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 철학 이야기
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 철학 이야기

크레이그 바르톨로뮤, 마이클 고힌 | 신국원 역 | IVP | 486쪽 | 23,000원

철학의 과거와 기독교 철학의 사명

『그리스도인을 위한 서양 철학 이야기』는 철학과 기독교 철학에 관한 모든 질문에 명쾌하게 답하는 책이다. 이 책의 특징을 정리해 보면 아래와 같다.

첫째, 그리스도인에게 철학이 무엇인지에 관해 답한다.

저자에 의하면, 오늘날 서구에서는 그리스도인들이 흔히 그들을 적대하는 문화 속에서 소수가 되는 일이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우리의 신앙을 따라 살 뿐 아니라 신앙을 설명하는 일이 중요하다.

그리스도 안에서 사는 삶과 회심 내러티브가 갖는 강력한 능력을 결코 과소평가해서는 안 되지만, 우리 믿음의 신빙성은 여전히 그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능력에 달려 있다는 것이다.

C. S. 루이스는 회심에 앞서 오랫동안 성찰을 했고, 그리스도인 친구들과 토론했다. 루이스는 당연히 우리 시대의 가장 위대한 기독교 변증가 중 하나가 되는 길로 들어섰다.

루이스가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철학으로 1등을 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루이스는 자신의 변증학을 발전시키는 데 철학을 매우 효과적으로 활용했다.

모든 그리스도인이 철학자로 부름받지는 않았으며, 철학자로 부름받은 이들이라도 소수만이 플랜팅가 같은 탁월한 수준에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기독교 철학에 관한 이해는 이웃의 질문에 답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리고 플랜팅가처럼 기독교 철학자로 부름받은 이들은 최고의 학문적 수준으로 기독교의 신빙성을 증명하는 사례를 만듦으로써, 중대한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둘째, 이 책은 놀라운 통찰력이 있는 책이다.

독자는 무릎을 ‘탁’ 치고 싶을 것이다. 지적인 자극으로 흥분하고,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물론 이 책은 천천히 생각하고 음미하며, 밑줄을 그으며 읽어야 할 ‘모던 클래식’이다.

저자는 ‘철학과 기독교 학문’에 관해 언급하면서, 근대의 중심에는 대학이 중립적·객관적 학문과 교육을 제공한다는 관점이 있다고 했다.

“근래 들어 이 관점이 짓밟히고 있기는 하지만 대중문화에서는 여전히 그리스도인, 비그리스도인 할 것 없이 그들 사이에서 맹위를 멸치고 있다.

근대가 학문에 대한 중립적·객관적 접근이라 부르는 것은 실제로 전혀 그렇지 않다. 어떤 학과목이건 주제 속으로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우리가 대개 당연하다고 여기는 정말 근본적인 질문들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이 철학이다(26-27쪽).”

저자에 따르면, 대학은 문화의 발전에 발맞추어 철저히 세속화되었다. 전형적인 서구 대학 종교학과에는 신앙을 위한 자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다른 학문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보고 씨름하려는 것은 대체로 말도 안 되는 일로 간주된다.

저자는 모든 학과에 일류 기독교 학자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적어도 세속 대학에서 공부하기 위한 준비를 갖추어 학생들이 자신이 다루는 과목에서 작동하는 큰 질문들을 발굴할 수 있도록 해 주어야 한다.

좋은 것은 취하고 나쁜 것을 버리면서 자신이 택한 분야에 관한 기독교적 이해를 개발한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해야 한다. 기독교 철학만으로는 이런 일을 할 수 없지만, 기독교 철학은 문화와 그러한 싸움을 하기 위한 전법의 기초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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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로의 ‘아테네 학당(1510, 프레스코)’. ⓒ한길사 제공
셋째, 이 책은 실제적이다.

저자는 ‘철학과 그리스도인의 삶’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어떤 사람들은 철학이 실제적이지 않다고 한다. 이 말보다 진실에서 먼 이야기는 없다.”고 말한다.

철학은 청년 사역자에게도 의미가 있다. “활력 넘치는 젊은이 사역자라면 성장하는 교회에서 젊은이 사역을 어떻게 개발하는 것이 최선일지 고민할 것이다.

금요일 저녁 모임 참석자는 15명에서 60명을 오가는 중이다. 대안적 오락과 경쟁하려 할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지속적인 젊은이 사역을 만들어 내기 위해 대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제도적 교회에 관한 철학과 그 독특한 성격, 그와 더불어 그 철학이 사회의 다른 영역과 맺는 관계는 이 사역자에게 젊은이 사역에 관한 성경적 초점을 분별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30쪽).”

저자는 구체적인 삶의 현장과 목회현장을 언급하면서 ‘철학’과 ‘기독교 철학’의 의의를 설명하고 독자를 설득한다. 그 설득력은 압도적이다.

끝으로, 이 책은 철학이 결코 중립적으로 접근할 수 없다고 거듭 단언한다.

“넓게 말해서 아브라함 카이퍼와 그를 따르는 이들의 아우구스티누스 전통 위에서 작업한다. 이 전통의 핵심은 구속이 피조물 전체를 향한 하나님의 목적을 회복하는 것을 수반한다고 보며. 철학을 포함해 삶의 어떤 영역도 중립적이지 않으며 종교적 전제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본다는 것이다.

우리가 보기에, 자율적 인간 이성의 기초 위에서 철학을 하려는 것은 심각한 잘못이다. 오히려, 기독교 철학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신앙의 모든 자원-계시와 이성-을 활용해야 한다(54쪽).”

서양 철학 전반을 기독교적 관점에서 이야기하는 이 책을 모든 그리스도인의 필독서로 강력히 추천한다.

이제는 ‘온실 안 신자’가 아니라 세속 문화와 철학의 폭풍우에도 쓰러지지 않는 ‘거목’ 같은 거룩한 무리를 세워야 할 때다. 이 책은 우리 모두를 이 벅찬 과제에로 초청한다.

송광택 목사
한국교회독서문화연구회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