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총장
전도서 3장 1-8절에는 14쌍으로 된 28가지의 때가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결론으로 인간에겐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주셨다고 일러준다.

저 높은 곳 영원한 곳에 지상의 것들(지식, 재물, 건강, 권력, 명예)로는 채울 수 없는 실존적 공간을 주신 것이다. 이는 신앙을 통해서 하나님만이 채워줄 수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죽음과 종교에 대한 이해를 포함한다.

“잔칫집에 가는 것보다 초상집에 가는 것이 좋다. 산 사람은 모름지기 죽는다는 것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웃는 것보다는 슬퍼하는 것이 좋다. 얼굴에 시름이 서리겠지만 마음은 바로 잡힌다. 지혜로운 사람은 마음이 초상집에 있고, 어리석은 사람은 마음이 잔치집에 있다(전 7:2-4)”.

어리석은 사람들의 웃음소리는 솥 밑에서 가시나무가 타는 소리 같다는 말도 있다. 이제 칼릴 지브란(1883-1931)의 글을 통해 죽음과 종교를 배워보자.

사람들은 죽음의 비밀을 알고 싶어 한다. 그러나 그대들이 삶의 중심에서 죽음을 찾지 않는다면, 어떻게 그것을 알아낼 수 있겠는가. 낮에는 눈이 멀어 밤에만 보이는 올빼미는 결국 빛의 신비를 벗길 수 없는 것이다.

만일 그대들이 진실로 죽음의 혼(魂)을 보고 싶으면, 그대들의 마음을 넓혀 삶의 본체를 바라보라. 왜냐하면 삶과 죽음은 본디 하나이기 때문이다.

마치 강(江)과 바다(海)가 하나이듯, 희망과 욕망의 깊은 곳에서 그대들은 미지의 나라를 깨닫는다. 그리하여 눈(雪) 속에서도 꿈꾸는 씨앗들처럼 그대들의 마음은 봄을 꿈꿀 것이다.

꿈(Vision)을 믿으라. 꿈속에는 영원의 문이 숨겨 있으니. 그대들이여, 죽음에 대한 공포는 특별 허락을 받아 왕 앞에 선 양치기의 떨림에 불과한 것이다. 떨리면서도 기쁘지 않겠는가? 왕을 가까이서 뵙게 되었으니.

그러면서 동시에 자기의 떠는 것에 신경이 쓰이지 않겠는가? 죽는다는 것이 과연 무엇이란 말인가? 다만 바람 속에 벌거벗은 몸으로 서서 태양 속으로 녹아들어 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숨(호흡)이 멈춘다는 것. 그것은 다만 한 숨결이 끊임없는 자기의 조수(潮水)로부터 해방되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리하여 솟아오르고 퍼지며 어떤 번민도 없는 하나님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겠는가?

그대들은 오직 침묵의 강물을 마실 때에야 진실로 노래하게 되리라. 그대들은 저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가면서 진실로 춤을 추게 되리라. 이제 종교에 대하여 생각해 보자.

종교란 일체의 행위요 반성이다. 그러나 손으로 돌을 깨고 베틀을 손질하는 동안에도 우리 영혼 속에서 항상 샘솟는 경이와 감탄이 없다면, 그것은 행위도 아니고 반성도 아니다.

그 누가 행위와 신앙을, 직업과 신념을 나눌 수 있겠는가? 그 누가 자기의 시간을 펼쳐놓고 ‘이것은 신을 위해, 저것은 나를 위해, 또 이것은 영혼을 위해, 저것은 육체를 위해’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그대들의 모든 시간은 자아에서 자아로 공중을 날아다니는 날개다. 다만 최고급 의복으로만 도덕을 지키려는 이는 차라리 벌거벗는 게 나을 것이다.

바람이나 햇빛도 인간의 육체엔 어떤 구멍을 뚫을 수 없는 것이다. 자기의 행위를 도덕에 의해서만 규정짓는 것은, 자기의 새를 새장 속에다 가두어 놓는 것과 같다. 자유로운 노래는 쇠창살 속에서 나올 수 없다.

예배하는 자들이 아직은 제 영혼의 집에 가보지 못했을 것이다. 그대들의 일상생활이 곧 성전(예배당)이요 종교다. 그곳에 갈 때마다 그대들의 전부를 갖고 가라. 쟁기와 풀무, 그리고 망치와 피리도 갖고 가라.

필요에 의해서건 단지 기쁨을 위해서건 그대들이 만들어 놓은 모든 것을 가지고 가라. 왜냐하면 환상 속에서 그대들이 이룬 것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으며, 그대들의 실패 이하로 떨어질 수도 없는 것이다.

부디 모든 사람들과 더불어 함께 가라. 왜냐하면 찬양 속에서도 그들의 희망보다 높이 날 수 없으며, 그들의 절망보다 아래로 낮출 수도 없기 때문이다.

하나님을 알고자 한다면 수수께끼를 푸는 자가 되지 말라. 차라리 주변을 둘러보라. 그러면 하나님이 그대들의 자녀들과 즐기고 있는 것을 보게 되리라.

또 허공을 바라보라. 그러면 하나님이 구름 속을 거닐면서 번개로 팔을 뻗치고, 비를 내리며 숲속에서 미소 짓다가 나뭇잎 사이로 손 흔드는 모습을 보게 되리라.

김형태 박사(한국교육자선교회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