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두천 두레자연마을
▲동두천 두레자연마을.
나는 고등학교 2학년 즈음에 학교 다니기가 지겨워졌습니다. 칫솔 하나와 헤르만 헤세 시집 한 권을 들고는 무전여행 길에 올랐습니다. 삼랑진, 진해, 통영을 거쳐 여수, 순천 등지를 떠돌았습니다.

1년 반이 지난 어느 날 정신이 들어 그만 다니고 집으로 가서 공부하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여수 오동도에서 동백나무 아래서 다짐을 하고는 집으로 귀환하였습니다.

어머니께 큰 절을 올리고는 이제 마음잡고 공부하겠노라 여쭈었더니, 어머니께서는 흡족해 하셨습니다. 나는 오래 공부를 안했으니 참고서를 사서 기초 실력을 닦겠노라며 참고서 살 돈을 부탁드렸습니다.

쾌히 승낙하신 어머니는 다음 날 이른 아침 외출하셨습니다. 밤 9시가 지난 시간에도 어머니께서 들어오시지 않기에, 무슨 사고라도 나셨나 하고 염려하며 기다렸습니다. 늦게서야 들어오신 어머니께서 참고서 살 돈을 마련해 오셔서 주셨습니다.

나는 감사드리고 공부하다 주무시는 어머니를 돌아보았더니, 머리에 수건을 쓰고 계셨습니다.

어머니는 어찌 수건을 쓰시고 주무실까 하여 벗겨드렸더니, 머리카락이 없었습니다.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모처럼 마음잡고 공부하겠다는 아들의 책값을 구하러 다니다가 못 구하시니, 가발 가게로 가셔서 머리카락을 파셨구나 하고 깨달았습니다. 그래서 더 열심히 공부하였습니다.

13개월 후 대학에 들어갈 때 수석 입학이 되어, 4년간 장학금을 받게 되었습니다. 나는 장학금을 받을 적마다 고스란히 어머니께 드렸습니다.

내가 드리는 봉투를 받으시며 흡족해 하시던 어머니의 얼굴이 오늘 새삼 그립습니다. 지금 계시면 좀 더 효도할 것 같은데 계시지 못함이 못내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