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겪는 고통의 양상 매우 다양
훈수 아닌, 진정한 공감과 격려 필요
청년들 참여, 제도적 보완 고려해야

송태근 목사
▲삼일교회 송태근 목사. ⓒ크투 DB
송태근 목사(삼일교회)가 기독교윤리실천운동 웹진 ‘좋은나무’에 ‘청년을 위해 교회는 무엇을 바꾸어야 할까?’라는 제목의 글을 게재했다.

CCM 그룹 위러브(WELOVE)의 곡 ‘공감하시네’ 가사를 언급한 송태근 목사는 “청년들이 왜 이 곡을 좋아할까? 당연히 지금 그들이 마주한 현실이 녹록치 않기 때문일 것”이라며 “기성세대도 다 경험해 본 어려움이라고 말하기엔, 지금 청년들이 겪고 있는 고통의 양상은 매우 다양하다. ‘조금만 참으면 좋은 날이 올 거야’라는 위로는 전혀 통하지 않는 시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바꿔 생각해 보면, 오늘날 청년들이 교회를 떠나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를 교회의 공감 능력 부족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기성세대가 주축을 이루는 교회가 청년을 향한 공감 능력을 잃어버린 것”이라고 풀이했다.

송 목사는 “지금 많은 교회들이 청년들이 겪는 고통과 사회의 여러 문제들에 공감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라떼는 말이지…’가 교회에서도 지배적인 언어 중 하나”라며 “청년들에게 지금의 불확실한 시간을 견딜 수 있게 하는 것은 지지와 공감이지, 섣부른 조언이나 미래에 대한 낙관적 전망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학자금 지원 등 청년들의 현실적 문제를 직접 해결하는 부분에도 교회가 관심을 가져야 하나, 청년들이 교회에 기대하는 것은 물질 문제의 해결보다 청년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태도”라고 강조했다.

송태근 목사는 “청년들에게 공감하고 귀 기울이는 교회로 변화하려면, 먼저 목회자들의 태도 변화가 절실하다”며 “저를 비롯한 기성세대뿐 아니라 비교적 젊은 세대 목회자들에게서도 성도들을 향한 공감보다 섣부른 판단과 정답 제시가 앞서는 모습을 많이 본다”고 우려했다.

그리고 “이러한 태도가 성도들에게도 전이돼, 교회의 문화나 정서로 자리잡게 된다”며 “목회자들이나 교회가 마치 모든 문제에 대한 정답을 갖고 있다는 인상을 청년들에게 주고 있다. 이런 모습은 공감과 소통의 큰 장애물”이라고 밝혔다.

송 목사는 “사실 모든 문제를 판단하고 성경적인 정답을 제시해 주어야 한다는 부담이나 압박감이 목회자들에게 늘 있다”며 “그러나 현재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많은 문제들은 목회자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선다는 것을 겸허히 인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에 대해 “신학적으로 보아도, 삶의 고통과 문제에 대한 명쾌한 답을 제시하는 것이 교회나 목회자의 역할은 아니다. 우리는 이 점에서 욥과 그 친구들의 대화를 기억해야 한다”며 “목회자나 교회가 고통당하는 청년들에게 욥의 친구들 같은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아보아야 한다. 청년들에겐 목회자와 교회 어른들의 훈수가 아니라, 진정한 공감과 격려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한편 “청년과 공감하는 교회가 되기 위해서는 교회의 구조 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금 대다수 교회의 의사 결정 체계는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기 어려운 구조”라며 “교회 주요 사안을 다루는 당회나 제직회가 모두 기성세대들을 중심으로 꾸려지기 때문”이라고 했다.

송 목사는 “청년들의 목소리는 참고 사항에 그칠 뿐, 영향력이 미미하다. 그래서 청년들은 늘 교회를 향해 소통의 문제를 제기한다”며 “교회에 애정과 열심이 있는 청년들일수록, 교회에 뛰어넘을 수 없는 장벽이 있음을 깨달은 후 교회에 대한 기대를 접거나 교회를 떠나는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번 총선에서 20-30대 연령의 당선자가 13명이 나올 정도로, 정치에 무관심한 것으로만 비춰지던 청년들이 정치 영역에서도 주체로 부상하기 시작했다”며 “사회에서는 이미 청년들이 지도력을 발휘하고 있는데, 교회는 청년들을 지도할 대상으로만 여긴다면 청년들은 점점 더 교회를 멀리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송태근 목사는 “따라서 교회의 의사 결정 과정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필요가 있다”며 “청년들이 당회나 제직회의 구성원이 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주요 회의에 청년 대표들이 참석하게 하고 언권을 보장하는 등의 제도 보완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송 목사는 “물론 공동의회 등에서 이미 이런 참여를 보장하고, 청년들이 교회에 관심이 없을 뿐이라는 반론이 가능하다”며 “그러나 청년들은 자신들이 넘을 수 없는 거대한 벽이 교회에 존재한다고 느끼고 있다. 그런 벽을 적극 제거하지 않는 한, 청년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키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교회는 청년들의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귀 기울이고, 더 나아가 청년들이 활동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며 “청년들이 기성세대와 함께 교회를 섬기고 세우는 하나의 큰 기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기성세대와 목회자들의 태도 변화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기성세대가 주류를 이루는 대다수의 교회에게 이는 분명 쉬운 일이 아닐 것”이라며 “그럼에도 교회의 미래를 위해서는 전향적인 변화가 절실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