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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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소심한 아이들이 있다. 부모의 말도, 교사의 말도 들으려 하지 않는 아동이다. 그래서 부모나 교사에게 골칫거리로 간주되는 편이다.

그러나 알고 보면 문제는 아동이 아니라, 그런 아동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부모나 교사에게 있다. 그런 아동이라도 어떤 경우 말을 잘 듣기도 하고, 예상을 뛰어넘어 기대 이상의 착한 일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난히 소심한 아동은 반응과 대응에 서투른 아동, 긍정성이 낮은 아동, 행동이 분명하지 않은 아동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유난히 소심한 아동은 다음 원인에서 이해해야 한다.

1. 억압이 있는 상태

유난히 소심한 아동은 심리적 억압이 있는 상태로 보아야 한다. 억압은 아동이 자신의 표현을 하는데 방해 요인으로 작용한다.

억압이 있는 경우 아동의 정신적 에너지가 정상적으로 발휘되지 못한다. 억압은 아동의 마음을 무의식적으로 억누른다. 억압 상태에서 아동은 정신의 교류나 에너지의 흐름이 차단된다.

교류와 차단은 매우 대초적인 것이지만, 정신의 에너지가 흐르는 측면에서는 동일한 상태를 갖는다. 에너지는 정신의 힘을 의미하므로, 아동은 이런 경우 끈기를 발휘하기 어렵다. 억압 상황에서는 정신의 교류가 방해를 받아 차단되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는 양육의 방법적 문제로, 부모와 관련된다. 전체적인 양육에서 이런 유형의 아동은 흔히 뒤쳐지게 마련이며, 어머니에게 걱정되는 존재이기도 하다.

물론 아동에게 어느 정도 강압적이거나 억지로 할 필요가 있는 때도 있다. 예를 들어 피아노를 치는 아이들이 연습을 하지 않는 경우이다. 음악은 특성상 자주 연습을 하지 않으면 실력에 발전이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라도 억지로 하기보다, 아동으로 하여금 하게 할 수 있는 부모의 설득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2. 자아가 위축된 상태

유난히 소심한 아동은 자아가 위축된 경우로 보아야 한다. 자아가 위축되면 하고자 하는 표현을 망설이게 되기 때문이다.

위축아란 사회적 상황에서 수줍고 소극적이거나 수동적이어서, 사회적 목적을 효율적으로 성취하지 못하는 아동 혹은 청소년을 말한다.

이들은 대개 자신감이 없고 수줍음이 많아 자신의 표현에 소극적이거나 부적절하여, 또래와 주변 성인들과의 관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이들은 연령이 증가하면서 점점 더 소극적으로 변하거나, 자기 세계에 갇히게 된다.

오늘날 우리 사회와 같이 빠른 성장을 재촉받고 또래 간 경쟁이 강조되는 사회일수록, 위축아들의 이와 같은 어려움은 더 커진다. 결과적으로 또래들로부터 관심을 받지 못하거나, 일상생활 중 실패와 욕구 좌절의 누적 때문에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적응상 문제를 야기할 위험성이 크다.

즉 위축아는 위축이라는 심리적 문제로 자신을 적절히 표현하지 못해 낮은 자존감이 형성돼 있고, 사회로부터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어 사회성 발달에도 문제가 야기된다.

아동이 자아가 위축되는 경우는 대개 욕구의 거절로부터 일어난다. 아동은 어린 시기에 욕구가 많다. 이런 욕구의 시기에 부모가 어떻게 대하느냐는 아동의 마음에 쌓이게 마련이다.

긍정적으로 대하면 긍정성이 쌓이고, 부정적으로 반응하면 부정성이 쌓일 것이다. 이때 부정적으로 반응하면, 그 어떤 경우라도 아동에게는 부정성이 쌓이게 된다.

물론 아동의 욕구나 욕구를 들어주지 못하는 부모의 경우, 가정 형편을 탓하기 쉬울 것이다. 요구를 들어주고 싶지만, 거절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이런 거절은 아동의 무의식에 부정성으로 축적된다. 이는 깊이 생각하면 가정 형편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의 대응이라는 심리적 문제이다.

3. 자신감 결여 상태

유난히 소심한 아동은 자신감이 결여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자신감이 결여되면, 아동은 외부로 자신을 드러내기보다 움츠러들기 때문이다.

다르게 말하면,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는 문제는 자신감의 문제이다. 내향성이 심하여 수줍어하거나 의사표현을 제대로 못하는 것은 성격을 넘어, 자신감의 문제이다.

유난히 소심한 아동의 위축 행동은 학습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억제되고 제한된 행동이다. 이는 어떤 신체적 결함이나 초자아의 욕구를 충족하는데 있어 예상되는 실패에 대한 죄의식이나 수치심으로 인한 반응이라는 점에서다.

이런 아동이나 청소년은 자기의 의사를 잘 표현하지 않고, 자기의 권리를 지키지 못하고 매사 수동적인 태도만 보임으로써, 타인과의 감정적 관계는 물론 가까운 친구 관계를 유지하지 못하고 상호 관계 형성에서 환상에 빠지는 등 결국 사회적 고립 상태에 이르게 된다.

자신감이 약하면 사람을 대하는 일이나 사회적 환경에 잘 적응하지 못하는 편이다. 자신감이 해결되지 못하면 사회적인 관계 형성의 능력이 결여돼 정서적으로 빈곤한 상태가 된다.

내향적인 아동은 사회 참여에 관심이 없고 친구도 별로 없이 언제나 혼자 지낸다. 칭찬이나 비판을 받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다른 사람의 느낌이 어떤 것인가에도 관심이 없으므로, 외부와 담을 쌓고 혼자 즐길 수 있는 독특한 취미에 몰두하기도 한다.

이들은 나쁜 감정이든 좋은 감정이든 표시할 줄 모르고, 유머도 없고 냉정하며 언제나 거리감이 있는 것을 특징으로 한다. 이들은 대인 관계에도 소극적이거나 거의 없는 까닭에, 남성의 경우 이성교제를 할 능력도 없어 결혼하는 데도 어려움을 경험하고 있다.

이런 내향적 성격은 우울감을 경험하므로, 이를 잘 이겨내지 못하면 우울증에 걸리기도 한다. 이들의 문제는 의사 표출에도 상당한 관련성을 가질 것이다. 의사표출의 문제는 사고의 흐름이나 감정의 순환에 이상 현상을 일어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충렬
▲김충렬 박사. ⓒ크리스천투데이 DB
4. 정리

유난히 소심한 아동을 둔 부모라면, 전술한 원인을 참고하여 스스로 반성할 필요가 있다. 부모가 올바르게 양육을 해도, 원인이 될 만한 조건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부모가 자기 자신을 냉정하게 분석해야, 개선 가능성이 보인다.

김충렬 박사(한국상담치료연구소장, 전 한일장신대 교수)