칠 것을 명령하고(신 6), 예수님과 사도들도 정기적인 기도와 예배를 규칙적이고 일관성 있게 꾸려나갔다.

교회사를 살펴보면 집에서 ‘가정 예배’를 드렸던 초대교회부터 가정 예배를 부활시켜 성실하게 지켜낸 종교개혁 시대 교회, 특히 하루 세 번 예배하는 네덜란드 개혁교회의 아름다운 선례가 있다.

한국은 어떠한가? 저자는 이렇게 진단한다. “현재 한국교회는 가정 예배를 강조하지 않고 있는데, 이로써 한국 개신교의 영적 상태를 진단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성장이 멈춘 지 오래이고 그리스도인의 삶이 세상 사람들과 별다르지 않다고 손가락질 받고 있다. 여기저기서 한국 개신교의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어디에서부터 이 일을 시작해야 하는가? 먼저, 언약의 자녀들을 신앙으로 교육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언약의 자녀들이 한국 교회의 미래이기 때문이다(49-50쪽).”

하지만 저자의 말대로 한국교회는 몇 가지 사탄의 교묘하고 치밀한 공격에 속수무책 당하고 있다. 첫째, 일과 돈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한다(67쪽).

둘째, 자녀를 낳는 것보다 안정과 번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68쪽). 심각한 저출산 문제와 일과 돈에 치중된 바쁘고 복잡한 삶은 가정을 돌아볼 기회를 빼앗아가고 간과하게 만든다. 신앙 교육은 일주일에 한 시간짜리 교회 교육에 모두 맡기는 경우가 많다.

가정 예배의 부재가 얼마나 심각한 결과를 가져오는지는 기독교 전반적인 상황을 살펴볼 때 분명하지만, 기독교 가정 안에서 그만큼 큰 문제가 느껴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문제가 없다고 해서 문제가 없는 건 아니다.

하나님께서 가정을 통해, 특별히 영적 인도자인 아버지의 인도 아래 부모가 자녀를 신앙 안에서 인도하는 풍성한 언약의 은혜를 베푸시는 가정 예배라는 도구를 충분히 활용하지 않거나 거의 무시하는 것이 어떻게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있겠는가.

우리는 가정 예배 없이도 잘 돌아가는 가정에 안심할 것이 아니라, 가정 예배를 통해 더욱 하나님과 친밀한 교제 가운데 형통함을 누리는 가정을 바라고 추구해야 할 것이다.

사랑의교회 8일 온라인으로 주일예배 드리는 성도들
▲코로나19로 인한 가정예배 모습(본 사진은 해당 서평과 직접 관련이 없습니다). ⓒ사랑의교회
그러면 어떻게 가정 예배를 시작할 수 있을까? 저자 임경근 목사가 관심을 갖는 이 책의 후반부가 그것을 자세히 설명한다.

먼저 저자는 가정 예배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이 책을 쓴 것이 아니다. 가정 예배의 필요성을 상기시키고, 실제로 가정 예배를 하도록 권장하며, 그렇게 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실질적 조언을 해주는 책이다.

그래서 ‘가정 예배를 위한 20가지 팁’을 제공하고, 실제로 서울 서문교회에서 성도들에게 가정예배를 권하며 나눠주는 유인물(가정예배 안내문, 가정예배 일지, 가정예배 결심서)도 부록으로 수록했다. 가정 예배를 통해 말할 수 없는 은혜를 경험한 몇 편의 간증도 감동과 동기 부여를 제공한다.

가정 예배 경험이 없으면 어떻게 할까? 가정 예배 드릴 시간이 없다면? 가족 모두가 스마트폰 중독이라면? 가정 예배에 대해 좋지 않은 기억이 있다면? 단순히 귀찮다면? 아버지에게 시간이 나지 않는다면?

이런 실질적 상황에 대해 저자는 쉽고 친절하게 답변한다. 뿐만 아니라 가정 예배를 언제, 얼마나 해야 하는지, 어떤 성경을 골라야 하는지, 설교는 누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교리 문답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는지, 어떤 분위기로 가정 예배를 인도해야 할지, 자녀의 나이에 따른 가정 예배를 어떻게 드릴지, 다양한 가족 형태에 따라 혹은 손님이 왔을 때 가정 예배를 어떻게 할지 등 다양하고 실질적인 조언을 제공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성실하게 가정 예배를 꾸준히 시도하는 것이다. 가정 예배가 가정의 거룩한 신앙 문화가 될 수 있도록, 올라갈 때와 내려갈 때가 있을지라도 마치 매끼 먹는 식사가 정말 맛이 있을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있는 것처럼, 하지만 꾸준히 영양분을 제공하는데 규칙적인 식사가 필요한 것처럼, 계속해서 가정이 편안하고 즐겁게 하나님과 복음에 대해 나누고 그 마음을 하나님께 영적 예배로 드리는 일에 함께 반복하여 노력해야 한다.

작년 3월 미국에 콘퍼런스 참석을 하면서, 개인 사업을 하는 동시에 사역으로 창조과학 강연을 하는 박사님과 함께 숙소에 머문 적이 있다. 한국과 밤낮이 바뀌는 시차에도 불구하고 화상채팅으로 아이들과 가정 예배를 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어거스틴은 불신자였던 아버지 아래 가정 안에서 신앙 교육을 충분히 받지 못했지만, 그의 어머니 모니카의 쉼 없는 기도와 조언을 통해 하나님께서 그를 구원하셨고 위대한 신앙인이 되게 하셨다.

탈 많고 말 많은 기독교의 현실을 천천히, 하지만 획기적으로 개혁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이고 근본적인 방법은, 오늘날 모니카와 그 박사님처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하나님이 맡겨주신 영적 인도자의 역할을 다해 가정을 예배의 장으로 만들고 가족을 예배자로 빚어가는 하나님 손에 들린 충성스러운 도구가 되는 것이 아닐까?

조정의 목사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위원, 유평교회 담임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