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 존재하는가
신은 존재하는가

리처드 스윈번 | 강영안·신주영 역 | 복있는사람 | 228쪽 | 12,000원

무신론자들은 신의 존재 자체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특히 최근에는 리처드 도킨스(Clinton Richard Dawkins, 1941-), 대니얼 대넷(Daniel Dennett, 1942-), 샘 해리스(Samuel Benjamin Harris, 1967-),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Eric Hitchens, 1949-2011)로 대표되는 ‘새로운 무신론(New Atheism)’으로 인해 종교가 비판받고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과거에는 소수의 지식인들 사이에서 공유되던 무신론이 최근에는 더욱 광범위하게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흐름에서 영국의 대표적 기독교 철학자인 리처드 스윈번(Richard G.Swinburne, 1934-)은 기독교 신앙을 철학적으로 엄밀하게 논의하며 기독교 신앙을 대변한다.

그는 과거의 방법론에 머물지 않고, 현대 과학과 철학의 발전들을 반영한다. 그리하여 기독교 신앙이 지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이론임을 설득력있게 제시한다.

저자는 토마스 아퀴나스(Thomas Aquinas, 1224/25?-1274)의 지적 유산과 방법론의 상당 부분을 수용하면서도, 신학적이거나 종교적인 용어를 배제한 과학철학적 방법론을 통해 최대한 객관적으로 신의 존재를 증명하고자 한다.

저자는 1장에서 신이 기본적 능력으로 전능하고 전지하며 완전히 자유로운 존재임을 주장한다. 이로부터 파생되는 신의 속성은 영원히(eternal) 신체가 없이(bodiless) 편재(omnipresent)하는 우주의 창조자이며, 보존자라는 것이다.

또한 완전히 선하며(perfectly good, 이 책에서는 ‘전선’이라고 표현한다), 도적적 의무의 기원이 됨을 유추할 수 있다고 한다.

2장에서 스윈번은 물리 현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두 가지 방식이 있음을 주장한다. 이는 무생물의 인과성을 설명하는 무생물적 설명(inanimate explanation)이고 또 다른 하나는 의도적인 인과성을 설명하는 인격적 설명(personal explanation)이다.

그는 어떤 법칙이 실제로 자연법칙이 되기 위한 네 가지 조건을 이야기한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원칙은 ‘단순성의 원칙’이라고 주장한다.

이 장에서는 행성의 관찰이나 다양한 과학 용어가 등장하기에 그러한 용어에 익숙치 않은 독자들은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도 있다(물론 이후에도 저자는 과학철학적 방법을 사용한다. 특히 4-5장은 더 난해할 수 있다).

3장에서 저자는 무생물적 인과성과 인격적 인과성은 상호작용함을 주장한다. 사건에 대한 충분한 설명(full explanation) 중 일부는 더 이상 설명할 수 없는데, 이를 저자는 궁극적 설명(ultimate explanation)이라 명명한다.

궁극적 설명에 대한 논의에 있어, 저자는 세 가지 이론을 소개한다. 첫째로 모든 요인들의 존재와 활동이 완전한 무생물적 이유를 가지고 있다고 하는 유물론이다. 둘째는 유물론의 대안으로 소개되는 혼합이론으로 인간주의(humanism)를 간단히 언급한다. 마지막으로 모든 설명이 인격적인 의미로 설명이 된다는 유신론(theism)이다.

저자는 2장에서 설명한 ‘단순성의 원칙’을 토대로, 유신론과 유물론에 비해 유신론이 모든 현상에 대한 가장 단순한 설명을 제공함을 강조한다.

예수는 역사다
▲2009년 저명한 무신론자이자 저술가 히친스와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공개토론을 벌이는 윌리엄 크레이그 교수.
4장에서 저자는 우주와 우주의 여러 질서가 어떻게 신의 존재를 설명하는지를 논증한다. 그는 이러한 주제들이 과학이 설명하기에는 큰 주제들이며, 따라서 인격적 설명을 추구해야함을 주장한다.

저자는 과학은 자연계의 질서정연함을 설명하고 증명하는데 큰 도움이 되며, 그러한 사실은 신의 존재를 상정할 뿐 아니라 우주의 질서에 더욱 깊은 원인이 있음을 믿을 수밖에 없는 강력한 근거가 됨을 강조한다.

5장에서는 영혼의 존재와 그 영혼이 신체와 연결되는 방식을 통하여 유신론이 타당함을 주장한다. 저자는 뇌와 영혼의 결합은 물리적 과정이나 과학적 설명으로 불가능함을 논증한다.

신의 존재를 가정했을 때, 인간과 고등 동물은 영혼과 신체와 영혼의 결합은 충분하고 궁극적인 설명을 제공할 수 있다.

6장은 전통적으로 ‘신정론’의 문제라고 불리는 ‘악의 문제’다. 왜 전능하며 선하다고 하는 신은 악을 허용하는가?

먼저 저자는 악을 두 가지 종류로 나눈다. 하나는 ‘자연적 악’으로, 인간이 고의적으로 일으킨 것이 아닌 자연 발생적인 악이다. 둘째는 ‘도덕적 악’으로, 인간이 고의적으로 야기한 악이다.

저자는 ‘자유의지 방어’ 개념으로 이러한 악이 발생하는 원인을 설명한다. 즉 우리의 자유의지는 자유로운 선택과 더불어 책임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는 힘이며 가능성이기 때문에, 악의 발생 여부를 통제한다는 것 자체가 논리적으로 모순이라는 것이다.

이후에 스윈번은 더욱 엄밀하게 하나님의 섭리와 악의 문제에 대한 논리적 설명을 한다. 마지막으로 스윈번은 기적들과 많은 사람들이 증언하는 신적 임재의 경험들을 토대로 자신의 논증을 마무리한다.

그는 수많은 사람들의 기적과 신적 임재에 대한 경험이, 신이 존재하지 않을 확률보다 신이 존재할 확률이 훨씬 더 높음을 입증한다고 주장한다. 그리하여 그는 이전의 모든 논증들의 개연성을 고려한다면, 신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음을 강조한다.

신의 존재 유무를 입증할 때의 어려움은 우리에게 이미 형성된 세계관, 즉 믿음을 내포한 시각이다. 즉 신을 믿고 있는 사람들은 신에 대한 변증이라는 것이 너무 더딘 과정이며 불필요하고 소소한 문제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반대로 무신론자들에게는 유신론자들이 전제하거나 확언하는 부분들이 비논리적이며 비합리적이라고 생각하며, 그러한 부분들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질 수도 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무신론자들이 과연 이 책을 읽고 신의 존재를 인정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통해 하나님의 존재를 최대한 객관적 언어로 표현하고 논증하는 연습을 한다면, 이미 신앙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도 유익할 것이다.

또한 고통의 문제 앞에 있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대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 객관적이고 논리적으로 하나님의 존재에 대해 입증하고자하는 사람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강유원(1962-)은 <책 읽기의 끝과 시작(라티오, 2020)>에서 책의 내용을 온전하게 이해하기 위한 여러 방법들을 제시한다. 그 중에서 책의 첫 독자인 역자의 글이 있다면 꼭 읽기를 권한다.

스윈번의 <신은 존재하는가>는 이 원리를 적용하면 많은 도움이 된다. 기독교 철학자인 강영안(1952-)은 친절하게 책 서두에 ‘옮긴이의 글’을 통해 이 책의 논리적 흐름을 요약해 정리한다. 그리하여 많은 독자들이 지도를 손에 들고 책을 탐험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모중현
크리스찬북뉴스 명예편집위원, 열방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